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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왕가네식구들 44회. 이앙금-왕수박 뻔뻔을 넘어 무섭기까지 한 최고의 비호감 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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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속담 중에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KBS 주말 연속극 <왕가네 식구들>의 이앙금(김해숙 분)의 큰 딸 왕수박(오현경 분)을 향한 사랑은 해도 너무할 정도다. 수박이 때문에 집이 송두리째 날아갔어도 우리 수박이. 그나마 둘째딸 호박(이태란 분) 덕분에 집을 구했어도 호박이는 안중에도 없다. 호박이가 바빠서 명절에 친정에 들리지 못하는 것은 야속한데, 수박이가 시어머니 안계심(나문희 분)에게 꾸중듣는 것에는 한없이 가슴 저미는 엄마. 그게 바로 이앙금 여사다. 





오직 딸 수박이의 눈에서 눈물 안나오게 하는 것이 지상 최고의 행복인 이앙금은 현재 수박이의 전 남편 고민중(조성하 분)과 재결합시키는 것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그런데 이앙금의 판단 하에는 민중과 수박의 재결합에 엄청난 장애물이 생겼다. 다름아닌 셋째딸 광박(이윤지 분)의 시모이자 민중의 첫사랑 오순정(김희정 분). 수박이 그동안 민중에게 한 철없는 행동과 불륜을 전혀 생각조차 못하고 그저 자기 딸을 버린(?) 민중만 야속한 앙금은 불륜의 현장을 잡아야한다면서 또다시 민중의 옥탑방에 무단친입한다. 그리고 민중의 집에서 정성껏 명절 음식을 만드는 순정의 모습에 이성을 잃은 앙금은 순정이 준비하는 음식을 뒤집고 다짜고짜 순정의 머리 끄뎅이를 잡는다. 심지어 고민중의 빰까지 때린다. 





그동안 '막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상식을 뛰어넘는 설정이 많은 <왕가네 식구들>이라고 하나, 그 중에서 가장 레전드는 바로 지난 26일 방영한 44회에 등장한 이앙금과 오순정의 육탄전이 아닐까? 이미 고민중과 왕수박이 남남이 된 지가 언제인데, 아직까지도 이앙금은 민중을 자기 사위 대하는 듯하다. 아니 아무리 사위라고 하더라도 벨조차 누르지 않고 그냥 문을 열고 들어오는 장모는 흔치 않다. 수박이의 안녕만 중요할 뿐,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어 보인다. 





더욱 가관인 건 왕수박이다. 수박은 오순정과 재혼을 결심한 민중에게 속상함을 드러낼 일말의 자격조차 없는 처지다. 민중과 수박의 결혼 생활이 종지부를 찍은 것은, 전적으로 수박의 잘못이다. 수박과의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고된 택배기사 생활도 마다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민중과 달리, 수박은 아내로서 의무감을 다하지 못했고, 불륜으로서 부부간의 신뢰를 먼저 깨뜨린 쪽도 수박이다. 





그런데 민중 앞에서는 쥐 구멍에 들어가도 할 말 없는 수박은 민중이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순정의 존재에 분노하고, 내친 김에 민중과 재결합 할 것이라고 선언한다. 그리 고 다음주 예고편에서 수박은 순정의 얼굴에 찬물을 끼얹기까지 한다. 아니 그동안 식당에서 허드렛일하면서 눈물로 밤을 지새운 것은 그야말로 생쇼였던 것인가! 


개구리 올챙이 시절 모른다고 하나, 그동안 자신이 밟아온 과거는 생각지도 않은 채 이제와서 민중의 본처 행세하는 왕수박과 민중과 수박의 재결합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다할 것 같은 이앙금의 이기적이고도 무식한 사고방식과 행태는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는데 하등 부족함이 없었다. 민중이 수박과 순정 중 누구를 선택하느나의 문제가 아니다. 자신들의 행복과 바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남까지 짓밟을 수 있는 그녀들. 아무리 드라마 속 인물이고, 대놓고 시청자들 속터지게 하라고 작가가 만든 설정이라고 하나, 오직 자신과 딸밖에 모르는 이앙금-왕수박의 추악한 이기심이 무섭기까지 하다. 





점장 일로 매일 바쁜 호박이 불안한 허세달(오만석 분)에게 호박의 삼촌이자 세달의 처남이기도 한 왕돈(최대철 분)은 지난날 바람으로 호박이를 힘들게했던 과거를 생각하라고 왕가네의 가훈 '역지사지'라며 전화를 끊는다.  하지만 정말로 '역지사지'가 필요한 사람들은 이앙금, 왕수박 모녀이다.  



고민중이 사업 부도 이후 힘든 시기를 보냈을 때 무시는 기본, 바람까지 피우더니 고민중이 성공하니 그의 첫사랑 오순정의 존재를 트집잡으며 민중과 수박의 재결합의 근거없는 당위성을 울부짖는 그녀들의 뻔뻔함. 역시 사람의 천성은 쉽게 바꾸지 못하는 건가. 







그렇게 문영남의 <왕가네 식구들>은 한동안 아무도 넘지 못할 것 같은 임성한의 <오로라 공주>를 위협하는 위치까지 성큼 올라서 있었다. 아니면 이앙금-왕수박 모녀를 통해 잘못을 저지르고도 자신이 뭘 했는지도 인지하지 못하고 적반하장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참으로 낯짝 두꺼운 사람들을 고도로 비꼬는게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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