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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올 리브 올리브'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일상에서 바라본 민중의 세계사 3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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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민중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올 리브 올리브(All Live, Olive, 2016)>가 어떤 영화인지 소개하기 이전에, 팔레스타인을 바라보는 대부분 사람들의 시선에 대해서 간단하게나마 복기할 필요성이 있겠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차치하더라도, 한국 사람들에게 팔레스타인은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지역일까.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에 의해 영토를 빼앗긴 비운의 나라인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 이상 관심은 가지 않는다. 지난 2014년 있었던 이스라엘 가자지구 침공에 몇몇 한국 네티즌들이 분노를 표한 적은 있었지만 그 뿐이었던 것 같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에 대한 서방 세계의 암묵적인 지지 속에서, 이스라엘 침공에 무너지는 팔레스타인 민중들의 이야기는 대규모 공격을 제외하곤 늘 수면 아래로 가라 앉곤 한다. 


역사는 언제나 승자의 관점에서 기록되고, 그 이면에 보이지 않는 실체들은 서서히 잊혀지게 된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민중들을 억압하고 그들의 터전을 빼앗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선조 때부터 살았던 땅에 대한 기억을 완전히 말살시키기 위함일 것이다. 이스라엘 측의 무자비한 팔레스타인 민족 탄압은 흡사 일제강점기 말기, 조선 사람들에 대한 일본의 민족 말살 정책을 떠오르게 한다. 이스라엘은 어떻게든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머리와 가슴 속에 생생히 살아있는 땅에 대한 기억, 더 나아가 민족애를 지우고자 한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이 강화될 수록, 이스라엘에 대한 팔레스타인 민중들의 적대감은 더 커지기 마련이다. 


민중의 세계사 프로젝트 일환으로, <오월애>(2010), <웰랑 뜨레이>(2012)에 이어 <올 리브 올리브>를 완성한 김태일, 주로미 감독은 그의 전작에서도 그랬듯이 민중의 관점에서 역사와 현상을 보고자 한다. 이스라엘에 억압받는 팔레스타인 민중들의 삶을 다루면서,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스라엘 측 입장을 다루지 않았다는 의견도 제시될 법도 하지만, 현재의 세계사가 이스라엘 관점에서 쓰여지고 읽혀지는 마당에 한 두 명은 팔레스타인 사람들 입장에서 그들의 역사를 기술하는 시도도 나쁘지는 않다.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인터뷰와 일상 생활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내는 <올 리브 올리브>는 대놓고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규탄하거나 섣불리 비난하려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자신들의 삶을 ‘지붕없는 감옥’이라고 일컫는 팔레스타인 민중의 삶에 깊숙이 들어간 카메라만 봐도 지금도 팔레스타인 곳곳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투쟁을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은 뚜렷하다. 서안지구 내 작은 도시에서 거주하는 워킹맘 위즈단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강자에 의해 나라 잃은 약자들의 설움,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한숨, 자신의 이웃과 친구들이 죽어가는 아픔과 분노들이 곳곳에 스며 든다. <올 리브 올리브> 카메라가 만난 팔레스타인 사람들 중에는 이스라엘의 영토 점령 자체를 반대하는 강경파도 더러 있지만, 대체적으로 그들이 원하는 것은 할아버지, 아버지가 살았던 땅에서 올리브 나무를 키우면서 가족, 친구들과 살아가고 싶은 지극히 소박하고 작은 꿈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70% 이상은 올리브 나무를 재배 하면서, 거기에서 나온 수확물을 주 소득원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이스라엘 측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올리브 나무를 심고 가꾸는 것조차 못마땅하게 여긴다. 땅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갈 수 있는 곳은 난민촌 뿐이요, 가난으로 뒤덮인 난민촌에서 딱히 할 일이 없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저항 뿐이다. 이스라엘 군의 온갖 박해 에도 불구 팔레스타인 땅에 뿌리내리고 무럭무럭 자라는 올리브 나무처럼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자기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자식, 후손들도 팔레스타인 땅에 뿌리 내리고 살기를 간절히 원한다. 일제강점기의 민족 말살 정책이 실패로 끝났 듯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억압하고 그들의 정신을 말살하려고 고군 분투할 수록, 팔레스타인 민중들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올 리브 올리브>는 김태일 감독과 그의 아내 주로미 감독, 그리고 두 감독 사이에서 태어나고 자란 김상구, 김송이가 연출, 구성, 촬영, 편집 등을 도맡아서한 가족 공동체 제작 영화다. <오월애> 당시 아빠, 엄마 손을 잡고 광주에 내려온 어린이 김상구와 김송이는 이제 어엿한 어른이 되어 아버지 김태일의 원대한 프로젝트를 함께 만들어가는 동반자로 성장을 거듭한다. <오월애>, <웰랑 뜨레이>를 거쳐 <올 리브 올리브>를 통해 김태일 감독 가족이 운영하는 상구네 필름의 변천사를 찾아보는 것도 그들의 영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재미다. <올 리브 올리브>로 민중의 세계사 3부작을 완성한 상구네 필름은 민중의 세계사 10부작을 함께 만들겠다는 목표를 향해 정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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