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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혁아. 너가 갑자기 기말고사 성적 좀 올리고 싶다고 할 때 나 정말 당황스러웠다. 너가 진짜 진지한 표정으로 그 말을 할 때 나 놀리는 줄 알았어. 넌 언제나 나 놀려먹는 재미로 살았잖아.
그런데 과외 끝나고 너가 다시한번 형 부탁해라고 할 때 난 결심했지. 너 성적 한번 제대로 올려보겠다고. 나 비록 서운대학생이지만 영어만큼은 서울대생보다 더 잘가르칠 자신이 있다고!
그래서 나 과외선생 노릇 제대로 한번 해볼려고 난생처음으로 밤새서 공부했어. 하숙집 식구들 다 나보고 세상에 이런일이하면서 놀래더라. 심지어 인나는 "니가 이런다고 서울대생이 되나"고 비이냥거리기까지 했어. 왜들그래 나 한다면 하는 황정음이라구!!!!!!아마 나 고등학교 때 만날 이렇게 공부했으면 서울대도 가고 남았겠다 그치 ㅠㅠ
너가 하도 부탁해서 그리고 너가 공부하겠다는 노력이 가상해서 내가 특별히 시간을 내줘서 우리 동네 구립 도서관에서 밤늦게까지 공부했지. 시간이 지나다보니 도서관에 우리밖에 없어서 얼마나 좋아서 내가 춤까지 췄는데 하필이면 그 때 커플이 들어오더라고 뭐 내가 이런 일이 한두번이겠니 ㅡㅡ;
두번째 도서관에서 공부한 날은 아마 너의 역사적인 순간이였을거다. 너가 공부하다가 코피흘린 일이 있었겠니. 그래서 이 깜찍한 형이 기념사진 한방 찍어줬지 음하하하하
아 글구 너 옆에서 내가 만날 졸 때 마다 비웃던데 난 너를 위해서 잠도 안자구 술도 안마시고 도서관에서 너의 공부를 도왔던거라구!!!!!!!!!!!!!!!
그리고 잠시 밖에서 휴식을 취할 때 내가 너한테 왜 이렇게 공부를 열심히 하게됬나고 물었잖아. 그 때 너의 대답은 이랬어 " 태어나면서 열심히 살아본 적이 없었는데, 한번 열심히 해보고 싶어서. 하다가 안되면 그만둬야지" 이럴 때 난 진짜 너가 그런 마음으로 공부하는 줄 알았어. 비록 말끝에 서운대생을 보고 아 진짜 서운대는 가지 말아야지 할 때는 좀 버럭하기도 했지만 ㅠㅠ
아무튼 난 너 기말고사보는 날 너랑 함께 학교에 가서 너 기 복돋아준다고 가서 하나님,부처님 다 찾고 그랬지.
암튼 그덕분인가? 근데 너의 영어 성적이 올랐다는 소식을 너 아닌 세호한테 들었을 때, 그리고 이 형한테 성적 올랐다는 문자도 안왔을 때 너 성적이 올랐다는 기쁨보다도, 드디어 황정음이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보다도 뭔가 허전하더라. 물론 너가 밤새도록 열심히 해서 성적이 오른거지만, 그래도 같이 밤새면서 공부해준 형에게 먼저 연락을 해야하는거 아니냐?
그리고 나 너 과외하러 너네 집에 갔었을 때 세경씨가 너 성적 올랐다는 말 했었을 때 난 그 때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니가 내려왔을 때 난 언제나 그랬듯이 쿨한 척 너의 성적상승을 축하해줬지. 너도 나덕분이라고 해줬지만, 준혁학생 뭐먹고 싶나는 세경씨의 질문에 "누나가 하기 쉬운 걸로요"했던 너의 대답. 그래 결국 밤새도록 코피 흘려가면서 공부해서 성적 올린것도 다 세경씨 때문이었지?
나 솔직히 말해서 너 좋아했어. 본격적으로 너한테 마음이 생긴 건 몰래 너 연습장 훑어보다가 너가 세경씨 그린 그림보고 나인줄 알고 너가 나 좋아하는 줄 알고 착각해서 그런거였는데, 사실 그 전에도 너한테 호감은 좀 있었어.
그런데 나를 좋아하는 너를 위해서(?) 팬서비스 차원에서 너 폰카에 내 셀카를 찍어주다가 너 폰에 저장된 세경씨를 보고 뭔가 이상했어. 그리고 다시한번 너의 연습장을 보니까 내가 아닌 세경씨더라.
그래서 내가 배신감과 그리고 어딘가 쓰려오는 아픔때문에 너한테 진실게임 요청한거야. 하지만 넌 나를 좋아했다는 질문에도, 너 세경씨 좋아하는 질문에도 대답못하는 널 보고 난 알았지. 아 정준혁은 나한테 마음이 없었구나. 결국 나혼자 쇼한거구나.
그래서 내가 너 과외를 그만 둘려고했던거야. 물론 내 학력이 위조된 게 내 스스로 까발려서, 죄책감에 그런 것도 있지만, 사실 너와 눈도 마주치기 힘들었어. 너한테 난 그저 과외하는 너였지만, 난 아니였거든. 하지만 너가 신종플루에 걸려서 하숙집 식구들마저 외면한 날 진심으로 간호해주고 대신에 너가 나한테 신종플루가 옮았다는 소리를 듣고 난 정말정말 어쩔줄 몰랐다. 나때문에 그런거잖아 ㅠㅠ 그리고 이제 누나라고 불러주겠다고 할 때 난 그 때 혹시 너가 이제 세경씨가 아닌 나한테 마음이 옮긴게 아닐까 이런 생각도 했어. 내가 너 성적 올려주기 위해서 밤새도록 공부한건 내가 가장 힘들 때 옆에 있어줘서 그 보답으로 한 것도 있지만, 사실 널 위해서 한거다. 널 위해서라고.
그런데 세경씨를 바라보는 너의 표정을 보고, 난 허탈감을 느꼈고 이제 너에 대한 마음은 접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너한테 나는 형이고 세경씨는 누나잖아. 나는 밤새도록 너의 옆에 있어줘도 그저 고마워 형덕분이야 그 말 한마디고 세경씨는 누나가 편하실대로 해라.그래,너한테 난 그저 과외하는 형 황정음일 뿐이지. 결국 그 때 나를 간호해준 것도 사랑이 아닌 단순히 의리였구나. 다시한번 진실게임 이후 제대로 확인사살 한 꼴이지.
하긴 개자식 이지훈이나 너 정준혁들에게 나 황정음은 단지 심심풀이 땅콩에 불과할 뿐이지. 내가 그렇게 쉬운여자인가? 나 비록 서운대생이고 한 때 카드대금때문에 고생도 좀 하긴 했지만, 너네 집 남자들이 나 무시할 정도로 못난 여자는 아니거든???
넌 한번도 날 여자로 생각해본 적 없고 그저 나 혼자 널 좋아하고 만거지. 그래 덕분에 내 마음은 확실히 정리된 것 같다. 난 이제 너 정준혁에 대한 마음은 접고 개자식 이지훈이랑 잘해볼련다. 적어도 개자식 이지훈은 내 머리는 아니라도 외치는데 내 감정은 요즘들어 이상하게 자꾸 끌리네...아 그 개자식은 진짜 아닌데.왜 그런지는 묻지말고!!!!!!!!아무튼 넌 세경씨랑 잘해봐! 진짜 널 아끼는 형으로서 하는 말인데 너랑 세경씨 증말 안어울려~세경씨가 훨 아깝거든~메롱~
*본의아니게 빛무리님의 선덕여왕 편지형식을 따라했습니다. 빛무리님께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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