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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왕가네식구들 48회. 왕호박 유산. 이앙금의 지독한 편애가 낳은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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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주말 연속극 <왕가네 식구들>을 볼 때마다 딸들 중에서 유독 둘째 왕호박(이태란 분)만 구박하는 이앙금(김해숙 분)을 보고, 혹시 호박이가 주어온 자식 혹은 앙금의 남편 왕봉(장용 분)이 외도로 태어난 아이가 아닐까 싶었다. 그만큼 앙금은 유독 호박이만 미워했다. 





<왕가네 식구들> 홈페이지에 소개된 것처럼 호박이가 지독한 짠순이라서 가족에게 양말 한짝도 안사주는 딸이 마음에 안들었다고 치자. 하지만 앙금은 어릴 때부터 호박을 이유없이 구박하고, 모든 궂은 일은 죄다 호박의 몫이었다. 반면 호박의 언니 수박(오현경 분)에 대한 사랑은 너무 남다른 나머지, 수박이 대형 사고를 쳐 집을 홀라당 날려먹었음에도 불구, 수박이만 감싸주기 바쁘다. 셋째 광박(이윤지 분)과 함께 동분서주하며 그나마 왕가네 대식구가 살 수 있는 집을 구한 것은 호박이의 공인데, 그럼에도 앙금은 설연휴에도 일 때문에 친정집에 오지 않는 호박이만 야속할 뿐이다. 


오직 수박이만 생각했던 이앙금의 삐뚤어진 모성애가 끝내 화를 부르고 말았다. 수박 포함 왕가네 식구들의 끈질긴 재결합 요구에 참을 수 없었던 고민중(조성하 분)은 결국 앙금에게 수박과 이혼한 사유를 속시원히 털어놓는다. 그동안 수박이 바람핀 것은 미처 알지 못했던 앙금은 큰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민중이 수박의 아이들을 데려간다고 헐레벌떡 민중의 옥탑방으로 가는 도중, 얼음길을 헛디뎌 꼼짝없이 누워있어야하는 큰 부상을 입고 만다. 





그런데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앙금의 병수발을 들어주는 것은 언제나 그랬듯이 호박의 몫이다. 앙금의 지독한 편애 덕분에 공주처럼 자란 수박은 엄마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결국 옷가게에서 일하는 호박이 친정집과 옷가게를 분주하게 오가며 앙금의 소,대변 및 청소, 빨래까지 다 도맡아서 하고 있다. 게다가 호박은 홑몸이 아니다. 남편 허세달(오만석 분)의 준강간에 버금가는 행위로 강제적으로 임신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예정된 이태리 출장을 포기할 정도로 뒤늦게 생긴 아이를 잘 낳아보겠다고 결심한 호박이었다. 


하지만 호박의 임신 사실을 전혀 모른다고 쳐도, 앙금은 마치 당연한 것처럼 호박을 부려먹는다. 아픈 엄마를 생각하여 한걸음에 달려온 딸에게 짜증은 기본, 심지어 호박이 때문에 민중이 수박의 혼전 동거, 불륜을 알게 되었다는 등, 왜 왕봉의 퇴직 사실을 알면서도 진작에 말하지 않았다는 등, 별별의 이유로 호박에게 베개까지 던지며 역성까지 낸다. 





그럼에도 불구, 호박은 친정에 가지 말라는 세달의 만류에도 불구 자신이 엄마를 도와줘야 마음이 편하다면서, 또다시 친정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앙금에게 이유없는 폭언을 들은 이후에도, 그럼에도 또 친정으로 달려가 차가운 물로 이불 손빨래까지 한다. 


어릴 때부터 앙금의 구박 속에서 궂은 집안일을 도맡아 해온 호박은 집안에 무슨 일이 터지면 응당 자기가 앞장서 해결해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 누구도 호박의 헌신을 알아주지도 고마워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마치 늘 그랬던 것처럼 호박이 궂은 일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오히려 없으면 야속하기만 하다. 죽도록 일만 해도 칭찬 한번 받지 못하고 컸던 호박은 그럼에도 불구 또다시 가족들을 위해서 팔을 걷어부친다. 어쩌면 호박이 하녀근성으로 똘똘 뭉치게 된 것은, 자신이 모든 것을 다 참고 감수하며, 가족의 행복을 아등바등 지켜내면서 왕가네 일원으로 인정받고자하는 일종의 몸부림이 아닐까. 





결국 생고생만 하다가, 친정 아버지 왕봉이 상가 경비를 선다는 사실에 분노한 할머니 안계심(나문희 분)과 앙금의 싸움에 등만 터진 호박은 끝내 유산을 하였다. 호박의 유산에 분노한 세달은 그 길로 왕가네를 찾아가, 처갓집과의 절연을 선언한다. 앞서 민중이 호박이 때문이 아니라 자신과 호박의 대화를 듣고 수박의 혼전동거 과거를 알게되었다는 말을 듣고 호박에 대한 오해를 풀게된 앙금은 생각지도 못했던 호박의 유산에 눈물만 하염없이 흘린다. 





이윽고 앙금과 호박의 대면. 내 속으로 낳았음에도 불구, 그동안 호박에게만 못되게 굴었던 지금까지의 행동을 이제와서 반성하는 앙금과 그 와중에도 자신이 엄마에게 사랑받을 수 있게 행동하지 못했다면서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호박. 두 모녀의 오랜 앙금을 훌훌 털어내리는 감동적인 화해 장면임에도 불구, 마냥 따뜻하게 다가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호박이 앙금과 집안 식구들의 투정을 다 받아주다가 스트레스로 아이를 잃고 서야, 비로소 자신들을 위해 살았던 호박의 헌신에 눈물을 흘리는 이기적인 가족들. 가족을 위해 자신의 행복은 뒤로 미루어도 좋다는 식의 희생정신에 입각하여 죽어라 일을 해도 구박만 받다가 아이까지 유산했음에도 불구, 그럼에도 앙금을 더 먼저 걱정하는 호박.  그나마 이제라도 앙금이 호박의 진심을 알게되어서 다행이다면서 덮어두기엔, 그 과정 사이에 있었던 수많은 상처가 눈에 밟힌다. 





남편의 준강간 행위를 통해 임신만큼 유산 또한 호박에게는 잔인하다싶을 만큼 가혹했던 한 회. <왕가네 식구들>에게 있어 아이란 존재는 어른들의 갈등을 억지로 봉합시키는 수단일 뿐인걸까. 호박의 안타까운 유산으로 앙금과 호박이 모든 오해를 푼(?) 만큼,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왕가네 식구들> 공식 답답이 고민중 만큼은 왕가네 식구들에게 벗어나 그의 소원대로 자유롭게 풀어주었으면 하는 바이다. 


왕호박은 핏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얽힐 수밖에 없다쳐도, 이제 이혼까지 해서 수박과 생판 남인 민중은 수박과 낳은 애지, 중지 아이들 때문에 계속 왕가네 머슴으로 살게한다면 너무 불쌍하지 않을까.  막장 없는 할아버지, 아버지, 자녀 3대가 살아가는 우리네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재미있는 드라마답게(?), 상식적인 결말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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