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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음악쇼. 시사 토크와 감성 음악의 오묘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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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열, 윤종신, 이적, 유세윤, 샤이니 종현. 음악도 하고 예능도 좀 하는 다섯 남자들이 하나로 뭉쳤다. 이름하여 KBS 설날 특집  <음악쇼>다. 





다섯 남자들이 실내 부스 안에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토크를 나누는 컨셉은 윤종신이 오랫동안 진행을 맡아온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이하 <라디오스타>)를 보는 것 같다. 그런데 사회적인 이슈나, 연애에 관한 이야기를 서스럼없이 주고받는 설정은 JTBC <썰전>, <마녀사냥>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요즘 인기가 있는 예능을 절묘하게 짜깁기한 것 같아보이면서도, <음악쇼>는 <음악쇼>만의 차별화되는 무언가가 있다. 제목 그대로 '음악'이다. 


지난 31일 방영한 <음악쇼>는 출연진들이 각각 자신의 흥미를 끄는 이슈를 선정, 그에 맞는 노래를 선곡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음악과 토크쇼의 조화는 이미 지금은 폐지된 MBC <놀러와>에서 시도된 바가 있다. 지금은 초심을 잊은 것 같지만, <라디오스타>가 지향하는 슬로건도 고품격 음악방송이다. 그에 반해 <음악쇼>는 기존 공중파 토크쇼처럼 음악과 개인의 인생을 결부하여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것보다, 사회 비평에 음악을 얹어가는 형식이다. 





공중파 예능 토크 프로그램이  KBS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를 제외하곤, 대부분 연예인들 신변잡담 위주로 흘려가는 사이, 역시 연예인, 유명 방송인들이 토크의 발제자로 참여하지만 개인의 이야기가 아닌 정치, TV 프로그램, 연예 등 전반적인 사회 이슈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는 <썰전> 같은 비평, 담론 프로그램이 화제를 모은 것은 인터넷, SNS 활성화를 통해 굵직한 이슈가 공론화되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음악쇼>에서 윤종신이 언급한 것처럼, 이제 시청자들은 온라인을 통해서 사회 문제는 물론, 자신이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한다. 그리고 <음악쇼>는 그 시류에 충실히 따르고 그들 나름대로의 세상을 보는 눈을 보여주고자 한다. 


하지만 <음악쇼>에서 출연진이 선정한 담론 발제는 비평 토크쇼라고 부르기엔, 그렇게 날카롭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이버블링'을 통해 SNS으로 번진 청소년 왕따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워주고 TV 프로그램에 항의하는 시청자들을 통해 '권력담론'까지 주제를 확장하는 토크의 깊이는 분명 기존 공중파 예능 토크쇼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시도다. 


궂은 날씨에 제작진들의 수고스러움에도 불구 굳이 야외 촬영을 강행하며, 대중들과 호흡하는 열린 토크쇼를 지향하는 의미도 크다. 그러나 시사 토크와 음악의 조화라는 시도에도 불구, 여러 토크쇼를 혼합하여 보는 기분은 향후 정규 방송 편성이 목표인 <음악쇼>가 개선하여야 할 과제다. 


하지만 윤종신, 유희열, 이적, 여기에 유세윤과 종현까지 가세한 막강 MC진은 진행자만 봐도 끌리는 <음악쇼>가 가진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다. 무엇보다도 MBC <무한도전> 등 몇몇 예능에 출연하긴 했지만, 주로 점잖은 이미지로 어필해오던 예능 초보 이적의 변신이 놀랍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 리쌍의 길, 전인권, 바비킴 등 능수능란한 성대모사에 오랜 라디오 DJ로 다져온 화려한 입담은 앞서 방송 진행자로 오래 활동한 윤종신, 유희열 못지 않다. 





과거 윤종신, 유희열, 이적의 조합만으로 '고품격 음악방송'을 저절로 떠올리던 시대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세 사람 이름만 들으면 '변태방송'부터 떠오르는 지금. 한 때 90년대 청춘의 감성을 촉촉하게 적셔주었던 오빠들은 이제 세월의 흔적에 따라 많이 변했다. 그러나 음악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음악으로 세상과 소통하고픈 마음만은 변하지 않았다. 


때로는 예능에서 망가지기도 하고, 웃긴 소리도 자주 하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음악을 손에 놓지 않는 윤종신, 유희열, 이적의 만남. 첫 회 다소 미지근한 시작이었음에도 불구, 세 음악인의 음악 토크쇼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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