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음식점) 사장들이 흔히 하는 실수가 뭔지 아세요? 자신이 초보인 줄도 알고 뭘 해야 할지도 모르고 있지만 주변의 조언을 받아들일 준비가 부족하다는거죠.”
총체적 난국.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뚝섬편>(이하 <골목식당-뚝섬편>)을 설명하는데 이보다 더 정확하고 효율적인 표현이 있을까. 아무리 요식업에 뛰어든 지 1년밖에 되지 않는 초보자라고 해도, 음식, 식자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자체가 결여되어 있는 뚝섬 초보 사장들은 굉장히 우려되는 수준이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골목식당-뚝섬편>에 등장한 사장들의 기본기부터 차근차근 연마시킨 백종원의 집념과 노력 덕분에 뚝섬 초보 사장들 또한 어느정도 발전을 보이는 것 같지만 속칭 자기가 만드는 음식의 전문가 반열에 올라 서려면 여전히 부족해보이고 수련이 더 필요해보인다.
하지만 백종원과 몇몇 시청자들의 분노를 자극하는 것은 프로 음식점이라면 응당 갖춰야할 맛, 서비스 결여가 아니었다. 일찌감치 백종원은 여타 <골목식당>에 등장했던 다른 식당들에 비해서 턱없이 부족한 기본기와 음식맛을 보여준 뚝섬편 사장들에게 강한 질타를 보냈고, 음식 맛을 잡기 이전에 식자재 관리, 청결 등 지극히 기본적인 것부터 다시 시작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이중에는 장어집에서 상호명까지 바꾸며 백종원의 조언을 성실히 따른 이도 있고, 백종원이 알려준 자문 중 일부만 받아들이고 원래 자기 방식을 고집하는 사장도 있다. 백종원과 시청자들을 화나게 만드는 것은 후자의 케이스다. 물론, 백종원의 조언을 곧이 곧대로 수용하고 따를 필요는 없다. 음식 장사로 크게 성공하고, 현재 요식업계 트렌드를 주도하는 백종원이라고 하나, 그의 말과 생각이 100% 정답은 아니니 취할 것은 취하고 흘려버릴 것은 흘려버려도 된다.
그러나 <골목식당-뚝섬편>에 등장한 사장들 처럼 애초 음식 장사에 대한 기본이 부족하고, 자신이 만드는 음식에 대해 확신이 부족한 경우라면 이야기가 많이 달라진다. 백종원이 자신의 조언에 반신반의하는 표정을 짓는 뚝섬 초보 사장들에게 쓴소리를 날리는 것도, 초보자들이 흔히 범하는, 그래서 실패로 끝나게 되는 실수가 훤히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골목식당-뚝섬편>에서 백종원과 시청자들의 지적을 한 몸에 받았던 곳은 경양식집이었다. 지난 6월 첫 방송을 시작했을 때부터 태도 논란 등으로 많은 질타를 받긴 했지만, 그 후 백종원이 제시한 돈까스 고기 다지기 미션을 성실히 이행하며 백종원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경양식집은 방송 말미 메인메뉴인 돈까스를 제외하곤 백종원의 조언을 따르지 않아, 갈등을 빚는 모습이 고스란히 방영되었다.
백종원이 메인 메뉴인 돈까스 외에 지적한 사항은 유리잔에 담긴 장국과 스프, 신선해보이지 않는 샐러드 였다. 장국과 스프를 담는 그릇은 방송 첫회부터 다른 것으로 바꾸라고 강하게 지적한 바가 있었고, 샐러드는 싱싱한 풍성함을 강조하기 위해 양배추를 섞을 것을 권고한 바 있다. 허나 경양식집은 자신이 하던 방식을 고수했고, 경양식집 변화를 위해 직접 시범까지 보이며 자신이 가진 노하우를 성실히 알려준 백종원은 폭발하고 만다.
백종원을 더욱 실망시킨 것은, 그가 시범을 보일 때는 순순히 따르고 이행하는 것 같았던 경양식집 사장이 보여준 정반대의 행동이었다. 백종원은 뚝섬편 사장들에게 드라마틱한 발전을 기대하지 않는다. 음식점 사장으로서 기본기가 턱없이 부족한 출연자들로 가득한 <골목식당-뚝섬편>이지만, 그럼에도 구태여 방송을 진행하고 그들의 부족한 면모를 과감히 보여준 것도 비난과 아픔을 이겨내며 프로 장사꾼으로 성장하기 바라는 백종원의 바람이었다.
백종원은 <골목식당>에 출연한 사장들에게 자신이 전수해준 방법만 따를 것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일단 자신의 조언대로 해보고 손님들의 반응과 시간을 봐서 조금씩 변화를 줄 것을 권한다. 자신의 솔루션에 반신반의하는 초보 사장들에게 백종원은 사장 본인의 입맛을 확고히 하되, 발전할 수 있는 유연함을 갖출 것을 주문했다. 본인의 음식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갖추려면 음식을 만드는 사장의 수준이 일정한 궤도에 올라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기본기 연마가 느리면서도 가장 확실한 길이다.
방송 출연을 통한 대박, 요령을 알려주는 대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자세를 강조하며 몸소 보여주는 백종원.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던 <골목식당-뚝섬편>이 벼랑 끝에 기사회생한 것은 역시 수십년간 자기 분야에서 갈고 닦은 노하우와 확신으로 가득찬 요식업 마스터 백종원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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