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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무한도전X아수라. 배우들을 위한 예능 베테랑들의 배려가 돋보인 또 하나의 레전드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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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신이 출연한 영화 개봉을 앞둔 배우들이 가장 출연하고 싶은 예능 프로그램은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이하 <런닝맨>)이다. 중화권에서의 <런닝맨>의 엄청난 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 한국에서 <런닝맨>은 몇 년째 동시간대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 꼴찌에, 비슷한 시간대에 하고 있는 MBC <일밤-진짜사나이>, KBS <해피선데이-1박2일>에 비해 화제도도 높지 않다. 그럼에도 <런닝맨>에 톱배우들이 계속 나오는 것은, 중화권에서의 인기를 의식한다기 보다, 나올 수 있는 프로그램이 <런닝맨>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전같았으면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 SBS <힐링캠프>와 같은 토크쇼에 출연하여, 약간 망가져주기만 하면 됐지만, 이미 그 프로그램들은 폐지된 지 오래고, 이제 시청자들은 TV에서 보기 힘든 유명 배우가 토크쇼에 나온다고 예전처럼 열띤 환호를 보이진 않는다. 차라리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처럼 독한 토크쇼에 나오면 모를까. 예전에 비해서는 그 수위가 현저히 낮아졌다고 하나, 김구라를 위시하여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묻는 <라디오스타>는 톱스타들이 덥석 출연하기 에는 피곤하다. 그러자니 MBC <일밤-복면가왕>에 출연하여 가면쓰고 노래를 부를 수도 없고, 며칠 군대체험해야하는 <진짜사나이>는 정말로 부담스럽고, 그러자니 안정빵으로 유재석이 이끄는 KBS <해피투게더 시즌3>가 제일 부담없이 방송에 임할 수 있는데, 그만큼 시청률과 화제도도 현저히 낮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송강호처럼 아예 TV 출연을 하지 않는 배우아니면 대부분의 배우들은 새 영화를 들고 나올 때마다 <런닝맨>으로 달려간다. 그런거보면 새 영화 홍보를 지난 24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에서 할 수 있게된 <아수라>는 큰 행운이다. 원래 <무한도전>은 <런닝맨>과 다르게 영화, 드라마 홍보를 위시한 게스트 출연이 없는 프로그램이다. 오히려 <무한도전> 시청자들은 게스트가 나오는 것보다 <무한도전> 멤버들끼리 노는 장면을 더 좋아하기 때문에, 게스트 섭외는 그 날 방영하는 미션, 특집에 걸맞게 신중하게 하는 편이다. 




물론 지난 24일 <무한도전-신들의 전쟁>에 출연한 <아수라>팀은 <무한도전>에서도 두팔 벌려 환영할 정도로 최강의 라인업을 자랑한다. 정우성, 황정민, 곽도원, 주지훈, 정만식, 김원해 같이 기라성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이 다니, 이것은 그야말로 ‘대박’이다. 그리고 <아수라>는 화려한 출연진 외에도 <무한도전>에 나올 명분이 있다. 지난해 방영 했던 <무한도전-무한드림>에서 막내 스태프의 기지로 단돈 12만원에 영화를 전국의 <무한도전> 시청자들에게 널리 알릴 수 있었으니, 이제는 배우들이 직접 나설 차례다. 


<아수라>도 어렵게 <무한도전>에 출연한 만큼, 정우성, 황정민, 곽도원 등 평소 예능에서 보기 힘든 톱배우들이 모두 출연하는 성의를 보였다. 특히 곽도원은 이번 <무한도전>이 첫 예능이라고 할 정도로, 정우성, 황정민보다 TV에서 정말 보기 어려운 배우다. 다른 출연진들도 곽도원보다 예능에 몇 번 더 나왔을 뿐이지, 예능에 친숙한 캐릭터들은 아니다. 




하지만 <아수라>팀은 최선을 다했고, 망가짐도 주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무 맥락없이 이들이 망가짐을 자처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무한도전-신들의 전쟁>은 배우들의 코믹한 면모보다 그들이 가진 남다른 비주얼과 아우라를 전적으로 부각시키는 특집이었다. 예능이 전혀 익숙하지 않은 배우들을 위해서 예능 베테랑인 <무한도전> 멤버들이 일찌감치 멍석을 깔아주었고, 그러한 배려와 편안한 분위기 하에 <아수라>팀은 마음 놓고 예능에 임할 수 있었다. 그동안 영화에서 보여 줬던 진지하고도 악독한 캐릭터와 달리, 시종일관 수더분한 자세로 연예인 아닌 애청자 모드로 <무한도전>에 임했던 곽도원이 더욱 돋보였던 것은 이 때문이다. 




예능 출연이 낯선 배우들을 돋보이기 위해 <무한도전> 멤버들은 기꺼이 자신들을 내려놓았다. 잘생김으로 유명한 정우성과 자신들의 외모를 대비 시키며, 그의 우월한 포스를 철저히 활용한다. 영화가 개봉할 때만 TV에 얼굴을 비추는 배우들의 신변잡기 혹은 감성팔이 토크쇼가 더 이상 먹히지 않는 것처럼 웃기지도 않는데 억지로 웃기려고 하는 것 또한 사양되고 있는 시대다. 차라리 배우들의 부족한 예능감을 인정하고, 그에 맞게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진행하는 것이, 게스트도 살고 프로그램도 살 수 있는 최선이다. 


물론 이것은 아무 프로그램이나 되는 것이 아니다. <무한도전>에는 예능 초보도 마음 편안히 예능에 임할 수 있게 배려해주고, 이끌어주는 유재석이 있었고, <무한도전-신들의 전쟁>은 이러한 유재석의 장기가 전적으로 빛났던 한 회 였다. 뛰어나게 잘생겼지만, 예능감이 부족한 정우성을 위해 유재석은 평소 잘 벗지 않는 안경까지 얼굴에서 내려놓는다. 이는 그동안 여러 예능에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외모 비하가 아니었다. 유재석은 수많은 대중들의 호감과 선망을 동시에 받는 이 시대 최고의 스타다. 그런 그가 게스트들을 위해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마음껏 놀 수 있는 판을 짜주니 <무한도전>에 쉽게 어울리지 못할 것 같았던 정우성 또한 마음 놓고 근본없는 막춤을 추며 <무한도전>에 자연스럽게 동화된다. 




유재석의 매직은 <무한도전-신들의 전쟁>처럼 톱스타들이 나오는 경우 뿐만 아니라, <무한도전> 혹은 그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예능 스타로 거듭나고 싶은 연예인, 대중들에게 인지도가 높지 않은 신인 모두에게 적용된다. 정우성, 황정민, 곽도원, 주지훈 등 톱배우들이 나온다고 특별히 다를 것은 없었다. 단지, <무한도전>이 늘 그랬던 것처럼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들이 한데 어울려 재미있게 놀았을 뿐이다. 




정우성의 비주얼에 호들갑을 떨면서도, 이를 거부감없이 프로그램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게 하는 <무한도전> 멤버들의 재치와 센스. 예능감은 부족하지만 대신 가만히 있어도 뿜어져 나오는 포스는 엄청난 톱스타들을 적재적소 활용한 <무한도전-신들의 전쟁>이 레전드로 남을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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