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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별에서 온 그대. 천송이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도 슬픈 프러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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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한 철학자 강신주 박사는 얼마 전 사자인형을 샀다는 김제동의 근황에 이어 이런 말을 한다. 인간이 더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한다고.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건 덧없이 죽어가기 때문이고, 우리가 우리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살아가는 것 역시 죽어가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은 그 한계가 정해져있다. 언젠가는 죽는다. 그래서 우리는 더 오래 살기 위해 발버둥치고, 세상을 떠나기 전 사랑하는 이들과 되도록이면 더 많은 추억을 쌓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지난 26일 방영한 SBS 수목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 도민준(김수현 분)은 보통 인간들에게는 없는 남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다400년 이상 지구에서 살아온 외계인 도민준은 천송이(전지현 분)을 만나기 전까지, 딱히 보통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도민준이 인간들에게 줄곧 무관심을 이어온 것은, 다른 이들은 죽음을 맞는 반면 그는 영생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평균 수명의 5~6배 이상 지구에서 살았다는 도민준은 언젠가는 자신의 곁을 떠날 인간들과 교류한다는 것 자체를 덧없이 받아들였다. 무엇보다도 도민준은 언젠가는 지구를 떠나 자기가 원래 살던 행성으로 돌아가야한다. 그래서 도민준은 자신의 남다른 능력을 되도록 드러내지 않는 채 지구에 머물다가 조용히 떠날려고 했다. 천송이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인간의 일이라면 철저히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도민준. 하지만 그런 그가 천송이를 사랑하면서 부터 180도 변했다. 자기 행성으로 돌아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던 민준은 희대의 살인마 이재경(신성록 분)의 레이더망에 걸려들어 위험해진 송이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이 가진 초능력을 아낌없이 발휘한다. 


그런데 인간의 목숨만큼, 민준이 가진 초능력의 한계도 정해져있는 가보다. 천송이를 위해 자신의 초능력을 대부분 소진한 도민준은 종종 기력을 잃는다. 그리고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루어진 순간이동으로 곤란에 처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천송이를 두고 지구를 떠날 수 없다. 하지만 천송이는 자신은 괜찮으니 지구를 떠나라고 미소로 화답한다. 송이 역시 민준을 보내기 싫지만, 민준이 자신과 오래오래 지구에서 살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남은 기간 동안 그와의 시간에 충실히 하고자 한다. 그럼에도 빨리 지나가는 시간은 아쉽다. 





기존에 살던 사람들이 죽고, 새로운 사람들이 태어나고 죽는 일이 반복되는 동안 끊임없이 젊음을 유지해온 남자 도민준. 하지만 대부분 인간이 부러워하는 '불로장생'을 하고 있고 모든 것을 자기 뜻대로 할 수 있는 '초능력'도 가졌지만 정작 그 남자의 삶은 행복하지 않아 보였다. 


죽지 않고 계속 살 수 있었기에, 도민준은 그의 삶에 그리 큰 의미를 부여하지도, 기억에 남을 만한 특별한 일을 행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지구에서 살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제법 큰 재산을 모았고 그래도 대한민국에서 빌붙여 살고 있는 책임을 다하기 위해 군대도 여러 번 다녀왔지만, 민준에게는 남들이 다 하니까 하는 일이고, 언제든 마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상'이었다. 





그런데 마음만 먹으면 지구를 떠나는 그날까지 편하게 머무를 수 있었던 도민준의 삶이 갑자기 꼬이기 시작한다. 심지어 만만치 않은 상대 이재경과 싸우다가 그의 존재까지 위협받게 된다. 천송이를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기득권을 내놓은 도민준은 가끔 초능력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더 이상 특별한 외계인이 아닌 우리와 다를 바 없는 나약한 인간과 닮아있었다.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자신이 가진 특권을 포기한 이는 도민준뿐만이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한류스타로 추앙받은 탓에 자기 중심적인 버릇없는 행동으로 주위의 눈총을 샀던 천송이는 초능력자 도민준을 향한 세간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도도한 스타의 모습을 버렸다. 도민준의 납치 의혹에 그는 자신의 약혼남이고, 그와 함께 여행을 다녀온 것뿐이라면서 적극적으로 사건을 해명한 천송이는 밤늦게까지 경찰조사를 받은 도민준을 위해 차가운 경찰서 의자 위에 앉아 웅크리고 기다리는 순정을 보여준다. 


오직 자기 밖에 몰랐던 도민준과 천송이. 하지만 서로를 향한 사랑은 두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도민준은 천송이를 위해 자신의 초능력과 영생을 내놓았고, 천송이는 도민준을 보호하기 위해 톱스타로서의 자존심을 내려놓았다. 연인을 위해 자신이 가진 특별한 능력까지 포기한 도민준과 천송이.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헌신을 이유로 서로를 구속하려고 하지도, 집착하지도 않는다. 자신의 행복보다 상대방의 안녕을 더 먼저 생각한 나머지, 서로를 놓아주기로 결심한 두 사람. 





하지만 이대로 도민준을 보낼 수 없었던 천송이는 몸은 떨어져 있고, 자신이 죽은 한참 이후 잠깐이라도 자신을 기억해달라는 의미에서 자신의 모든 매력을 담아 그에게 프러포즈를 한다. 애써 눈물을 꾹 참으며 더 발랄하게 몸부림 치는 여자와, 그 여자의 진심을 알기에 도저히 눈물을 참을 수 없었던 남자. 서로를 너무 사랑하지만, 정해진 운명 때문에 곁을 떠날 수 밖에 없는 도민준과 천송이. 그래서 이 두 남녀의 사랑이 가슴 아프다. 





하지만 상대방을 위해 자기 본인까지 버리면서 이룬 진정한 사랑의 힘이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기적을 만들어내지 않을까.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다는 사랑의 위력으로 세상 모든 난관을 뚫고 서로를 기쁘게 마주하게될 도민준과 천송이의 해피엔딩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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