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국내기준), 채널 CGV 통해 생중계된 90 아카데미 시상식(Academy Awards, 2018) 작품상은 많은 이들의 예측대로 기예르모 토로 감독의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이하 <셰이프 오브 워터>)에게 돌아갔다. 여기에 기예르모 토로 감독이 감독상 까지 받으며, <셰이프 오브 워터> 작품상, 감독상, 미술상, 음악상 등 총 4관왕에 올랐다. 




1960년대 후반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셰이프 오브 워터>는 여성, 흑인, 장애인 등 백인 남성 중심인 미국 사회에서 소외된 사회적 약자에 주목하는 로맨스 판타지 영화다. 언어 장애가 있는 엘라이자(샐리 호킨스 분)는 그녀가 청소부로 일하는 미국 항공우주 연구센터 비밀실험실에 끌려온 괴생명체(더그 존스 분)에게 운명적인 사랑을 느끼고, 그를 구하기 위해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탈출 작전을 감행한다. 극중 엘라이자와 가장 적대적인 관계를 맺는 안타고니스트는 군인 출신으로 백인 남성 우월주의로 똘똘 뭉친 리차드 스트릭랜드(마이클 섀넌 분)이다. 자신의 출세를 위해, 아마존 유역에서 추앙받던 괴생명체를 잡아 실험실까지 끌고온 스트릭랜드는 자신에게 호락호락 하지 않는 괴생명체를 제압하기 위해 온갖 물리적 폭력과 협박을 가한다. 괴생명체를 실험실에서 탈출시킨 엘라이자 때문에 계획에 차질을 빚은 스트릭랜드는 괴생명체를 다시 잡아들이기 위해 폭행과 살인도 서슴지 않고 벌인다. 


온 몸이 비늘로 덮인 괴생명체는 스트릭랜드를 위시한 사람들에게 괴물로 불린다. 실제 괴생명체는 스트릭랜드의 두 손가락을 자르고,  엘라이자의 절친한 이웃인 자일스(리차드 젠킨스 분)이 키우는 고양이를 잡아먹는 위협적이고 괴기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괴생명체는 누군가가 자신을 공격하려 들지 않는 이상, 자신에게 우호적으로 다가오는 상대방에게 해를 가하지 않는다. 반면, 스트릭랜드는 자신의 출세와 명예를 위해서 자기보다 약해 보이는 존재를 괴롭히고, 끊임없이 자신이 가진 힘을 과시하려 든다. <셰이프 오브 워터>는 보통 사람들에게 괴물로 불리는 괴생명체가 아닌 스트릭랜드를 시대가 낳은 괴물로 명명하고자 한다. 


<셰이프 오브 워터>는 엘라이자가 벌이는 괴생명체의 탈출 작전을 통해 자신과 다른 성별, 인종, 정체성을 가진 이들을 배격하는 백인 남성(스트릭랜드)의 만행에 맞서는 사회적 약자의 연대를 보여준다. 언어장애를 가진 여성 엘라이자와 괴생명체를 주축으로 이들을 도와주는 주변인들은 모두 흑인 여성 노동자, 가난한 성소수자 예술인, 소련 출신 과학자 등 미국 사회의 주류와 거리가 먼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면면들 때문에 <셰이프 오브 워터>는 반이민정책, 인종차별, 여성 및 소수자 혐오로 점철된 트럼프 시대를 저격하는 우화로 평가받았다. 트럼프 시대를 빗댄 <셰이프 오브 워터>가 영화를 통한 시대정신 구현을 중시하는 아카데미의 선택을 받은 것은 일찌감치 예상된 수순이었다.


남우주연상은 <다키스트 아워>에서 처칠 역을 맡은 게리 올드만, 여우주연상은 <쓰리 빌보드>의 프란시스 맥도맨드, 남우조연상은 <쓰리 빌보드>의 샘 록웰, 여우조연상은 <아이, 토냐>의 엘리슨 제니가 수상했다. 배우상 같은 경우에는 지난 1월 열린 제75회 골든글로브 수상결과와 같아 눈길을 끈다. 각본상은 <겟 아웃>의 조던 필레 감독이 받으며, 아카데미 최초 흑인 각본상 수상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한편, 90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이어, 하비 와인스타인 성추문으로 촉발된 미투 운동을 지지하고 연대하는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이날 시상대에 오른 영화인들의 말말말도 빛났다. <셰이프 오브 워터>로 감독상을 받은 기예르모 델 토로는 스스로를 멕시코 출신으로 소개하며, 자신과 같은 이민자들이 문을 계속 두드렸으면 좋겠다는 수상소감을 발표하였고,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프란시스 맥도맨드는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이날 아카데미 시상식 모든 부문에 후보에 오른 여성들을 일으켜 세우며 모두가 박수갈채를 받게하는 진풍경을 만들기도 했다 ,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여성, 소수자를 품고자 하는 아카데미의 선택이 빛나는 순간이다. 

Posted by 너돌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