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예능전망대

무한도전 응원단이 흘린 뜨거운 눈물. 결과적 실패에도 의미있게 다가온 브라질 월드컵 특집

반응형

2014 브라질 월드컵을 맞아 2006 독일 월드컵 이후 8년만에 공중파 3사 모두가 월드컵 중계권을 가지게된 KBS, MBC, SBS(2010 남아공 월드컵은 SBS 단독 중계)는 각 방송국의 대표 예능을 내세워 월드컵 분위기를 띄우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MBC 간판 예능인 <무한도전>은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노홍철, 하하 전 출연진들과 배우 손예진, 정일우, B1A4 바로 등이 응원단을 꾸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월드컵 예선전을 치루는 브라질로 직접 날아가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만약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16강에 진출했다면, 그야말로 월드컵 특수를 톡톡히 누릴 수 있었던 좋은 기회로 작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27일(한국시각) 벨기에전을 끝으로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16강 진출이 좌절되었기에, 월드컵 특집을 야심차게 준비한 각 방송국의 전략은 KBS 축구 해설위원 이영표의 말을 빗대어 모두 ‘실패’가 되어 돌아왔다. 





이미 16강 진출 좌절이라는 냉정한 현실을 애써 받아들이고 모두가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었던 28일 저녁. 지난 23일(한국 시각) 있었던 그리 유쾌하지 않은 기억을 되새김질 하는 것은 <무한도전> 측도 상당히 부담으로 다가온듯 하다. 그래서 <무한도전>은 출연진들이 브라질 현지 경기장에서 알제리전을 응원하는 장면은 최소화하고, 대신 출연진들이 경기 관람 전 브라질에서 보낸 시간들을 드러내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다. 


그리 각인하고 싶지 않은 결과를 다시 슬그머니 꺼낸다는 것 자체가 내키지는 않겠지만, 이미 많은 제작비를 들여 촬영해놓은 분량이 있고 오랜 녹화와 장거리 비행에 지친 출연진과 스태프가 새로운 녹화분을 찍을 수는 없는 법. 그리고 이번 브라질 월드컵 응원 프로젝트를 대대적으로 협찬한 업체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브라질에서만 맛볼 수 있는 악어고기로 몰래카메라를 촬영하고, 악어들이 우글대는 밀림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미니판 ‘정글의 법칙’을 찍고 복불복으로 브라질 리우의 유명한 예수상을 관광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무한도전>팀은 방송시간이 1시간이 훌쩍 지나서야 그들이 가는데만 하루이상 걸린다는 브라질로 간 진짜 목적과 맞닥뜨리게 된다. 


이미 28일 방영한 <무한도전>을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그 당시 에스타디오 베이라히우에서 일어난 결과까지 모두 알고 있던 상황. 그래서 태극 전사들의 승리를 기원하며 비장하게 경기장에 들어선 출연진들의 설레는 표정을 보는 순간 여러가지 만감에 교차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당시에는 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과와 정면으로 부딪친 출연진들은 일제히 안타까운 눈물을 흘린다. 후반전 들어 손흥민의 만회골이 터지긴 했지만 상대팀이 벌어놓은 상당한 격차를 줄이기에는 턱없이 역부족이었다. 





이미 승부가 알제리로 확실히 기울였던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한도전>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대한민국 대표팀을 응원하는 출연진들의 모습을 묵묵히 카메라에 담는다. 힘들 때 같이 울어줄 수 있는 것 또한 응원이라면서 말이다.


지난 23일 알제리전 패배 이후, 홍명보 감독의 선수 기용 문제점 및 전략 실패를 거론하던 여론의 화살은 곧이어 과도할 정도로 월드컵 특수에 총력을 기울었던 공중파 3사에게 향한다. 브라질 현지까지 달려가 응원을 펼친 <무한도전>도 예외가 아니었다. 





‘세월호 참사와 잇딴 정부 인사 파동으로 나라 전체가 뒤숭숭한 판국에 구태어 많은 돈을 들여 브라질까지 가서 월드컵을 응원하나?’는 곱지 않은 시선부터, 설상가상 한여름밤으로 끝난 16강 진출 좌절까지. 잘못한 것이 있다면 작년부터 장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월드컵 응원 프로젝트를 기획한 죄밖에 없는 <무한도전>은 그렇게 쓸쓸하고 처량하게 여론의 직격탄을 맞아야했다. 


결국 <무한도전>은 물론이거니와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한 월드컵 중계에 열을 올린 방송국, 그리고 새벽잠도 포기하고 목놓아 대한민국을 외쳤던 국민들에게 적잖은 상처만 남긴 대한민국 대표팀의 월드컵은 쓸쓸히 막을 내렸다. 





실력보다도 인맥에 의해 움직이는 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모순을 압축하여 보여주는 것 같은 속칭 ‘의리 축구’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난 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브라질 월드컵의 선수 선발과 전술 운용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과 별개로, 국가대표로서 최선을 다한 선수들, 그리고 그들과 한마음 한 뜻으로 응원한 국민들에게 지금 필요한 한마디는 “수고하였습니다.”라는 따뜻한 위로다. 결과적으로 실패로 기록될 <무한도전>의 브라질 월드컵 응원 특집은 이렇게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든 이들을 응원하는 말로 끝을 맺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