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드라마전망대

왕가네식구들 49회. 결말을 앞두고도 끝나지 않은 오순정의 고난 퍼레이드. 피로만 쌓이게 하는 억지설정

반응형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하였던  tvN <응답하라 1994>에서 쓰레기와 성나정의 사랑을 마냥 지켜보는 와중에도, 나정을 향한 짝사랑을 포기할 수 없었던 칠봉은 이런 유명한 말을 남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칠봉이의 장담대로, <응답하라 1994>는 마지막회까지 나정의 남편의 정체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때문에 다수의 <응답하라 1994> 시청자들은 베일에 쌓인 나정의 남편의 정체가 공개되기 전까지 쓰레기와 칠봉이 중 누가 나정의 남편인지 손에 땀을 쥐고(?) 시청하였다. 







드라마 결말에 대해서 끝까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것은 지난 15일 방영한 KBS 주말연속극 <왕가네 식구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성나정의 남편감으로 쓰레기, 칠봉이 모두 시청자들의 골고른 지지를 받았던 것과 달리 <왕가네 식구들>에서 시청자들이 원하는 결말은 비교적 하나로 통일되어있다.  고민중(조성하 분)이 전처 왕수박(오현경 분)과 재결합을 하지 않고, 그의 첫사랑 오순정(김희정 분)과 재혼하는 것이다. 


주요 포털 사이트, 커뮤니티에 올라온 댓글들을 모두 시청자들의 의견의 전부로 받아들일 순 없다. 그러나 적지않은 네티즌들은 항상 고민중과 오순정의 만남을 지지해왔고, 그 반면 고민중과 왕수박이 재결합 조짐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실망스러운 의견을 감추지 않았다. 







이렇게 다수의 네티즌들이 <왕가네 식구들>에 원하는 결말이 명확한 것은, 그동안 <왕가네 식구들>이 보여준 캐릭터와 상황의 왜곡성 탓이 크다. 아무리 드라마라고 한들, 고민중과 왕수박의 재혼은 최소한의 상식선에서도 납득되지 않는다. 왕수박의 불성실한 결혼생활에 파국을 맞은 고민중과 왕수박은, 결말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왕수박이 고민중에게 매달리는 쪽으로 전환하였다. 


허나 고민중을 다시 수박과 결합시키기 위해, 다소 폭력적인 행위까지 벌이는 왕가네 식구들의 이기적인 면모는 다시 민중을 맏사위로 불러들이고 싶은 그들의 저의를 의심케 한다. 만약 고민중이 아직까지 택배 기사였다면, 불륜에 눈이 먼 왕수박이 왕가네 집문서를 통째로 허우대(이상훈 분)에게 넘겨주지 않았다면, 과연 왕가네 식구들은 고민중과 왕수박의 재혼에 이토록 적극적이었을까?


지난 49회 동안 <왕가네 식구들>은 도저히 상식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설정들이 심심찮게 등장하였다. 그 중 가장 두드러진 특징 하나가 일관적으로 평면화되어 있는 선악 구분법이다. <왕가네 식구들>은 대한민국 드라마 사상 주인공들이 악당패밀리(?)로 구성된 최초의 드라마라는 농담이 들릴 정도로 가족 이기주의의 끝을 보여준다. 큰 딸 왕수박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고민중과 오순정의 행복 따위는 짓밟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듯한 왕가네 가족들의 왜곡된 이기심은 시청자들을 종종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왕가네 식구들>의 왕가네가 '가족'의 이름으로 이기적인 행동을 많이 보여주었기에 자연스레 시청자들의 마음은 다수의 '왕가네'에게 핍박받는 고민중과 오순정에게 향한다. 그나마 그들이 <왕가네 식구들>에서 시청자들의 가장 높은 지지를 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왕가네 식구들>에서 그나마 가장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캐릭터이고, 아무리 힘든 상황에 놓여있어도 참고 견디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선한 심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사업이 망한 이후 전처 왕수박 포함, 왕가네의 구박 속에서도 택배 기사로 열심히 뛰어다니며 끝내 재기에 성공한 고민중은 거듭 이어지는 경제 불황으로 힘들어하는 수많은 시청자들의 '희망'이다. 딸 구미호의 아버지이자 첫사랑 고민중과 헤어진 이후에도 스스로의 노력으로 삶을 개척해오던 오순정의 굴곡진 인생은 시청자들의 동정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무엇보다도 십여년만에 재회한 고민중과 오순정의 사랑이 애뜻하게 다가온다. <왕가네 식구들>에서 그나마 가장선하게 자신의 인생에 최선을 다해 살아온 고민중과 오순정이기 때문에 그들이 놓여있는 상황에 보다 많은 공감대를 이끌어낸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결말을 잘 알 법도한 <왕가네 식구들>의 문영남 작가는 마지막을 하루 남긴 15일까지, 결말에 대해 그 어떤 '틈'도 보여주지 않는다. 워낙 <왕가네 식구들>의 결말이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덕분에, 한 때 오순정이 교통사고로 죽는다는 충격적인 스포일러가 돌아다니는 해프닝이 빚어지기도 했다. 





그를 의식한 듯 <왕가네 식구들>은 지난 15일 방영한 49회에서 오순정-고민중-왕수박으로 이어지는 삼각관계의 팽팽한 끈을 놓치지 않고자 하는 설정을 보인다. 결말을 한 회 남겨두었음에도 불구  왕수박은 끝까지 안하무인이며, 이제는 왕수박의 딸 애지까지 가세, 오순정을 코너로 몰리게 한다. 그런데 거기에서 중립적 자세를 취해야할 고민중은 자신의 딸 애지만 감싼다. 자식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모의 마음이라고하나, 전후 사정도 묻지 않은 채, 딸의 거짓말에 순정과 미호만 닥달하는 민중의 행동은, 그동안 민중과 순정의 결합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자아낸다. 


결국 오순정은 자신의 딸 구미호를 데리고 민중의 곁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자신과 재혼결심을 굳헜음에도 전 처가 식구들에게 끌려만 다니는 민중의 우유부단 태도는 순정은 물론 시청자들의 인내심까지 자극한다. 결국 49회 막판에 가서야 미호가 자신의 친딸이라는 것을 알게된 민중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순정에게 발걸음을 향하고, 수박이 고민중을 포기하는 뉘앙스를 보여주긴 했지만, 아직도 민중과 순정의 재회를 섣불리 확신하기가 어렵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가 무슨 의미인지 제대로 보여주는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 하지만 마지막까지 오리무중으로 남은 고민중의 재혼상대가 누구인지 설레는 궁금증만 쌓여가기보다,  거듭 이어지는 오순정의 고난기에 피로만 쌓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논란이 많았지만, 마지막만큼은 최소한 상식적인 선에서 훈훈한 마무리를 지었으면 하는 바이다. 아무리 말많은 드라마였다고 하나, 그래도 시청률 50%에 육박하는 큰 사랑을 받았던 인기드라마 아니었는가. 마지막만큼은 드라마 억지 설정에서 비롯된 분노와 짜증은 뒤로하고, 모두 웃을 수 있는 <왕가네 식구들>의 마지막회를 기대해본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