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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복면가왕. 여러 음악 예능 프로그램 범람 속에서도 돋보이는 예능적 존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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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MBC <일밤-미스터리 음악쇼 복면가왕>(이하 <복면가왕>)이 정규편성 되었을 때만해도, <복면가왕>이 당시 최고 인기 프로그램인 KBS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제치고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방송 첫 주부터 화제를 모은 <복면가왕>은 방송 3개월만에 1위를 차지한 이래, 줄곧 동시간대 1위 자리를 놓치지 않는 MBC의 효자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 14일 방영분에는 휴가철을 맞아 시청률이 10.8%(닐슨코리아 기준)으로 대폭 하락 하기도 했으나, 평균 13%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복면가왕>이 방영하는 시간대에는 오랫동안 동시간대 1위를 지켜온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복면가왕>이 그랬듯이, 명절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방영당시 호응에 힘입어 정규편성한 SBS <일요일이 좋다-판타스틱 듀오>(이하 <판타스틱 듀오>)가 방영한다. <판타스틱 듀오> 또한 경연 프로그램을 표방하지만, 유명 가수와 일반인(혹은 가수 지망생)의 듀엣 무대 형태로 진행된다. 


<판타스틱 듀오>는 프로 가수와 일반인의 듀엣 무대가 펼쳐진다는 점에 있어서 금요일 9시 30분에 방영하는 MBC <듀엣가요제>와 기본적인 포맷이 비슷하다. 그러나 양희은, 이선희, 김건모, 윤종신, 윤미래 등 국내 최고 가수들이 경연자로 출연하는 <판타스틱 듀오>는 출연진의 면면만 봐도 그 좌중을 압도한다. 


하지만 출연 가수들의 네임 벨류가 무색하게 <판타스틱 듀오>는 정규편성된 이래, 줄곧 한 자리 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7~8%의 시청률만 기록해도, 공중파 주말 예능으로서 간신히 체면치레 한다고 볼 수 있겠지만, <판타스틱 듀오>의 최근 평균 시청률은 5%이다. 




<판타스틱 듀오>뿐만 아니라, 현재 SBS에서 방영하고 있는 주말 예능 프로그램들은 모두 5~6%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래도 <판타스틱 듀오> 이후에 방영하는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이하 <런닝맨>)은 중화권의 높은 인기로 위안을 삼는다고 하지만, 모든 주말 예능의 부진은 공중파 방송사 로서는 다소 실망스러운 성적표이다. 


그런데 SBS는 주말 예능 뿐만 아니라, 평일에 방영하는 예능 프로그램 또한 그리 큰 재미를 보지 못한다. 그나마 <정글의 법칙>, 최근 김국진과 강수진의 열애에 힘입어, 지난 23일 방영분에서 8.8%(닐슨코리아 기준)로 평소보다 2%가량 대폭 상승한 <불타는 청춘>이 간신히 체면치레를 하는 정도다. 지난 26일 첫 방영한 <다시 쓰는 육아일기!-미운 우리 새끼>이 6.7%(닐슨코리아 기준)라는 그리 나쁘지 않은 시청률과 높은 화제성을 보여줬지만, 주말 예능 못지 않게 경쟁작이 많은 시간대 이기 때문에, 그 추이를 지켜볼 필요성이 있다. 


다시 <판타스틱 듀오>로 돌아와, 방영 이래 계속 5~6%의 시청률을 맴도는 이 프로그램은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 국내 내로라하는 가수들의 노래를 TV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메리트를 가지고 있다. 분명, <판타스틱 듀오>에서 진행한 가수와 일반인의 무대는 방영과 동시에 주요 포털 실시간 검색어를 통해 화제가 되고 있고, 방송에 나왔던 무대만 따로 볼 수 있는 동영상 다시보기 시청도 높은 편이다. 하지만 1년 넘게 동시간대 1위와 높은 화제성을 유지해온 <복면가왕>에 비할 바는 아니다. 아무리 <판타스틱 듀오>에서 역대급 최고 무대가 나왔다고 한들, 주요 포털 실시간 검색어는 <복면가왕>에 경연자로 출연했던 연예인들의 이름이다. 


본래 SBS에서는 <판타스틱 듀오> 외에도 <보컬전쟁:신의 목소리>(이하 <신의 목소리>)라는 또다른 음악 예능 프로그램을 동시에 출격시켰다. 설날 명절 파일럿 방영 당시, 아마추어 가수가 프로 가수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컨셉으로 화제를 모았던 <신의 목소리>)는 10.4%(닐슨코리아 기준)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수요일 심야 시간대 정규 편성으로 안착하게 되었다. 


<신의 목소리>가 방영한 수요일 오후 11시는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가 오랫동안 정상의 자리를 유지한 시간대이다. 하지만 <신의 목소리> 제작진은 자신이 있었고,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새로운 음악 예능 강자로서의 등극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정규편성 된 이후의 <신의 목소리>는 파일럿 방영 당시 시청률의 반토막에도 미치지 못하는 평균 4~5%의 시청률을 기록 했고, 결국 지난 15일 150분간의 특별 편성을 끝으로 종영하였다. 




<복면가왕>의 꾸준한 성공을 비추어봤을 때, ‘노래 경연’은 여전히 시청자들이 좋아하고 보고싶어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소재다. 하지만 <복면가왕>의 성공 이후 줄줄이 등장한 음악 경연 예능 프로그램들은 그리 큰 재미를 얻지 못한다. 노래 경연 프로그램의 원조인 MBC <일밤-나는가수다> 이후 바로 등장한 KBS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이하 <불후의 명곡>)이 오랜 시간 토요 예능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지켜왔다고 하나, 최근에는 평균 7%대의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인터넷 상에서 높은 화제도에도 불구, 대부분의 노래 경연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좋지 못한 것은, 굳이 시간에 맞추어 TV로 시청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방송 종료와 동시에, 광고 15초만 봐주면,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무료로 그날 방송에서 화제가 되었던 무대만 골라서 감상할 수 있는데, 1시간 넘게 모든 장면을 보지 않아도 된다. 특히, <판타스틱 듀오>와 <듀엣가요제>처럼 출연 가수들의 노래만 화제가 되는 프로그램은 더더욱 ‘동영상’의 함정에 빠져들기 마련이다. 


그런데 <복면가왕>은 무대 위에서 선 가수들의 노래 뿐만 아니라, 노래를 듣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 맞추는 역할을 하는 패널 판정단이 있다. 이 패널 판정단이 하는 역할에 대해서 ‘호불호’가 엇갈리기도 하지만, 지난 7일, 14일 방영분에 패널로 등장한 하현우 처럼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호감도 높은 연예인이 특별 게스트로 참여하면, 무대보다 패널 판정단의 활약이 더 화제가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대결에서 탈락한 출연자가 스스로 복면을 벗을 때까지, 정체를 철저히 함구 시키며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가미 한 것도, <복면가왕>이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가진 장점 중 하나다. 매회 <복면가왕>을 장식하는 노래들도 화제지만, 역시 <복면가왕>이 가장 재미있을 때는, 출연자가 가면을 벗는 그 순간이다. 목소리만 듣고는 도통 감이 안잡히는 인물의 정체를 알게 되었을 때, 혹은 예상했던 그 인물이라는 것이 밝혀졌을 때 느끼는 짜릿함은 <복면가왕>의 본방 사수를 끊지 못하게 하는 절대적인 이유다. 




<복면가왕>의 성공은 기존의 경연 프로그램이 그랬듯이, 실력파 가수들의 재 발굴 무대라는 측면이 강하지만, 음악뿐만 아니라, 예능적 성격도 동시에 갖췄기 때문에 가능한 쾌거 였다. 특정 마니아 층이 아니라, 다수의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주말 예능 프로그램은 수준급 노래는 기본이요, 보통의 대중들이 지루하지 않게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는 오락적 요소도 있어야한다. 그런 점에서 노래 경연 프로그램으로서 ‘음악성’,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재미’ 모두를 다 잡은 <복면가왕>의 안정적인 주말 예능 안착은 <나는 가수다> 이후 흔해져 버린 ‘음악 경연’이란 소재도 특별하게, 재미있게 만들 수 있다는 좋은 사례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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