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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왕가네식구들 46회. 진실을 알게된 무데뽀 불도저 이앙금 과연 정신차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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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방영한 KBS <왕가네 식구들>의 주인공 왕가네 가족들의 가훈은 '역지사지' 즉 입장 바꿔 생각해보자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왕가네 식구들 중에는 가훈대로 살아가는 이가 없는 듯하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허우대와 바람을 피우며 전 남편 고민중(조성하 분)의 속을 박박 긁어놓았던 왕수박(오현경 분)이 허우대에게 사기 당해 왕가네 집까지 날려먹고 이제는 민중의 바지가락만 붙잡고 다시 살자고 애원하는 중인데, 안타깝게도 바뀐 게 전혀 없어 보인다. 


오순정(김희정 분)과 바람나서 왕수박과 헤어졌으니 이혼은 무효라고 울부짖는 이앙금(김해숙 분)의 생떼를 가만히 보자면 이런 생각도 든다. 만약에 고민중이 재기에 성공하지 않았으면 과연 이앙금, 왕수박 모녀가 고민중을 잡기 위해 저렇게 혈안이 되었을까. 





하다하다 이제는 왕호박(이태란 분)과 왕광박(이윤지 분)까지 가세하여, 언니를 버린 나쁜 형부를 탓한다. 호박은 언니의 불륜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 팔은 안으로 굽는다면서 민중에게 배신감을 토로한다.  광박은 아무리 언니 일과 관계되었다고 해도, 그래도 시아버지 최대세(이병준 분)의 혹독한 시집살이에서 자신을 따뜻하게 감싸주었던 시모 순정에게 못하는 말이 없다. 





일단 왕가네 식구들은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하다. 자신의 입장만 생각한 나머지, 남의 말에 귀담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교육자 집안, '역지사지'라는 가훈이 무색할 정도다. 왕가네 집안 딸들이 자기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면모를 갖추게 된건, 순전히 엄마 이앙금 여사 탓이 크다. 


이앙금은 오직 큰 딸 수박이만 예뻐했고, 둘째 딸 호박이는 이유도 없이 거리감을 두었다. 이앙금의 편애에 왕수박은 철이 덜 든 허영심 많은 어른으로 성장하였고,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받고 자란 호박은 자신이 받은 마음의 상처와 허기를 돈으로 달래고자 한다. 한 때 교단에 섰을 정도로 공부를 잘했지만, 눈치가 부족하여 매일 시아버지 대세에게 혼줄이 나는 광박의 문제 또한 전적으로 이앙금 여사의 잘못된 집안 교육이 만든 폐해다. 





이앙금은 자신이 제일 예뻐하는 딸 수박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물불 안기리는 사람이다. 그런데 아무리 모성애라고 하더라도, 다짜고짜 수박의 재결합을 밀어붙이는 이앙금의 무데뽀 행동은 도를 넘은 지 오래다. 


이제 고민중은 더 이상 왕가네의 사위가 아니다. 이앙금의 외손녀 애지, 중지의 아빠일 뿐이다. 그런데 이앙금은 자신의 딸 수박의 흠은 생각 안하고, 민중의 행실만 탓한다. 아이를 빌미로 거짓말까지 하며 사업으로 바쁜 와중에도 중지 걱정에 한 걸음에 왕가네로 달려온 민중의 발목을 제대로 잡고자 하더니, 하다하다 이제는 민중에게 전적으로 잘못이 있으니 이혼은 무효라면서 민중의 멱살까지 잡는다. 그래도 수박을 생각해서 진짜 이혼 사유를 덮으려고 했던 민중. 참다 못해 자신에게 떼쓰는 앙금에게 사실대로 털어놓는다. 





왕가네 가훈 '역지사지'가 수도없이 카메라에 잡히지만, 이 드라마에서 유일하게 역지사지를 행하는 이는 고민중 밖에 없는 것 같다. 자신을 속이고 결혼한 것도 모자라, 바람까지 피운 아내. 그럼에도 고민중은 수박과 그의 가족들의 입장을 생각해서 끝내 진실을 함구하려고 했다. 그런데 오직 자기들밖에 모르는 왕가네 식구들의 추악한 이기심이 끝내 참고 참았던 민중을 폭발시키고 만 것이다. 


이제서야 수박의 불륜 사실을 알게된 앙금은 충격에 휩싸인다. 그런데 그동안 민중만 몰아붙인 것에 대한 반성이 전혀없다. 말도 없이 애지, 중지를 그의 집으로 데리고 간 민중이 야속할 뿐이다. 심지어 이앙금은 손주들을 되찾으려 급한 마음에 빙판 계단을 뛰어 내리다가 미끄러져 뒤로 넘어지는 사고까지 당한다. 





지난 2일 방영분에서 광박은 시집살이의 단점에 대해서 서술한 자신의 글을 보고 꾸중하는 대세에게 자신의 생각이 아닌, 독자들의 편에서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서 쓴 글이라고 대답한다. 작가로서 성공하기 위해 현실을 과장하여 글을 쓴다는 광박에게서 <왕가네 식구들> 문영남 작가가 묘하게 겹치는 순간이다. 


그간 전작에서 불륜을 저질렀음에도 다시 원래 가정으로 돌아가는 주인공들을 통해 가족의 화합을 중시했던 문영남 작가라고 한들, 이번 <왕가네 식구들> 만큼은 고민중과 왕수박이 다시 재결합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여전히 왕수박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못했으며, 이런 상황에서 오직 아이 때문에 억지로 재결합하는 것은 문영남 작가가 그동안 여러 드라마를 통해 강조했던 진정한 '인과응보'가 아니다. 시청자의 반응 또한 고민중은 왕수박이 아닌 오순정과 재혼해야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그동안 고민중의 의견과 상관없이 수박과의 재결합을 불도저처럼 밀어붙었던 이앙금도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쯤되면 민중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그의 행복을 빌어주는 것이 순리일텐데, 여전히 이앙금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인지하지 못한다. 고서방이 우리 애지, 중지를 데려갔다고 야속하다는 눈물까지 흘린다. 상황이 이렇게 된 만큼, 오히려 이앙금의 사고로 고민중과 오순정의 재혼만 더 어렵게 되는게 아닐까 조바심이 날 정도다. 





아무리 현실을 과장되어 보여주고자 작정한 드라마라고 하더라도, 이앙금과 왕수박 모녀의 상식을 뛰어넘은 적반하장 행태는 적지 않은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한다. 남은 4회 동안, 이앙금-왕수박의 진심어린 변화와 반성을 통해 많은 시청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결말을 보여주어 시청률 50%에 육박하는 인기에 걸맞는 유종의 미를 거두길 기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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