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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매드맥스-분노의 도로. 리메이크 한계 극복한 새로운 명작 시리즈가 탄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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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만에 리부팅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로 돌아온 조지 밀러 감독이 제대로 칼을 갈았다. 스토리, 연출, 액션, 촬영, 편집 등 모든 면에서 감각적이고 박진감 넘치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최근 나온 액션 블록버스터와 비교해봐도 ‘발군’이었다. 





더 이상 새로운 히어로와 액션물이 나오지 않는 할리우드에서 과거 대중들 사이에서 큰 반항을 얻었던 시리즈물을 어떻게 새롭게 포장하여 내놓는가는 할리우드 생명연장과 직결된 화두로 떠오른지 오래다. 하지만 배트맨(<다크나이트>), <스타트렉: 다크니스> 외에 21세기 할리우드 첨단 기술로 스크린으로 재소환된 과거 히어로들과 블록버스터들은 비평과 흥행면에서 예전처럼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원작의 명성에 미치지 못하는 리메이크작이 범람하는 할리우드에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또한 과거의 영예에 기댄 그런저런 범작으로 그칠 공산이 높아보였다. 


하지만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원작인 <매드맥스> 시리즈와 같으면서도 다른 이야기이다. <매드맥스>(1979) 성공 이후 만들어진 <매드맥스2>(1981), <매드맥스3>(1985) 처럼 ‘포스트 아포칼립스(대재앙 이후의 세계)’의 세계관을 다루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전작들과 다르게 여성 히어로 퓨리오사(샤를리즈 테론 분)을 전면에 내세운다. 


건장한 남성들이 즐비하는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들중에서도 단연 마초성향이 강하다고 알려진 <매드맥스> 시리즈에서 남성을 압도하는 여걸의 등장은 오랜 세월 <매드맥스> 시리즈를 사랑한 관객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다. 이는 30년 전과 비교해봤을 때 현격히 높아진 여권 신장을 반영하는 결과물로도 해석할 수 있지만, 자타공인 <매드맥스> 원톱 맥스(톰 하디 분)과 카리스마, 지략, 액션 등에서 동등한 능력을 발휘하는(어떤 면에서는 맥스보다 앞서는) 여성 사령관의 등장은 두고두고 낯설다. 





그러나 스토리 전체를 놓고 봤을 때, 맥스가 아닌 퓨리오사에 초점을 맞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그야말로 최상의 선택이었다. 


지구상에 얼마 남지 않은 물과 기름을 차지한 독재자 임모탄 조에 맞서 반란을 일으킨 퓨리오사는 그가 아끼는 여인들과 함께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한다. 임모탄이 그녀들을 아끼는 이유는 그들의 아름다운 용모에 매료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종족 번식을 가능케하는 건강한 몸을 가졌기 때문이다. 


출산이 가능한 여성의 몸은 인류가 탄생했을 때부터 생명을 상징하는 절대 숭배의 대상이었다. 인류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절망적인 순간에 ‘종족번식’이라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에 절대적인 가치를 부여한 임모탄은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성의 몸에 집착한다. 자신에게 절대복종할 수 있는 새로운 인류 ‘워보이’를 만들고, 자신의 혈통을 가진 아이에게 자신이 세운 왕국을 물러줌으로써 대대손손 인류를 지배하고픈 야심. 임모탄의 계획은 원대하면서도 치밀했다. 





하지만 임모탄의 독재에 반발한 퓨리오사는 임모탄의 아이를 잉태한 여인들과 함께 그의 왕국을 떠난다. 임모탄의 손아귀에서 좌지우지될뿐, 미래가 없는 왕국이 아닌 ‘녹색의 땅(어머니의 땅)’에서 새로운 삶을 그리던 그녀들의 탈주는 꿈으로 끝난다. 그러나 절망만이 가득한 세상 속에서도 녹색의 땅으로 향하는 끈을 놓지 않았던 퓨리오사의 집념은 희망없는 시대, 임모탄의 노예로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티던 인류에게 새로운 희망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시대. 30년 전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매드맥스> 시리즈를 21세기의 감성에 맞게 새롭게 재단장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원작과 비교해봐도 손색없는 완성도를 자랑한다. 맥스를 능가하는 퓨리오사처럼 원작을 능가하는 위용으로 우리 곁으로 다가온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우수한 스토리 짜임새와 연출로 아무리 잘해도 원작을 뛰어넘기 어렵다는 리메이크의 한계를 완벽히 극복한 새로운 <매드맥스> 시리즈는 이제 막 시동을 걸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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