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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무한도전 동거동락 2G 유저 유재석의 초심이 빚어낸 예상치못한 포복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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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프로젝트 일환으로 조정을 한터라 그동안 긴장 속에서 무수히도 많은 체력소모와 투혼을 발휘했던 이번은 쉬어가는 의미에서 다소 가벼운 녹화를 진행하였습니다. 대회 이틀 전 녹화라 한창 지쳐있는 멤버들을 위한 무한도전 제작진의 일종의 배려였죠. 하지만 불행히도 그날은 서울 및 수도권에 많은 비가 내려 예정대로 추격전을 진행하지 못하였습니다. 대신 난데없는 우천 취소 특집을 진행해야했습니다. 그저 막막할 따름입니다. 

다행히도 작년 연말처럼 각종 연말 시상식과 특집 때문에 모든 세트장이 만원이 될 정도로 최악의 상황은 아니였습니다. 다음날 생방송이 있는 '댄싱위드더스타' 세트장이 준비되어있다는 무한도전 제작진들의 말을 듣자마자 유재석은 2000년대 초반 실내에서 진행하였던 자신이 진행했던 동거동락, X맨 등 게임 버라이어티가 큰 인기를 끌었다면서 한번 동거동락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나고 제안을 합니다. 그 제안은 곧 받아들였고, 유재석을 비롯한 무한도전 멤버들은 10시가 넘은 폭우가 쏟아지는 밤, 올만한 연예인 모두에게 전화를 겁니다. 이윽고 무한도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에서 연을 맺은 이후 조정가를 불러주는 등 무도 멤버들과 끈끈한 정을 이어나가고 있는 파리지앵 정재형과 조정으로 잠시 무한도전 특별 멤버로 활약한 개리와 데프콘이 달려와주어 끈끈한 형제애를 보여주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늦은 비오는 밤에 무한도전을 위해 녹화장을 찾아와준 이 귀한 손님들을 무한도전 멤버들을 결코 '그냥' 맞아주지 않았습니다. 박명수의 세심한 몰래카메라 준비에 한걸음에 달려와준 특별 손님들을 속고, 또 속이면서 예전 몰카의 깨알같은 향수를 느끼게해준데 이어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유재석은 갑자기 인원이 부족하고 웬만한 톱스타보다 섭외가 어려운 김태호PD를 전화로 섭외에 성공함은 물론(?) 예전에 시트콤을 같이 한 연이 있다면서 이나영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난데없이 영상통화를 한답시고 무려 20여분간 횡설수설을 일삼는 웃지못할 좌충우돌 헤프닝을 보여주기까지 하였습니다. 모시기 어려운 톱스타를 두고 이러한 무례를 저지르다니(?) 역시 무한도전다운 발상이였습니다. 

그 뒤 멤버들은 mc 유재석이 직접 골라준 특별한 파티 의상을 입으면서 숨겨왔던 댄스 실력을 위감없이 발휘하여 너무 웃겨서 데굴데굴 굴려가는 포복절도를 선보입니다. 특히나 무한도전에서 가장 고연령대인 박명수 정준하의 하와 수의 민망하기 그지없는 불장난 댄스는 너무나도 갑자기 급조된 동고동락 특집을 가장 빛낸던 명장면 중의 하나입니다. 그 외에도 다소 육중한 몸매에도 박진감넘치는 절도있는 댄스를 보여줬던 블랙아이드피그 정형돈, 요즘 떠오르는 예능 기대주답게 새초롬한 매력을 발산한 차세대 국민요정 정재형과, 런닝맨에 이어 조정에서도 막강한 활약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입증한 개리까지 그동안 예능답지 않게 지나치게 묵직한 분위기를 유지해왔던 무한도전도 밝아짐은 물론, 그동안 연이어 계속된 장기프로젝트에 염증이 난, 오히려 예전 깨알같은 웃음을 바라는 시청자들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시간이였습니다. 


 
그런데 자신과 친분이 있는 김원희와 시트콤 이후 연락을 잘 안했던 이나영에게 전화하는 유재석의 휴대폰이 심상치 않습니다. 너도나도 스마트폰에 이제 3G 시대를 지나, 4G 시대가 도래한 마당에 여전히 유재석의 폰은 2G입니다. 한술 더떠 정형돈의 폰은 언제 나왔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가로본능입니다. 그래도 유재석은 전화만 잘된다면서 너스레를 떨면서 2G 예찬론까지 펼치며 묵묵히 전화거는 임무를 수행합니다. 

대부분의 휴대폰 유저들이 스마트폰으로 바꾸는 시대에, 여전히 이런저런 이유로 스마트폰이 아닌 2G 핸드폰을 고집하는 분들도 더러 계십니다. 개중에는 유재석처럼 수억원대의 돈을 버는 자산가이지만 사업상의 이유로 혹은 2G가 더 쓰기 편하고 전화가 잘 터진다는 이유로 계속 3G, 4G로 바꾸라는 압박 속에서도 여전히 2G 예찬론을 펼치고 있는 경우도 있구요.

아마 유재석의 통신사는 계속 보상을 해주겠다고 차츰차츰 2G 서비스를 중단코자하는 그 통신사가 아닐 확률이 더 많겠습니다. 그 통신사빼고는 특히 오래전부터 휴대폰을 사용했던 중장년층 사용자가 많은 한 통신사는 여전히 2G고객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고자하니까요. 어찌되었든 스마트폰이 곧 필수 아이템이라고 생각하는 젊은 시청자들에게 연간 수십억의 돈을 버는 연예인임에도 여전히 2G 유저를 자청하는 유재석과 정형돈이 신기할 수 밖에 없습니다. 워낙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다보니 스마트폰을 제대로 활용할 시간조차 없겠지만, 조금더 비싸고 트렌디한 소비를 통해 자기의 재산을 과시하고픈 대한민국 부자들 사회에서 유재석의 변함없는 2G사랑은 다소 특별하게 비춰질 정도입니다

 


하지만 동고동락 이후 서서히 최고 MC 자리에 올라가, 지금까지 특유의 성실함으로 여전히 신인같은 자세로 주어진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진한 감동을 안겨주었던 유재석을 생각한다면 결코 그가 사용하고 있는 2G 휴대폰이 결코 이질감을 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리얼버라이어티를 넘어 더 리얼한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예능계의 지각이동이 활발한 가운데, 갑자기 2000년대 초반에 자기가 진행하였던 동고동락을 하자면서 의견을 내세우는 그의 모습이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지금은 명실상부 국민mc로 불리는 유재석에게 동거동락이라는 프로그램은 여러모로 의미가 큽니다. 동고동락 이전에도 강호동, 이휘재와 함께한 '공포의 꿍꿍따'로 인기있는 mc 반열에 올라가는데 성공을 거두었지만, '동거동락'은 유재석이 단독으로 이끌면서 차기 유망 진행자로 자신의 입지를 강력히 굳힌 상징적인 프로그램이였습니다. '동고동락'이 끝난 이후 유재석은 '동고동락'에서 자신을 눈여겨본 권석PD(현 놀러와PD)와 갓 조연출을 벗어난 김태호PD와 손을 잡고 '강력추천 토요일'의 한 코너로 출발한 것이 오늘날 무한도전의 시초인 '무모한 도전'이였죠. 

 


저역시나 유재석의 동거동락을 거의 매회 빠지지 않고 본 사람으로서 그 때 당시 명장면들이 소록소록 기억에 남네요. 당시 남녀 연예인들이 모여서 함께 게임도 하고 잠도 자면서 한회에 한명씩 탈락하여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프로그램인터라 지금 생각해보면 최근 방송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서바이벌 오디션과 약간 비슷한 듯 싶기도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수, 개그맨, 연기자, 성별을 불문하고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모여든 연예인들을 쉴세없이 다독거리면서 다소 쾌활한 진행을 보여준 유재석의 진행능력이 상당히 인상적이였습니다. 제가 유재석을 유독 좋아한 것도 그 프로그램을 통해 호감도가 많이 쌓여있는 것도 이유가 있을 테구요. 

더 웃긴 것은 동고동락을 진행할 때나, 지금 누구도 넘보기 어려운 최고의 자리에 올라와있을 때나 연예인 유재석은 변한 점이 없습니다. 아니 변한 게 있다면, 그 때보다 더 강해진 체력으로, 못하는 것이 없는 만능 재주꾼으로 변모하면서도, 여전히 모든 프로그램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다소 뒤떨어진 고정 출연자들을 끊임없이 챙기려고 한다는 점이죠. 어제도 무한도전에 합류한지 2년째가 다 되어가는데도 토크의 자신감을 잃어버린 길을 위해서 옆에 있는데도 2G 휴대폰으로 전화를 해서 토크 잘하라고 격려하고, 의상실에 동고동락을 진행할 특별 의상을 찾아 떠나는 중에도 직접 길을 데리고 가, 그의 분량 확보에 신경을 써주는 모습을 보이기도 할 정도였으니까요. 

유재석이 유독 이제 막 예능 세계에 입문한 신인들을 잘 챙기는 이유도, 어찌보면 그들을 통해서 자신의 험난했고, 실수가 많았던 지난 10년간의 무명생활이 떠올라서 그런 것도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개구리 올챙이 시절 모른다고, 대부분 성공한 이들은 자신들도 신인시절 상당히 고생을 하고 애를 먹고, 자신에게 눈길하나 안주던 선배들을 야속하게 생각하면서도 정작 자신들도 그 자리에 올라가면 언제 그랬나는 식으로 시치미들을 뚝 떼곤 합니다. 아니 이제 나는 할만큼 했다면서 더이상 노력도,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유재석은 여전히 자신의 서툴렀던 과거를 잊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입니다. 그렇다고 자신이 정말 힘들게 살았다고 너네도 나처럼 하면 잘 될 수 있어하고 목에 힘주어서 말하는 유명인사도 결코 아닙니다. 오직 자신의 몸소 행동으로 보이면서 다소 예능감이 떨어지는 예능 초보들이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잘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줄 뿐이죠. 

누구나다 인정하는 방송계의 1인자로서 자신의 막강한 부와 권세를 자랑하기보다, 매사 겸손하고 고생했던 지난 시절 초심을 잃지 않으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벅찬 도전에 몸 사라지 않고 매회 진한 감동을 안겨주는 유재석이기에, 시시각각 변하는 방송 트렌드에서 오랫동안 최고 MC 자리를 구축할 수 있었던 비결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떻게보면 최정상의 자리에 있음에도 늘 한가지 틀을 고집하기보다 매회마다 각각 새로운 시도와 아이템을 구상하고, 애써 자신들의 한계를 규정하지않아 7년 장수프로그램임에도 여전히 신생 예능을 보는 듯한 무한도전과 유재석은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예능 이상의 무언가를 해내면서도, 바로 힘을 빼고, 원초적인 게임과 몸개그로 오랜 도전으로 녹초가 된 출연진과 시청자들의 피로를 한번에 떨치게하고 수준급 이상 방송을 뽑아낼 수 있는 힘. 어느 한 분야의 성공에 우쭐하여 자만하기보다, 초심으로 되돌아가고자하면서 지금은 느낄 수 없었던 더 큰 웃음코드를 쏟아내면서 스튜디오와 시청자들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자세가 되어있는 무한도전 제작진과 유재석이기에 지금 이 순간에도 무한도전은 계속 진화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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