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방영한 SBS <SBS 스페셜-선미네 비디오가게>(이하 <선미네 비디오가게>)의 첫번째 게스트는 여성 방송인으로서 33년을 꿋꿋이 버텨온 박미선 이었다.
‘감탄고토’라는 말이 식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쓰고 버리고가 일상인 방송국 세계에서 아득바득 살아남은 여성 방송인.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릴 지 모르겠지만, 박미선은 떡잎부터 남달랐다. 데뷔 때부터 주목받은 박미선은 당대 주류 문법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남성 중심적 사회를 향한 일갈을 가했고, "여자가 감히?"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던 1980년대 말 시대 분위기와 비추어볼 때, 여러모로 돋보일 수밖에 없는 존재 였다.
“그건 말이죠. 여자를 무시하는 데서 시작한 선입견이라고요. 여자라고 왜 순발력이 떨어지고 왜 운동신경이 떨어집니까? 제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겠습니다.”
신인시절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운동신경이 떨어진다.”는 남성 진행자의 성차별적인 발언에 특유의 기지를 발휘하여 통쾌한 복수를 성공한 박미선은 예나 지금이나 자기 할 말은 꼭 하는 '별난 여자' 였다.
물론 박미선의 방송 인생이 늘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별난 여자 박미선에게도 당대 여성에게 줄기차게 강요되어왔던 결혼, 출산, 육아의 굴레를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았다. 90년대 초 여성 개그우먼으로 주목받았던 박미선에게 쏟아지는 질문은 향후 방송인으로서 미래, 비전이 아닌 결혼 계획이었고, 동료 개그맨 이봉원과의 결혼 이후 박미선에게 요구된 대답 또한 여성으로서 가정에 충실 하는 삶이었다.
결혼 초기만 해도 기혼 여성은 결혼과 동시에 은퇴라는 사회적 통념에 따라 자의반 타의반으로 일을 급격히 줄었던 박미선은 어느순간 살아남기 위해 어떤 역할이던 가리지 않는 캐릭터가 되었고, 그것이 오늘날까지 박미선을 버티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어디가도 잘 붙는 '젖은 낙엽'처럼 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박미선은 어느덧 굳건히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후배 여성들에게 큰 위안과 힘이 되는 존재가 되었고, 이제야 비로소 자기가 원하는대로 판을 깔 수 있고 마음껏 놀 수 있는 자신만의 채널 ‘미선 임파서블’을 꾸리며 진정한 전성기를 맞기 시작했다.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오래 할 수 있는 사람이 더 강한 사람이 아닐까?”
어떻게 버티며 살아갈 것이라는 질문에 이미 그렇게 잘 살아온 선배로서 박미선은 "천천히, 천천히 버틸 것"을 강하게 주문한다.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하기 위해 누구보다 가장 노력했던 박미선. 아무리 숱한 위기가 찾아와도 천천히 버티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고, 앞으로도 잘 버틸 박미선처럼, 그녀의 뒤를 잇는 또다른 별난 여자들이 함께 오래오래 버텼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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