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전망대

신의 한 수. 정우성만을 위한 영화가 아닌 멀티 캐스팅의 좋은 예

반응형

조범구 감독, 정우성, 이범수, 안성기, 김인권, 이시영 주연의 <신의 한 수>는 내기 바둑을 소재로 한 액션 영화다. 





영화를 구성하는 전체 틀은 복수다. 어리숙한 프로바둑기사 태석(정우성 분)은 내기 바둑에 빠진 형의 부탁으로 원격 조정으로 바둑을 두다가 실수로 형을 죽음으로 몰고, 설상가상 형을 죽인 살해범으로 몰려 감옥에 간다. 


형의 복수를 위해 교도소에서 싸움을 연마하며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사회로 돌아온 태석의 성장은 한 편의 만화를 보는 것 같다.(그런데 <신의 한 수>는 만화 원작이 없는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다) 





정우성, 이범수, 안성기, 김인권 등 화려한 멀티 캐스팅을 자랑하지만, 영화는 철저히 정우성이 맡은 태석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나머지 주요 캐릭터들은 태석의 복수대상(살수(이범수 분), 왕사범(이도경 분), 선수(최진혁 분), 아다리(정해균 분)과 태석의 조력자(주님(안성기 분), 꽁수(김인권 분), 허목수(안길강 분)로 철저히 분리된다. 여기서 피치못할 사정으로 살수가 운영하는 범죄조직에 강제적으로 가담하게 되었으나 태석을 사랑하게 되는 배꼽(이시영 분)이  추가된다. 


태석, 태석의 조력자, 태석의 적. 이렇게 이야기가 흘려가다보니, 주인공 태석을 비롯한 대다수의 캐릭터가 지극히 평면적이다. 대표적인 예를 꼽자면, 이범수가 맡은 범죄 조직의 리더 살수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태생 자체가 비열하고 극악무도한 인물이고, 김인권이 연기한 꽁수는 그간 한국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전형적인 감초다. 





새로울 것 없이 자칫 뻔하게 다가올 수 있는 각각의 캐릭터에 생기를 불어넣은 것은 배우들의 열연이다.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캐릭터는 단연 복수의 중심에 서있는 태석이다. 


바둑이면 바둑, 싸움이면 싸움. 단번에 여심을 사로잡는 수려한 외모. 이 모든 것을 갖춘 태석은 눈빛과 몸짓만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그래서 <신의 한 수>는 태석 역을 맡은 정우성의, 정우성에 의한, 정우성을 위한 영화다. 





하지만 <신의 한 수>를 오직 정우성만 보이지 않는다. 태석의 복수를 도와주거나 혹은 태석의 복수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캐릭터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하게 지키며 막강한 시너지를 발휘한다. 


그래서 그런지, <신의 한 수>는 다소 진부한 오프닝, 마치 성인 만화를 보는 것 같은 빈틈 많은 서사구조에도 불구하고 오락 액션 영화로서 비교적 준수한 완성도를 보인다. 





태석을 제외한 나머지 캐릭터들의 사연을 최소화하고 철저히 태석의 이야기에 집중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석 중심에 소모되지 않고 독특한 개성을 발휘하는 인물 군상의 조화는 요즘 충무로 기획 영화의 대세인 멀티 캐스팅의 잘 된 예의 하나로 기억될 듯하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