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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황금물고기.남자에게 비이성적으로 헌신하는 비련의 여주인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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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문정호(박상원 분)가 자신의 아내 한지민(조윤희 분)과 사위인 이태영(이태곤 분)의 관계를 알아버렸습니다. 며칠째 괴로워하던 문정호는 지민이 자신이 아이를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결국 한지민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합니다.


그 덕분에 두 여자가 큰 고통에 빠졌습니다. 하나는 자신의 새엄마로 들어온 자신의 비슷한 또래의 젊은 여자가 하필이면 자신의 남편과 함께 죽고 못살던 사이였다는 사실을 안 순간부터 한지민을 자신의 새엄마로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았던 문정호의 딸 문현진(소유진 분)이고, 또 한 명은 문정호에게 버림받고도 여전히 문정호에게 미련이 남아있던 문정호 전 처이자 문현진 엄마인 이세린(김보연 분)입니다.

문현진은 오래 전 남편에 대한 강한 집착으로 부부싸움 이후, 곧바로 남편이 불의의 사고를 당하여 자신의 곁을 영영 떠난 아픔이 있는 여자입니다. 죽은 전 남편 사이에 딸이 하나있었고 자신의 딸을 치료하던 이태영에게 반하여 계속 구애를 했으나 이태영은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면서 대한민국에서 알아주는 의료재단 정인재단이라는 뒷배경까지 거절했으나 결국 문현진과 결혼합니다. 문현진은 진심으로 이태영을 사랑하는 것에 반해 이태영은 문현진은 자신이 어떠한 잘못을 해도 감싸주는 엄마같은 존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장인 문정호까지 모든 사실을 알고나서도 여전히 자신때문에 평생 정인재단이라는 감옥에 갇혀 살아야하는 옛사랑 지민때문에 괴로워하는 남자입니다. 그래도 문현진은 끝까지 이태영을 포기못합니다. 비록 아이가 있는 과부이긴하지만, 명문가 딸에 미모까지 갖춘 그녀가 아무리 유능하고 잘생긴 의사라고해도 고아에 아무리 자신의 어머니를 죽였다고해도 자신을 키워준 양부모를 배신하고 지민과 문정호의 결혼을 막고자 온갖 악행은 다 저지른 이태영에게 아무리 그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과도하게 감싸주는 것이 다소 이해가 되지 않을 때도 있었습니다.



자신의 딸보다 어린 여자와 재혼을 해도 여전히 전남편 문정호를 못잊고 좋은 재혼자리 마다하고 평생 혼자 지내기로 결심한 이세린은 50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름답고 우아한 여배우입니다. 그러나 완전히 잊었다고하지만, 정작 문정호가 늦둥이를 갖게 되었다고 하자, 겉으로는 쿨한 척 하지만, 자포자기로 며칠 전 문정호를 못잊겠다면서 거절한 절친 권선생의 프로포즈를 받아들이면서 대성통곡을 하고 맙니다.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았고 자유분방하기까지 했던 전 남편 문정호였지만, 모든 사람들이 다 사랑하고 싶은 이세린에게 남자는 문정호 하나 뿐이였죠.

그러면 이 두 여자 눈물을 쏙빼게 했던 당사자 한지민은 어떤가요. 한지민은 그야말로 청순가련 비련의 여주인공이 따로 없습니다. 오로지 이태영 하나만을 사랑한 천상 여자였는데 갑자기 이 남자가 자신의 부모님을 배반하면서 동시에 자신을 야멸차게 버리고 맙니다. 영문도 모르던 한지민은 그저 이태영에게 복수를 다짐했고, 애초부터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문정호의 사랑을 받아들이려고 하지는 않았지만, 온갖 방해공작을 부리는 이태영에게 야마가 돌아 문정호와 결혼을 하고 결국 이태영을 하늘병원 원장자리에서 끌어내리고 그의 잘못을 밝히는데 성공했으나 결국 모든 사실을 알게되고 게다가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시어머니 강여사와 심지어 남편 문정호까지 자신과 이태영과의 과거를 알게 되어 호된 시집살이를 겪게됩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업보라면서 모든 걸 순순히 받아들이고 자신을 데리려오는 친정 부모님의 요구까지 거절하면서 꾹꾹 참습니다. 자신의 결혼으로 문정호는 물론 시어머니, 문현진,문석진 그리고 이세린까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긴 건 잘못한 일이나, 자신의 어머니때문에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도 못하고, 그 때문에 자신의 아버지뻘과 결혼하여 평생 문정호 집안에 억압받고 살아야하는 한지민의 인생은 참으로 기구할 뿐입니다.

그렇다고 이 모든 비극의 씨앗을 뿌린 한지민의 엄마 조윤희(윤여정 분)만을 탓할 수 있을까요. 분명 그녀는 한태산(김용건 분)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이태영 친엄마에게 한태산을 빼앗은 것에 모잘라 질투에 눈이 멀어 이태영의 엄마를 죽였습니다. 하지만 이세린 말에 빌리면 그녀는 어떤 인간에게는 하찮게 보이는 생명체가 죽어도 눈물을 흘리는 연약한 여자였습니다. 그렇다고 그녀의 죄가 용서되는 건 아니지만, 그녀 역시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았고 치매에 걸렸어도 이태영 친엄마 지혜만 찾았고, 남편의 정신이 되돌아왔는데 이제는 자신의 딸이 자신의 죄를 대신 받는 것 같아 어떻게 보이면 딱해보이기도 합니다. 또한 과거 자신의 며느리였던 이세린을 알코올 중독자로 몰고가게 할 정도로 엄격하다 못해 이제는 자신의 새며느리인 지민의 과거까지 알고 호되게 시집살이를 시킴은 물론 이태영의 재기마저 방해하는 문정호의 어머니 강여사(정혜선 분) 역시 곧은 성품에 경우에 바른 어르신임은 알겠지만, 지나칠 정도로 아들 문정호와 손자 문석진 그리고 정인재단에 과도하게 집착을 하는 것을 봐서, 여의사가 흔치 않았던 시절 의술로 명성을 쌓으면서 오늘날 정인재단을 이끌었지만, 이세린,한지민 못지 않게 가부장제도에서 자유롭지 못했고,여자로서는 그렇게 행복한 삶을 살았던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그나마 문정호의 동생인 문정원만이 나름 남자에게 자유로웠으나, 이제 그녀마저도 연인 육공돌때문에 그리 순탄치 않은 사랑을 할 듯 합니다.

한국의 일일드라마의 여주인공들은 다 이런식입니다. 아무리 똑똑하고 수많은 남자들에게 사랑을 받을 정도로 절세미녀들이라고해도 한 남자를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줌은 물론, 자신 앞에 놓인 부조리한 현실도 묵묵히 받아들입니다. 그래도 요즘 유행하는 막장 드라마 여주인공들은 참다 못해 복수라도 자행하지만, 여전히 그녀들도 남성 중심의 사고관에서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일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다고해도 그녀들 곁에는 새롭게 만난 멋진 남자가 그녀의 곁을 지켜줘야하고 예전 그녀를 과감히 버렸던 남자들은 찌질하게 그녀의 주위를 계속 맴돕니다.

그래도 황금물고기 여자들은 sbs 일일극 세자매 여주인공들에 비하면 자신의 밥그릇은 제대로 챙겨먹는 편입니다. 황금물고기 여자들은 복수도 하고 현재 쥐죽은듯이 살아야하는 한지민빼곤 자신의 심경도 잘 토로하는 편인데 세자매의 자매들은 하나같이 착하고 불쌍하다 못해 청승맞고 답답합니다. 큰 딸 은영이(명세빈 분)는 첫사랑과 눈맞은 남편에게 이혼당하고 이제 그 첫사랑 전 남편과 만나 잘 살려고 할려던 찰나에 배가 아파도 꾹꾹 참다가 결국 고치기 어려운 위암에 걸리고, 전 남편은 은영의 병수발을 들겠다고 만삭인 지금 아내를 뒤로하는 진상행동을 자행하고, 막내 은주(조안 분)는 자신의 동서 아들인 줄 모르고 세종이를 애지중지 키우다가, 동서가 자신을 죽이려고 했어도 대인배처럼 동서를 설득하겠다고 하는 인물입니다. 일일연속극 특성상 남녀평등이 실현되었어도 여전히 남편과 자식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하는 주부들에게 그녀들보다 더 억압받고 심지어 버림받는 딱한 여자들의 슬픔과 통쾌한 복수를 보여주면서 대리만족 시켜주는데 초점이 맞춰져있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21c가 되어도 여전히 일일극 속 여자들은 극 후반에는 독립적으로 변할지라도 여전히 남성 의존적이고 지나칠 정도로 한 남자에 집착하고 순종적입니다.



하지만 황금물고기가 다른 일일극과 차이가 있다면 보통 여성들의 딱한 사정만 구구절절 보여주는 막장극들과는 달리, 황금물고기 남성들 역시 너무나도 불쌍한 존재들이라는 것이죠. 한지민을 진심으로 사랑했으나 자신의 부모와 지민의 부모의 악연때문에 이뤄질 수 없는 사랑에 복수를 다짐했고, 그 결과 지민이 수렁 속에 빠졌다면서 괴로워하고 심지어 아내 현진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야하는 이태영을 비롯하여, 태어날 때부터 자유분방한 것밖에 없는데 자신을 너무 사랑하다 못해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어머니때문에 엇길로 나갔다가 자신의 아내 이세린에게 상처주고 자신이 진심으로 사랑한 여자가 하필이면 자신의 사위와 연인관계였다는 사실자체가 고통스럽지만 끝까지 잊도록 노력해야하는 문정호와 결혼 전 지민의 엄마가 아닌 이태영 친엄마를 사랑한 것 밖에 없는데 그것때문에 아내가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지르고, 친아들같이 여기던 이태영에게 배신당하고 깨어나보니 자신의 딸이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남자와 결혼해서 평생 불행하게 살아야하는 것을 지켜봐야하는 한태산 역시 한 여자들의 가슴에 한번씩 대못을 박은 그 남자들이 나쁜 사람들이라고 손가락질만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보통 선악의 구도가 명확한 일일극과는 달리 황금물고기는 누가 더 나쁘고 누가 진정한 선이라는 경계 자체가 모호합니다. 오히려 이 복수의 소용돌이에서 다소 떨어진 조,단역들이 절대 선을 가지고 있습니다. 남자에게 버림받은 여자들의 복수에 초점을 맞춘 것과는 달리, 이 드라마는 이태영이라는 남자도 욕할 수 없고, 그렇다고 한지민의 이태영을 향한 복수에 마냥 박수칠 수 없었습니다. 지금 한지민을 지나칠 정도로 괴롭히고 있는 시어머니를 악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겠으나, 70십여년을 가부장적 윤리와 여자에게 정숙을 요구하던 사고방식에 살아왔던 강여사 또래 혹은 50대의 문정호와 비슷한 연배의 입장에서 자신의 손자사위와 비밀결혼까지 한 며느리를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주인공은 아무리 복수의 몸부림을 치더라도 적어도 절대 선을 가지고 있어야하고 그 반동인물은 무조건 악이라는 이분법적 논리에 벗어나 모든 출연진이 서로에게 본의아니게 상처를 주면서 그러다가 서로 아픈 과거를 보듬고 안아줄 수 있는 드라마인지라, 다른 막장 일일극에 비해서 유독 정이 가고 매일 놓칠 수 없는 작품이라고 평가하고 싶네요. 부디 막판에 이태영과 한지민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함께 도망가거나 죽는 결말은 내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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