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4일 개봉하는 이조훈 감독의 <서산개척단>(2018)은 1961년 ‘대한청소년개척단’이라는 명명 하에 박정희 정권이 서산개척지에서 자행한 국가 폭력, 인권 유린, 강제 노역 등을 다룬 충격적인 다큐멘터리 영화다.
속칭 서산개척단으로 불리는 대한청소년개척단은 박정희 세력이 일으킨 5.16 쿠데타로 거슬러 올라간다. 5.16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세력은 국가재건과 부랑아 단속이라는 미명 하에 수많은 청년들과 부녀자들을 잡아 들여 서산 간척 사업에 강제 동원 시킨다. 이렇게 시작된 대한청소년개척단은 원활한 국토개발사업 진행을 위해 끔찍한 폭행과 강제노역, 강제 합동 결혼식까지 올리는 등 상상을 초월하는 인권 유린을 자행했다. 간척사업 도중 구타와 강제노역을 이기지 못하고 이름없이 죽어간 사람들 또한 셀 수 없이 많다고 한다.
박정희 정권이 자행한 인권 유린 사건이야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만도 여러 건 이긴 하나, 납치, 감금, 폭행, 노역, 피해보상 전무 등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모든 악행이 고스란히 집약된 서산개척단이 안겨주는 충격과 공포는 조국근대화에 가려진 박정희 정부의 공과 사를 돌아보게 한다.
전국 간척사업의 명분으로 미국 원조금 PL-480까지 받은 박정희 정부는 그 돈으로 간척사업장에 동원된 노동자에게 제대로 된 인건비와 식량을 주는 대신, 정권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이용했다. 억울하게 납치된 여성들을 서산개척단원들과 강제 결혼 시킨 것에 모자라, 서산개척단 홍보를 위해 윤락녀로 둔갑시키는 파렴치한 행위도 스스럼없이 벌였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박정희 정부가 서산개척단원에게 토지 배분을 약속했음에도 불구, 이를 지키기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약속한 토지 배분을 굳게 믿고, 온갖 고통과 울분을 참아낸 서산개척단원과 가족들은 태연하게 약속을 지키지 않는 국가 앞에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100명 남짓 살아있는 서산개척단원들은 자신들의 피와 땀으로 얼룩진 땅을 포기하지 않았고, 지금까지 겪은 피해와 고통을 보상받기 위해 조금씩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서산개척단>이 겨냥하는 목표는 분명하다. 서산개척단은 박정희 정부가 국가재건이라는 미명 하에 주도한 인권 유린 사건이며, 이에 대한 책임은 박정희 정부, 국가에게 있다. 서산개척단이 단순한 인권 유린이 아닌 국가 폭력으로 간주될 수 있는 것은, 서산개척단 시작부터 해체까지 박정희 정부가 깊숙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서산개척단 피해자들의 57년동안 묻어온 한을 풀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서산개척단에 대한 국가의 공식 사과 및 확실한 피해 보상 마련이다. 그 이전에 57년 만에 어렵게 용기를 내어 자신들의 피해 사실을 알리는 사람들의 증언에 귀를 기울이는 노력 또한 필요하겠다. 무엇보다도 다시는 이런 인권 유린 사건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박정희 정권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이어져야 한다. 오는 2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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