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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정도전. 이성계의 변화와 신진사대부의 분열이 보여준 2014년 대한민국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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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문세족으로 고려를 뒤흔들었던 이인임(박영규 분)이 끝내 이성계(유동근 분)과 정도전(조재현 분)의 손에 의해 권력을 완전히 잃었다. 이인임은 이성계에게 말한다. 당신은 용상에 앉을 자격이 없으니, 지옥의 불구덩이에 빠질 것이라고. 





하지만 이성계는 권문세족, 지주가 가진 땅을 백성들에게 나누어주자는 정도전과 조준의 청을 받아들인다. 조선의 건국이 드디어 시작된 것이다. 


역사 시간에 배운대로, 정도전, 조준을 위시한 혁명파 사대부, 이색, 정몽주로 나누어진 온건파 사대부로 완전히 갈라진 순간이다. 지난 26일 방영한 KBS <정도전> 31화에서 정도전과 조준은 말한다. 고려는 단순한 개혁만으로 지탱할 수 없다고. 하지만 정몽주(임호 분)은 고려에 충성하는 것만이 정도라고 믿는다. 여기에 이색은 간신히 안정된 고려를 사전 개혁으로 혼란을 야기시킨다는 정도전에게 강하게 분노하고, 자신의 제자에서 파문시킨다. 





무너진 나라를 다시 일으켜세우는 데는 많은 시행착오와 갈등이 뒤따르는 법이다. 특히나 고려처럼 강력한 힘을 가진 귀족들의 나라에서 그들의 기반인 토지를 몰수하는 것은 적지않은 이들의 반발에 부딪친다. 


권문세족에 반발하여,  고려의 개혁을 꿈꾸는 신진사대부가 된 이들도 지주의 신분인만큼, 자신들의 경제적으로 타격이 올 수 있는 사전 혁파를 탐탐치 않게 생각한다. 온건파 사대부들은 혁명파 사대부에게 말한다. 수백년 역사를 자랑하는 고려의 근본을 이어온 제도를, 그것도 수많은 지주들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는 사전혁파를  어떻게 하루 아침에 폐기할 수 있느나고 말이다. 





온건파 사대부의 물음에 이성계의 대답은 단호하다. 명색이 개혁을 하자는데, 미봉책만 가지고 되겠나면서 말이다. 사전 혁파는 동북면 군벌 대지주이자, 유력자 집안을 처가로 둔 이성계에게도 적잖은 타격을 안긴다. 현재로서는 자신이 바라는 대업이 성공한다는 보장도 미지수다. 


하지만 이성계는 민심을 얻고 대의에 이루기 위해서, 기꺼이 정도전의 뜻에 따르기로 결심한다. 이성계가 고려를 무너뜨린 지 수백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조선 건국과 정도전을 바라보는 온도 차이가 존재한다. 일부에서는 드라마 <정도전>이 쿠테타를 미화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개혁을 하기 위해서는 미봉책이 아닌, 확실한 처방이 뒤따라야한다는 이성계의 주장은 최근 세월호 침몰 참사로 재난 대책에 미약한 시스템의 부재를 보여준 2014년 대한민국에 여러모로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총체적 난국에 빠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현실에 맞게 조금씩 달라져야한다면서 단순히 변죽만 울려서는 안된다. 향후 이와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 잘못된 부분을 확실히 바로잡아야한다.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부실 줄도 아는 정치. 그것이 정도전이 주장한 민본이며,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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