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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무한도전 토토가. 우리 모두가 주인공이었던 90년대 시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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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무한도전-토토가>)에서 특별MC로 등장한 이본은 90년대 당시 함께 활동했던 인기 가수들이 한무대에 있는 모습을 본 순간 아무말 없이 눈물만 흘린다. 다시는 못볼 줄 알았던, 오랜시간 혼자서 그리워했던 옛 친구들을 만난다는 반가움과 문득 떠오르는 옛 추억이 항상 당당하고 도도할 것 같았던 이본에게서 여린 눈물을 쏟게 만든 것이다. 





이날, 20여년 전 못지 않게 무대 위에서 화려하고도 열정적인 에너지를 쏟아붓던 90년대 가수들을 보고 눈물 쏙 뺀 것은 이본, 그리고 함께한 가수들, <무한도전> MC진뿐만이 아니었다. 1990년대를 살았던 이들 모두 잠시나마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게 되어서 행복한 시간들. <무한도전-토토가>는 90년대를 지나, 2014년 끝자락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를 위한 무대였다. 


1990년대 대중문화를 추억하고자하는 콘텐츠는 많았다. 하지만 <무한도전-토토가>처럼 1990년대를 주름잡았던 가수들이 오롯이 주목받고 폭발적인 반응을 나타낸 적은 그리 많지 않았다. tvN <응답하라1997>, <응답하라 1994>를 통해 드라마 속에 나오는 90년대 노래들이 잠시나마 관심을 끌긴 했지만, 그것이 1990년대 가수들을 2010년대 트렌드의 주류로 끌어모을 수는 없었다. 어디까지나 그들은 1990년대 큰 사랑을 받았고, 그들의 노래를 들으면 그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옛 가수들이었다. 





하지만 <무한도전-토토가>는 90년대를 빛낸 가수들을 대중가요사 한 켠을 장식하는 ‘전설’로만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014년 한복판으로 끌어들인다. 약 20여년 만에 다시 대중들 곁에 돌아온 가수들은 더 이상 보기만 해도 눈이 부시는 오빠, 언니들이 아니었다. 세월이 야속하게도 1995년 데뷔 당시, 현란한 각기춤으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김정남은 무대 위에서 춤을 추는 것조차 힘들어보이는 중년의 아저씨가 되었고, 1997년 당시 요정 그 자체였던 SES의 슈는 세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터보 탈퇴 이후 생활을 위해 밤무대 행사를 전전하였다는 김정남은 18년 만에 김종국과 함께 터보의 이름으로 다시 서게되는 <무한도전-토토가> 무대에 앞서, 다시는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고 소회를 밝힌다. 한동안 엄마로서 살아온 자신에게 다시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주어서 진심으로 고맙다는 슈, 영화 촬영으로 바쁜 와중에도 <무한도전-토토가>에 한걸음 달려와준 엄정화까지. <무한도전-토토가>는 찬란했던 1990년대의 영광을 뒤로하고, 여전히 스테이지 위에 몸을 맡기며, 대중들과 함께 호흡하고 싶은 가수들의 꿈을 이루게 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이날 무대의 주인공은 오랜만에 에너지를 쏟아부으며 옛 노래를 열창하는 가수들만이 아니었다. 18일 공연 당시 90년대를 새록새록 떠올리게 하는 의상을 기꺼이 착용해주며, 가수들의 노래와 춤을 따라부르며 열렬히 환호해주는 관객들, 그리고 TV로 이 광경을 지켜보는 시청자 모두 한 마음 한뜻으로 90년대 찬란했던 추억 속으로 빠져들 수 있었다. 


완벽한 1990년대로의 시간 여행을 위해 무대 연출은 물론이거니와, 1990년대 후반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MBC <아름다운 TV 얼굴> 속 연예인 셀프 카메라 방식을 통해 대중들이 가수들에게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게한 <무한도전> 측의 세심한 디테일로 한몫하긴 하였다. 





하지만 18년 만에 재결합한 김정남, 김종국 터보, 10 여년 만에 돌아온 지누션의 완전체를 보는 순간, 울컥한 감정이 앞서고,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슈의 눈물에 나도 모르게 눈가가 촉촉한 것은 우리가 한 때 사랑했지만, 다시는 볼 수 없었던 그 시절, 그 모습으로 돌아간 것 같은 반가움과 아련함이 우리를 더욱더 <무한도전-토토가>에 흠뻑 빠지게 한 것은 아닐까. 


90년대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고 많은 추억을 공유했던 스타들을 다시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던 <무한도전-토토가> 다음 무대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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