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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억지 짝짓기 놀이에 심취한 '미운 우리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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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파일럿으로 첫 선을 보이던 시절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 비중있게 다뤄진 내용은 아들들의 소개팅이었다. 당시 파일럿에 참여한 김건모, 김제동 어머니는 아들들의 소개팅을 예의주시하게 바라보면서 하루라도 빨리 결혼했으면 하는 바람을 숨기지 않았다. 




정규 편성 된 이후에도 <미운 우리 새끼> 어머니들의 최고 화제는 '아들의 결혼' 이다. 정규편성 이후에는 박수홍, 토니안 어머니까지 가세하여 '결혼, 결혼' 노래를 부른다. 이중에서 그나마 아들의 결혼에 초연한 사람은 이미 결혼한 경험이 있는 허지웅의 어머니 정도 였다. 허지웅 어머니도 아들이 빨리 좋은 사람을 만나길 바라는 마음을  내 비추긴 했으나, 아들의 과거 혹은 본인의 성격 탓인지 다른 어머니들과 달리 노골적으로 결혼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하지만 정규 편성된 <미운 우리 새끼>에는 아들들의 소개팅 에피소드는 거의 등장 하지 않았다. 대신, 아들들의 기행에 초점에 맞추며 어머니들의 뒷목을 잡게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요즘 대중들 사이에서는 ' <미운 우리 새끼>= 연예인의 기행담' 아니면 뒤늦게 합류한 이상민의 궁상 허세 라이프로 인식될 정도다. 


하지만 출연 연예인들의 기행도 한계에 도달했는지 최근의 <미운 우리 새끼>는 출연 연예인들과 여자 연예인들과의 '짝짓기' 시도에나선다. 시작은 토니안 이었다. 평소 배우 고준희를 이상형으로 꼽던 토니안을 위해 그의 절친한 후배 붐이 나서 <미운 우리 새끼> 토니안 하면 저절로 떠오르는 '편의점' 푸드 트럭을 준비해 고준희가 한창 촬영 중인 JTBC <언터처블> 촬영장으로 향한다. 현재 고준희와 같은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는 진구와 김성균 또한 토니안과 고준희를 응원하며(?) 오작교 역할을 자처한다. 고준희 또한 어린 시절 H.O.T로 활동하던 토니안의 팬이였음을 밝히고 휴대폰 번호도 알려주었다. 




화면 상에 보여준 훈훈한 분위기에 스튜디오는 당연히 초토화 분위기이다. 벌써부터 두 사람이 핑크빛 모드니 하면서 김칫국부터 마시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하지만 고준희가 과거 토니안의 팬이었고 휴대폰 번호를 알려주었다고 한들, 토니안에게 이성으로 호감이 있다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카메라에 잡힌 고준희는 계속 웃고 있었다. 그러나 고준희는 카메라 혹은 대중을 의식하면서 살아가는 연예인이고 패셔니스트로 각광받는 고준희는 그 어떤 연예인보다 매사 흐트려짐없이 완벽한 아름다움을 보여줄 것을 요구 받는다. <미운 우리 새끼>에서 보여준 고준희의 미소는 광고 화보, 패션 행사장 포토라인에서 그녀가 취했던 포즈 그대로 였다. 여자 연예인, 특히 고준희처럼 미모로 사랑받는 스타들은 남자들이 아무리 짖궃은 장난을 치고 그 때문에 곤란한 상황에 처해도 밝은 미소로 친절히 응대할 것을 암암리에 요구 되어진다. 이는 고준희와 같은 연예인 뿐만 아니라 여성들이 겪는 일상 생활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미운 우리 새끼>는 토니안과 고준희 외에도 김건모와 마야, 그리고 지난 주에는 박수홍의 이모들이 나서 박수홍과 도지원, 정유미를 엮고자(?) 하는 시도를 벌인다. 갑작스럽게 "우리 수홍이 어때요" 하면서 들이대는 박수홍의 이모들 때문에 곤란한 상황에 놓인 도지원과 정유미는 본인들도 어찌할 바를 모르는 웃음을 짓는다. 마야와 김건모가 잘 어울리기에 급기야 마야에게 전화를 걸어 김건모와의 결혼을 종용하는 태진아는 다 김건모를 위한 일이라면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시킨다. 




아주 어이가 없는 상황이기에 마야는 호탕한 웃음으로 맞받아 친다. 아무리 예능이라고 해도 당사자 김건모와 마야의 의중은 안중에도 없는 태진아의 행동은 씁쓸한 웃음만 안긴다. 만약 억지로 김건모와 마야를 연결시켜주는 태진아의 오지랖넘치는 행동이 웃음을 유발한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엄청난 착각이다. 




나이 40~50이 되도록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사는 지인이 안쓰러워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 그의 짝을 찾아주려는 선심은 이해는 가지만, 정작 당사자의 생각은 고려하지 않는 만남 주선 혹은 억지로 이어주기 작전은 불쾌한 감정만 남긴다. 소개팅으로 만나던 어른들이 주선한 선을 통해 만나던 결혼 정보 회사를 통해 만나던 사람간의 만남은 자연스럽게 이어져야한다. 첫 만남에서부터 서로에게 호감이 있지 않는 한, 아니 설령 호감이 있다고 한들 주변에서 억지로 이 둘을 이어주고자 한다면 의외로 반감을 살 수도 있다. 그래서 연애 혹은 결혼을 전제로 한 만남은 조심스럽다. 특히 나이가 들 수록 더더욱. 하지만 억지 짝짓기 시도에 심취한 <미운 우리 새끼>는 자꾸만 시대를 역행하는 것 같다. 남자 측이 호감있는 여성에게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주변 친구들이 분위기 잡으면 평소 그 남자를 좋아하지 않던 여자도 저절로 그 남자에게 넘어간다는 착각. 그렇게 <미운 우리 새끼>는 진짜 미운 우리 새끼가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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