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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췌장암 말기 황금물고기.눈물도 안나오는 막장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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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사진은 인용목적으로 사용하였으며, 저작권은 해당 드라마 제작진에게 있습니다.

서로 사랑했던 연인이 부모님때문에 갈라져서 여자가 남자가 결혼한 아버지와 결혼하고 자신의 악행을 감추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터라 애초부터 막장드라마를 표방한 황금물고기였다만, 그래도 다른 막장드라마와는 뭔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라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올가미로 변신한 시어머니의 강여사의 다소 상식밖의 시집살이와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며느리 아이를 유산까지시키는 잔인함에 두손두발 다 든 이후, 이제는 건장한 체격의 남자주인공을 뜬금없이 살 날이 불과 한달밖에 남지않은 췌장암 말기로 변신시켜 시청자들에게 감동까지 시킬 작정이신가봅니다.

하지만 분명 울어야할 슬픈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남자주인공 태영이 암 말기 판정을 받았을 때, 역시나 또 시작됬구나하는 쓴웃음과 역시 이 드라마도 그저 그런 막장드라마였어하는 실망감이 먼저 앞서더군요.

막장연속극을 싫어하는 저임에도 그나마 이 연속극에 애정을 가진 건, 그래도 드라마 제목처럼 결말이 상당히 아름다울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감이였습니다. 여기서 갑자기 주인공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괴롭히던 악역들이 뜬금없이 온순해지거나 사고,질병 등으로 사라지는 억지봉합식 해피엔딩은 아니였습니다. 그런 결말들은 이미 그 전에 방영한 모든 막장극에서 이뤄져 왔습니다. 한순간의 오해로 적이 된 절대선도 아니고 절대악이 아닌 사람들이 오랜 인고의 시간끝에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각자의 아픔을 따스히 보듬아주는 관계들을 원했습니다. 비록 이태영 어머니와 한지민 어머니는 원수사이였고, 그 때문에 두 남녀는 물론 문정호 가족까지 고스란히 아픔을 겪게 되었지만 강여사와 문정호가 그들보다 어른인만큼 그들의 상처를 보듬아주고 진심으로 행복해질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막장 드라마 자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저만의 착각이였나봅니다. 몇 십년전 며느리 하나 불륜으로 몰아서 내쫓은 경력이 있는 강여사는 달라진 점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더욱더 업그레이드 되서 이제는 약까지 먹여가면서 강제로 이혼시킨 며느리 자신 집안 체면때문에 전 시누이 상견례자리까지 나오라고 협박입니다. 이제는 달라질 것 같았던 문정호는 여전히 유유부단의 극치를 달리고 있습니다.

이제는 모든 것을 다 버리고 미국에서 새 생활을 할 것 같았던 이태영은 역시나 막장극답게 그의 발목을 확실히 잡습니다. 하긴 이태영이 한지민이 이혼을 했음에도 냉정하게 모른체하고 미국으로 떠나는 건 한국 드라마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죠. 하지만 모든 잘못에도 그를 끝까지 감싸주던 문현진을 버리고 냉큼 한지민에게 돌아갈 수는 없으니 제작진들은 최악의 묘책을 생각한듯 합니다. 하지만 그 비책이 고작 몇 십년 한국 드라마 역사에서도  고질병으로 꼽히는 불치병이라니 그야말로 웃기지도 않는 이태영과 한지민의 애뜻한 연결고리입니다.

도대체 이태영을 죽여놓고 그 과정에서 이태영과 한지민를 다시 엮어서 제작진들이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요? 죽음도 갈라놓지 못하는 끈질긴 인연의 아름다움? 이태영의 죽음으로 갑자기 반성하는 강여사님과 조윤희님의 개과천선? 이태영 큰 장모님이 꿈 속에서 예측하셨던 문정호의 자살? 남겨진 문현진의 오열하는 명연기?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지겠지만, 이태영과 한지민이 자행했던 행위들에 대한 혹독한 대가는 현재까지 보여줬던 시련들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이태영도 충분히 당할만큼 당했고, 한지민은 아이까지 잘못되고 이혼까지 당한 마당에 얼마나 그 두 사람을 더 힘들게 해야하나요? 하긴 막장극의 특성상 주인공들이 더 아파하고 괴롭힘을 당해야 시청률이 더 올라가는 아이러니함때문에 끝까지 주인공들을 웃게하고 싶지 않기 위한 제작진들의 고충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들도 아픔과 고통을 싫어하는 인간들일 뿐인데 정말 남의 불행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겠습니까.

하지만 지금 막장 연속극 제작진들을 보면 이제 시청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선을 완전히 넘어선듯 싶습니다. 이제 인간으로서는 해서는 안될 일들도 버젓이 저녁시간 대에 방송되고 있는 것에 모자라서 여전히 주인공들을 사지로 내몰면서 억지 감동까지 자아내고자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작진들의 당초 예상과는 달리 어린시절부터 고통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췌장암으로 생을 마감해야하는 이태영이라는 인물에게 더이상 동정과 연민마저 생기지가 않는군요. 차라리 마지막회에 이태영이 위기에 처한 한지민을 구하려다가 장렬히 최후를 맞았다면 모래시계 이정재처럼 15년이 지나도 최고의 감동적인 명장면으로 길이길이 남길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하긴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을 구하다가 죽는 장면도 여러 번 써먹었던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세상은 자꾸 변해가는데 일일연속극은 자극적인 소재만 몇 개 추가되고 본질적인 것은 변하지 않아 씁쓸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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