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방영한 tvN 드라마 <갑동이> 12회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놀라운 반전이 일어나고야 말았습니다.
바로 일탄경찰서 강력계 계장으로 하무염(윤상현 분)의 든든한 조력자였던 차도혁(정인기 분)이 하무염이 그토록 찾던 갑동이였다는 것이죠.
차도혁 역을 맡은 정인기가 그동안 친근하면서도 선한 이미지로 사랑받은 배우였기 때문에 연쇄 살인마로의 변신이 적잖은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갑동이 찾기가 많은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것 만큼, 아직 8회 정도 남은 시점에서의 갑동이 정체 공개는 향후 전개에 대한 우려를 자아낼 법도 합니다.
하지만 갑동이는 찾았지만, 갑동이 찾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네티즌 수사대에 따르면, 갑동이는 차도혁 외에도 더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거든요. 이미 <갑동이> 초반에 “갑동이는 여러 명일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한 때 갑동이를 열렬히 추종했던 류태오(이준 분)처럼 자기가 갑동이라고 주장하는 무서운 존재들도 꽤나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구요.
그러나 갑동이가 여러 명 더 있다는 근거는 차치하더라도, 12회만에 진범을 공개한 <갑동이> 제작진의 속내가 궁금할 법도 한데요. 사실 <갑동이>를 관심있게 지켜보신 시청자 분들이라면 <갑동이>는 갑동이 찾기 외에도 여러가지 이야기가 참 많은 드라마라는 점을 잘 아실거예요.
<갑동이>의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갑동이가 저질렀을 것으로 추정되는 ‘일탄부녀자연쇄살인사건’과 깊게 관련되어있습니다. 아버지가 억울하게 갑동이로 몰려, 어린 시절 동자승으로 살아야했던 하무염은 여전히 자신의 아버지를 갑동이로 믿고 있는 양철곤(성동일 분)을 뼛속까지 증오합니다.
아무래도 <갑동이>가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드라마인만큼, 마찬가지로 같은 사건을 영화한 <살인의 추억>이 자연스럽게 연상되곤 하는데, 아마 하무염은 <살인의 추억>에서 송강호가 맡았던 박두만의 20년 뒤 모습이 아닐까 싶네요.
흥미로운 점은 <갑동이>에서는 잔인한 연쇄살인사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와 갑동이를 동경하여 모방 범죄도 서슴지 않고 일으키는 추종자도 등장합니다. 갑동이로 의심받다가 결국 갑동이가 되어버린 의외의 피해자도 존재하구요. 그래서 <갑동이>를 끔찍한 살인 사건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아픔, 범죄 사건을 다루는 미디어의 양면성, 무죄추정원칙을 지키지 않고 무조건 범인잡기에만 급급한 현실을 꼬집는 드라마로 보는 시선도 있지요.
갑동이 트라우마에 걸린 이들의 아픔을 설득력있게 다루는 내용도 일품이지만, 배우들의 열연도 나날이 화제를 모으는 <갑동이>인데요, 호환마마도 무서워 도망간다는 양철곤 역의 성동일, 자신의 정체를 꽁꽁 잘 숨긴 차도혁 역의 정인기, 여전히 정체가 의심스러운 한상훈(강남길 분)과 전조(장광 분)까지. <갑동이>에는 적지 않은 연기지존들이 드라마를 탄탄하게 빛내고 있지요.
하지만 그 중에서도 싸이코패스의 절정을 보여주는 이준의 탁월한 표현력은 수많은 시청자들의 오금을 지리게 하였지요. 그동안 재미있고 친근한 아이돌로 큰 사랑을 받았던 이준의 재발견이라고 할까요. 갑동이 찾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오늘날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며 큰 사랑을 받는 <갑동이>의 인기비결에는 단연 천의 얼굴 이준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이 한 몫을 하지 않았을까요.
앞서 말했지만, <갑동이>는 갑동이 찾기가 전부가 아닌 드라마입니다. 갑동이 때문에 모든 것이 망가진 사람들의 가슴아픈 이야기. 그래서 갑동이 진범이 드러나도 계속 다음회가 궁금해지는 미스터리 감성 추적극 tvN <갑동이>는 금, 토 오후 8시 40분 방송입니다.
CJ E&M 블로그 Enjoy & Talk (http://blog.cjenm.com/2838)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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