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진 강수지 연애 특수 맞은 불타는 청춘이 중년의 사랑과 일상을 그리는 법

지난 리우 올림픽 동안 무더기 결방된 SBS <불타는 청춘>은 그 사이 큰 경사가 있었다. 바로 <불타는 청춘>의 고정 멤버 김국진과 강수지의 열애 소식이었다. 지난 4일 한 연예매체를 통해 보도된 두 사람의 열애 소식은 수많은 네티즌들을 환희에 들뜨게 했고, 놀랍게도 이 날은 <불타는 청춘>의 녹화날이기도 했다. 그리고 <불타는 청춘>은 두 사람의 연애를 프로그램 소재로 적극 활용한다. 

김국진, 강수지 열애 보도 이후 첫 방영인 23일에 이어 30일에도 역시 <불타는 청춘>의 최고 화두는 김국진과 강수지였다. 그도 그럴 것이, 40대 이상 남녀 싱글 스타가 모여, 함께 시간을 보내는 프로그램에서 연인이 된 김국진과 강수지는 이들의 꿈이자 희망이다. 그리고 ‘가상 커플’이 등장하는 수많은 연애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중에서 처음으로 나온 진짜 커플이다. 

지난해 <불타는 청춘> 초기 때부터 김국진과 강수지는 프로그램 마스코트 커플로 활약해왔다. 모두 김국진과 강수지 보고 잘 어울린다고 했고, 내심 두 사람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을 은근슬쩍 비추기도 했다. 하지만 <불타는 청춘>은 방송일 뿐이고, 그 외에서 두 사람 사이의 감정까지 제3자가 왈가왈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또한 <불타는 청춘>은 가상 커플이 아니라, 싱글 스타들이 한데 어울려 우정을 나누는 컨셉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유독 잘 어울리는 김국진과 강수지도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좋은 선후배로 부담없이 보일 수 있었다. 

김국진, 강수지라는 연애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사상 첫 공식 커플이 나왔다는 ‘대박 사건’이 있었지만, <불타는 청춘>은 비교적 침착했다. 당연히 <불타는 청춘> 출연진들 사이에서도 김국진, 강수지 이야기가 제일 화제 였고, 시청자들과 함께하는 인터넷 방송 진행 특성상, 그들이 제일 궁금해하는 김국진, 강수지 이야기를 해야하는 상황 이었지만, 그 외에 <불타는 청춘>은 두 사람의 연애 언급은 최소화하고, 다른 출연진들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불타는 청춘>의 출연진들 중에는 결혼을 한번도 하지 않은 사람도 있고, 헤어짐의 아픔을 겪은 사람도 있다. 이들이 싱글로 사는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나이도 나이이거니와, 함께 사는 가족, 개인적으로 겪은 상처 등을 이유로 이들이 새로운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상당히 조심스럽다. 많은 사람들이 내심 잘되길 바랐던 김국진과 강수지도 섣불리 부추길 수 없었던 건, 그런 이유가 가장 컸다. 

출연진들 간의 연애를 장려하고, 그런 분위기를 조성 하긴 하지만, 강요하지 않는 <불타는 청춘>은 프로그램 기획의도 그대로, 비슷한 또래들이 함께 MT를 떠나는 것 같은 친근 하고도 편안한 만남을 이끈다. 그 속에서 출연진들은 자연스럽게 마음의 문을 열고, 20대에는 바쁜 연예 활동으로 미처 즐기지 못했던 청춘을 마음껏 불태운다. 

하지만 어느덧 불혹의 나이로 접어든 이들은 연예인 친구들과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도 ‘책임감’을 잃지 않는다. <불타는 청춘> 이후 방송 섭외가 물밑듯이 들어오고 있지만, 복귀 이후 첫 방송인 <불타는 청춘>에 집중하고 싶다는 구본승의 다짐 부터,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식사 준비를 척척 해내고, 자식의 미래에 대해서 고민하는 강문영의 등장은 이제 그들이 과거 화려한 조명 속에 빛나는 스타가 아니라, 생활인으로서 중년의 무게감을 보여 준다. 

지난날 시대를 풍미한 스타들도 보통의 또래들과 다를 바 없는 일상을 보여주는 <불타는 청춘>은 그래서 그 속에서 펼쳐지는 사랑도, 우정도, 먹고 사는 모습도 한결 자연스럽다. 김국진, 강수지 연애라는 특수를 맞긴 했지만, <불타는 청춘>이 화요일 예능 최강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편안함에 있었다. 어쩌면 김국진과 강수지가 <불타는 청춘> 동반 출연 이후, 연인 관계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서로의 만남을 장려하되, 비슷한 또래들과 어울리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지도록 유도하는 프로그램 분위기에 있지 않았을까. 연애 버라이어티 성격이 강하면서도, 무공해, 무자극 예능을 지향하는 <불타는 청춘>이 김국진, 강수지 연애 이후 다시 주목받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