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방송을 시작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뚝섬편>(이하 <골목식당-뚝섬편>)은 상당수 시청자들에게 음식점 자체에 대한 불신을 안겨줄 정도로 엄청난 파장과 분노를 유도했다. <골목식당-뚝섬편>에 등장한 4개의 식당에 대한 백종원의 엄청난 혹평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질 정도로, 이번 방송에 등장한 뚝섬 식당들은 음식점의 기본조차 되지 않는 아마추어들 이었다.
음식 장사 초보 인만큼, 실수 할 수 있고 오래 음식점을 운영한 사람들에 비해서 턱없이 부족한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하다. 하지만 백종원과 시청자들을 더욱 분노하게 만든 것은 음식을 대하는 골목식당 사장들의 태도 였다. 맛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은 기본적으로 먹을 만한 음식 이어야 한다.
백종원이 <골목식당-뚝섬편>에 등장한 골목식당 사장들에게 목소리를 높이며 강조했던 문제는 맛이 아니라, 음식점의 기본 중의 기본인 식자재 관리 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전날 미리 구워 놓은 고등어를 전자레인지에 돌려 손님에게 내놓는 식당, 딱봐도 냉장고에 오랜 기간 보관한 고기를 튀겨 눈가리기 야옹으로 일관하는 경양식집, 보관이 잘못되어 연어에서 비린내나는 샐러드 가게, 미리 썰어둔 족발을 냉장고에 무방비 상태로 보관하는 족발집. 오죽하면 지난 8일 <골목식당-뚝섬편> 방영 이후 음식점들을 대상으로 한 대대적인 위생점검을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봇물했을까 싶다.
그리고 엄청난 논란 끝에 지난 15일 방영한 <골목식당-뚝섬편> 2회는 다행히도 많은 시청자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안겨준 첫 회에 비해서 한층 개선되고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최악의 식자재 관리와 눈속임 장사로 시청자들의 비판을 한몸에 받았던 장어집이 백종원이 지적한 대로 가장 기본에 충실 하는 모습을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요령만 가득했던 과거와 달리 당일 초벌, 직화구이 조리시스템으로 변경한 장어집의 고등어 구이는 맛에 있어서 백종원의 냉정한 평가를 받긴 했다. 그래도 과거에 비해서 한층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백종원 솔루션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높였다.
첫 회에서 잘못된 족발 조리법과 식자재 관리와 홀서빙을 담당한 사장 어머니의 태도 논란으로 역시 시청자들의 쓴소리를 받은 족발집 또한 조리 시스템을 위생적으로 바꾸고, 백종원에 혹평받은 덮밥 메뉴를 없애고 족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족발집은 장교 출신 사장이 손님을 끌어오는 과정에서 보여준 소극적인 태도가 아쉬움을 자아낸 바 있다.
4개의 뚝섬 가게에서 백종원의 혹평을 가장 많이 받은 가게는 단연 경양식집이었다. 기존의 돈까스, 함박스테이크 개선을 요구했던 백종원의 바람과 다르게 경양식집은 치킨스테이크라는 새로운 메뉴를 내놓으면서 백종원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야심차게 개발한 새 메뉴가 맛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치킨스테이크는 손님들 시식과정에서 닭다리가 제대로 익지 않았다는 불만을 몇 차례 받기도 했다.
백종원이 뚝섬 골목식당 사장들에게 요구한 것은 '기본'이었다. 일주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음식의 질이 현격히 좋아질 수는 없겠지만, 백종원이 사장들에게 바랐던 것은 당장의 획기적인 변화가 아니라 더 맛있고 위생적인 음식을 만들기 위한 고민과 노력의 흔적, 많은 시행착오 끝에 단련될 수 있는 음식 장사에 대한 기본기였다. 그나마 장어집과 족발집은 백종원이 요구한 대로 음식에 대한 고민과 노력을 보여주었지만, 자신이 직면한 중요한 문제를 새 메뉴로 회피 하려는 경양식집은 더 큰 실망감만 안겨주었다.
치킨스테이크를 만들기 위한 경양식집의 노력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경양식집 사장은 음식 개발을 위해 온갖 책과 정보를 찾아보고 연구하는 학구파이다. 하지만 음식은 머리가 아니라 몸이 만드는 것인데 너무 머리만 굴리는 것이 화근이었다. 책을 찾아보며 자신의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경양식집 사장에게 필요한 것은 책이 아니라 경험이다. 이는 경양식집 사장 뿐만 아니라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행동보다 머리와 말만 앞서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지적이다.
백종원이 뚝섬 골목식당 사장들에게 지적했던 기본에 충실, 음식에 대한 고민과 노력, 자존심 내려놓기 등은 요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식당을 운영하지 않지만 현실에서 돈을 벌고 먹고 살아야하는 우리 모두에게 직면한 과제다. 어떤 일을 하던 기본이 충실해야 폭풍이 몰아 쳐도 흔들림없이 나아갈 수 있고, 자신이 하고있는 일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노력이 있어야 풍성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 자존심을 내려 놓아야만 비로소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다.
백종원이 요식업으로 크게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치열한 노력과 고민 끝에 몸소 발견하고 익힌 장사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백종원은 자신이 어렵게 터득한 진짜 중요한 비법을 이제 갓 음식점 장사에 뛰어든 초보 사장님과 시청자들에게 나누고자 한다. 어디가서 돈주고도 사기 어려운 진정한 솔루션을 거저 나눠주는 백종원이 한없이 고맙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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