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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밀회 5회. 키스로 감정을 확인한 오혜원과 이선재. 그들도 사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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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1일 방영한 JTBC <밀회> 5회를 보면, 고 김기영 감독의 <하녀>가 잠시 생각난다. 아내의 노고를 덜어주기 위해 하녀를 기용했으나, 정작 그 하녀와 관계를 맺고 자신은 물론 집안을 파국으로 몰고간다는 <하녀>의 플롯과 달리, <밀회>의 강준형(박혁권 분)은 오직 자신의 필요에 의해 이선재(유아인 분)을 자신의 집 안으로 들인다. 하지만 선재와 자신의 아내 오혜원(김희애 분)이 서로의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농익은 남녀관계라는 것까지는 상상도 하지 못한다. 그렇게 강준형은 자신의 안방에서 호랑이 새끼 한 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그동안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많았지만, <밀회>는 그 중에서도 상당히 파격적이다. 20세 나이 간격을 뛰어넘는 남녀 주인공 남녀 설정도 놀랍지만, 방영 3회만에 과감한 애정표현으로서 혜원과 선재의 관계에 정점을 찍는 빠른 전개는 더더욱 흥미롭다. <밀회> 5회에서, 선재의 키스에 동요된 혜원은 자꾸만 자신에게 연인으로서의 감정을 솔직히 드러낼 것을 요구하는 선재에게 강한 딥키스로 자신에게 섣불리 다가오지 말 것을 경고한다. 그럼에도 혜원을 놓아줄 수 없는 선재는 혜원을 뒤에서 꼭 껴안으며 자신이 치는 피아노를 들어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 자신과 함께 있어달라는 선재의 청을 뿌리칠 수 없었던 혜원은, 그렇게 점점 선재에게 빠져든다. 


박다미(경수진 분)라는, 자신에게 헌신하는 예쁜 여친이 있음에도 불구 선재가 자신보다 20살 많은 부유층 여자 혜원을 좋아하는 이유는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나있다. 자신이 바닥을 헤매고 있을 때, 먼저 올라오라고 손 내밀어 주는 여자. 선재는 혜원에게 말한다. 남자는 그럴 때 키스한다고. 





혜원이 선재의 재능을 알아보기 전까지, 선재는 피아노 연주에 탁월한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 가정 형편 상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운이 좋게도 혜원의 영재발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지만, 그마저도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물거품이 된다. 그렇게 피아노를 포기하고 낙심하던 차에 혜원은 친히 선재에게 리흐테르의 자서전을 보내주며 '피아노를 포기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자신에게 관심의 끈을 놓지 않는 혜원을 향한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던 선재는 당장 혜원에게 달려가 그녀에게 키스를 한다. 


젊고 잘생기고 재능있는 선재가 싫진 않지만, 그 때문에 자신이 그간 힘들게 이루었던 노력들이 물거품될까봐 전전긍긍하던 혜원은 자신을 향한 선재의 마음을 애써 뿌리치고자 한다. 하지만 포기할 줄 모르는 선재의 구애에, 결국 혜원도 이성적인 판단은 잠시 접어둔 채, 오랫동안 잊었던 사랑의 감정을 재확인하고자 한다. 그리고 드라마는 혜원이 아들뻘 선재에게 급격히 빠질 수 밖에 없었던, 겉만 화려하지 속은 까맣게 타들어간 상류층의 어두운 이면을 세심하게 조명한다. 







선생과 제자가 아닌, 연인으로서 진전된 혜원과 선재의 관계의 정당성을 보여주기 위해, 두 사람의 캐릭터 설정에 큰 공을 들이긴 했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기도 한다. 과연 혜원과 선재가 서로에게 품는 감정은 사랑일까. 아님 각자 가지고 있지 못한 것들에 대한 열망 혹은 결핍일까. 


피아니스트가 꿈이었지만 건초염 때문에 피아노를 그만두고,  재벌 딸 서영우(김혜은 분)와 호스티스 출신 재벌 후처 한성숙(심혜진 분)의 더러운 치닥거리까지 마다하지 않으며 상류층의 편입을 강하게 희망하는 혜원은 여전히 피아노를 놓지 못한다. 그래서 자기 대신 피아노를 더 잘 칠 수 있는 영재를 발굴하면서 자신이 이루지 못한 지난 꿈에 대한 대리만족을 느끼고자 한다. 혜원에게 선재는 한 때 피아노 밖에 몰랐던 자신의 순수했던 과거로 잠시 돌아가게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비교적 현실적이고 속물적인 방식으로 선재를 통해 일시적으로나마 순수함을 회복하고자하는 혜원의 욕망과 달리, 혜원을 품고자하는 선재의 감정의 발로는 명확하지 않다. 가장 힘들 때 자신을 이끌어준 상대에 대한 고마움, 불우한 환경으로 인한 모성애의 결핍, 또래보다 훨씬 높은 정신연령,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피아노 연주를 공유하며 마음을 터놓고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혜원을 여인으로서 가슴에 품은 선재의 입장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는 있겠다. 


그러나 여전히 또래가 아닌, 엄마뻘 여성인 혜원을 연인으로 택한 선재에게 적잖이 의문이 남는다. 과연 세상 물정에 때가 덜 탔다는 선재의 순수함만으로 혜원과 선재의 관계를, 돈으로 끈끈하게 맺어진 영우와 젊은 호스티스와 관계보다 더 아름답게 포장할 수 있을까. 나름 혜원과 선재의 특별한 사랑에 설득력있는 의미를 부여하고자하나, 그럼에도 어딘가 모르게 미심쩍게 다가오는 또다른 불륜 이야기가 사뭇 불편하면서 궁금하다. 그래도 안판석PD는 특별한 색채없이 자극적인 불륜만 울궈먹는 보통의 드라마와 달리 허를 찌르는 이야기를 보여줄 것 같다는 믿음 하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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