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하 감독의 <카운터스>(2017)는 혐한 데모를 저지하기 위해 조직한 ‘오토코구미(男組)’의 리더 다카하시를 중심으로 일본 우익들이 주도하는 혐한 운동의 양상과 이를 막고자하는 사람들(카운터스)의 활약을 카메라로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재일 한국인에 대한 헤이트 스피치(혐오 발언)에 맞서는 오토코구미는 혐한 데모를 저지하기 위해 폭력도 불사한다. 혐한 데모 주동자들에게 주먹을 날리다가 다카하시 포함 오토코구미 조직원 몇 명이 구속된 적도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재일 한국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막기 위해 오토코구미를 만든 다카하시가 우익 성향의 전직 야쿠자라는 것이다.
스스로를 ‘정의를 위해 앞장서는 행동주의자’로 규정하는 오토코구미 단원들은 자신들이 혐오주의자들에게 행하는 폭력을 정당하게 여긴다. 혐한 데모에 맞서는 대다수 카운터스들이 오토코구미의 행동을 지지 했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오토코구미의 활동은 혐한 데모를 막는데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고, 더 나아가 일본 전역에 차별금지운동이 퍼져 나가는데 기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전에도 일본 사회에서 재일 한국인에 대한 차별과 멸시는 공공연히 존재했다. 하지만 2010년대 넷 우익들을 중심으로 혐한이 급속도로 퍼져나가자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낀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 혐한 시위를 막는 카운터스를 조직 했지만, 엄청난 세력을 자랑하는 넷 우익 세력을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혐오주의자들을 저지하기 위해 폭력도 마다하지 않는 초압력 조직 오토쿠구미가 나타나면서, 혐한 데모를 저지하는 운동이 급물살을 타게된다.
재특회를 창설한 사쿠라이는 차별 없는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 짓는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온갖 차별과 혐오로 점철되어있으며, 특정 집단을 향한 혐오는 차별과 억압을 조장하는 세력을 결집시키고 존재감을 과시하는데 기여한다
재일한국인을 향한 혐오 시위를 이끄는 주동자와의 인터뷰와 취재를 통해 일본의 혐한 사태를 다루는 <카운터스>는 재일 한국인에 대한 일본 우익들의 혐오와 차별이 단순히 그들만의 문제요, 일본에서만 벌어지는 현상이 아님을 재확인하게 한다. 사회적 약자 혹은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혐오를 조장하는 세력 뿐만 아니라, 거세지는 차별에 참을만큼 참은 사람들조차 강하게 만든다.
<카운터스>는 우리 안에 내재된 혐오와 차별에 대한 문제 의식을 제기 함과 동시에 이를 막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흥미로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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