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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무한도전 그랬구나 박명수의 길을 향한 속시원한 독설. 가식보다 솔직함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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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무작정 비판하기는 쉬어도, 정작 남의 충고와 비판을 귀담아 듣고 수용하는 것은 결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아니 남에게 싫은 소리를 업으로 삼는 듯한 어떤 이들은 아예 다른 이들의 지적과 수용을 넘어 아예 소통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듯 한다. 하지만 역시 무한도전은 달랐다. 표면적으로 보기에는 방송심의위조차 어느 하나 지적할 정도 없을 정도로 착한 자막과 한결 편안해진 음성으로 부드럽고 자칫 밋밋해보일 수도 있는 건전한 방송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안을 들어다보면 차라리 멍x(청)아, 빡빡이로 끝나는 것이 더 나을 법한 상황이였는지도 모른다. 또한 무한도전 상사 내의 일종의 역할 바꾸기를 통해서 울며겨자먹기로 윗선의 독단적인 횡포와 결정을 따를 수 밖에 없는 입장도 통쾌하게 그려내었다. 아무튼 김태호PD는  '방송품위'를 유지하라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겸허히 어떠한 저속한 언어사용없이도 충분히 웃길 수 있는 품격높은 예능을 만들었다. 

무한도전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말 그대로 그들은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명명 하에 숨김없이 그들의 모습 그대로 상황에 맞춰서 행동한다. 그래서 때로는 방송에서 적합하지 않은 상스러운 언어가 나올 수 있고, 고성방가가 오가기도 한다. 그런 모습이 보기 좋고, 인기 프로그램 무한도전이기 때문에 봐줘야한다는 말은 아니다. 청소년들이 많이 보는 프로그램인만큼, 자라나는 청춘들의 언어 생활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무한도전 멤버들이 솔선수범하여 올바른 언어 생활을 하여야한다. 

 


하지만 비속한 언어생활의 문제가 비단 <무한도전>만의 책임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 그러면 이 나라를 책임진다면서 위엄을 갖추고 국회의사당과 국무회의에 출석하시는 분들은 그에 맞게 고품격 언행만을 구사하실까? 뒷배경에 펼쳐진 국회 배지만 아니라면 현란한 발차기와 공중 분해가 펼쳐지는 무혐영화의 한 장면으로 봐도 무방하다. 게다가 대한민국의 문화의 품격을 한단계 올려야하는 막대한 책임을 가지신 분은, 아주 능숙하게 시정잡배나 구사하는 단어들을 감칠맛나게 사용하는 서민적인 풍모를 보여주기도 하여 큰 반향을 안겨다 주었다. 
 
그러나 제 아무리 인기있는 공중파 프로그램이라고 하나, 상대적으로 권위있는 자의 권고를 들을 수 밖에 없는 처지의 <무한도전>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내린 결정에 전적으로 수긍하면서, 앞으로 방통심의위의 권고에 따라 바른말 고운말을 사용하겠노라 다짐을 하였다. 그래서 하나마나 행사 시즌3에 특별 출연한 신세경이 다소 부담스러워할 정도로 큰 소리로 들이댄 정형돈을 '품위유지'라는 자막과 함께 거친 하이킥으로 응징을 내림은 물론, '사내 교육'을 통해 그간 자신들의 언행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받으면서 잘못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하였다. 몇 가지 방통위의 눈살을 찌푸리게하는 면은 금방 수긍하지만, 대체적으로 뭐가 문제인지 영문을 모르는 멤버들에게는 다소 힘든 과정이었다.

물론 '무한 상사' 고운말 특강 강사로 초빙된 배현진 아나운서와 그녀의 말의 맞장구친 유재석의 말처럼 거칠고도 듣기 부담스러운 고성이 없어도 충분히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할 수 있다. 가령 무한도전 내에서 정준하에게 자주 하는 '멍x아'라는 단어를 얼마든지 '모자라지만 마음만은 착한 친구야"라고 부드럽게 순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작 "모자라지만 마음만은 착한 형" 이란 말에 듣는 이는 2배 이상 충격을 받는 듯 하다. 남이 듣기에는 어감은 좋아보여도, 멍x아보다 긴 모자라다는 말에 더더욱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꼬집은 셈이다. 

 


가장 압권은 평소 쌓인 것이 많았던 두 사람이 손을 꼭잡고 서로의 눈을 바라보면서 정답게 서운함을 풀어가는 '동료야' 시간이었다. 하지만 서운함을 풀기 위해서 마련된 시간은 정작 들으면 들을 수록 더더욱 서로에 대한 분노만 쌓여져가는 듯 하다. 겉으로는 화를 낼 수도 없고, 욕도 할 수 없다. 그저 실실 웃으면서 '그랬구나'를 반복하면서 참으로 훈훈한 모습으로 비추어질 뿐이다. 마치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억지 미소를 지으면서, 서로를 향한 화려한 난타전을 펼치는 위정자님들처럼 말이다. 

 

박명수는 그랬구나를 이용하여, 그동안 길이 무한도전에서 빠지라는 댓글을 보고 상처를 받는 길을 보는 것이 가슴아프다면서, 이참에 빠지거라라는 충격적인 한 마디를 건넨다. 언뜻 들으면 진심으로 길이 나가줬으면 하는 바람처럼 들린다. 그도 그럴것이 여전히 길은 수많은 무한도전 시청자들에게 하차요구를 받고 있는 인턴사원이니까 말이다. 3년째 인턴사원이란 말이 전혀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길은 여전히 무한도전에 적응 중이다. 같은 '리쌍'멤버로서 길보다 예능을 늦게 시작한 개리가 현재 '런닝맨'과 기타 예능의 주역으로 주목받으면서 승승장구를 거듭하고 있는 것과 천지차이이다. <런닝맨> 초창기 멤버인 개리와 달리 길과 같은 경우에는 이미 멤버들간의 구도가 안정적으로 잡혀있던 무한도전의 굴려박힌 돌의 선입견이 강하기 때문에, 무한도전 시청자들이 유독 길에게 텃세를 부린다고도 볼 수 있지만, 3년 째 무한도전의 꿋꿋한 기다림에도 여전히 제 몫을 해내지 못하는 길이 안타까울 뿐이다. 

 


하지만 오랜 출연에도 기대 이상의 예능감을 발휘하지 못하는 길을 감싸준다면 되레 길의 하차를 요구하는 시청자들의 반감만 살 뿐이다. 그래서 무한도전은 3년 이상 적응은 커녕 하차요구가 끊이지 않은 길을 아예 안 웃기다면서 대놓고 '디스'하기 시작했다. 길뿐만이 아니라, 웬만하면 건들지 말아야하는 유재석조차 하하의 입을 빌려 친구가 없다는 둥, 정준하가 코디를 못살게 굴어 6개월마다 코디가 교체된다는 치명적인 이야기(?)까지 난무하는 난장판이 바로 무한도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시청자들은 겉으로는 특히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기준에서 봤을 때는 만날 '치고 박고' 싸우면서 저속한 언행을 일삼는 무한도전을 보고, 제작진과 멤버들이 서로를 걱정하는 끈끈한 우정이라고 칭한다. 비록 방송에서 할 말 안 할 말 가리지 않고 다 내뱉는듯 하지만, 다 멤버들이 진심으로 잘 되길 위한 마음에서 몇몇 출연자들의 희생으로 인해 큰 웃음을 주는 것이 가장 큰 웃음포인트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있는 상태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봤을 때는 어떻게 감히 후배이자 동생인 하하가 방송에서 박명수의 머리를 잡아댕길 수 있나고 할 수 있지만, 정작 박명수 본인은 재미를 위해서 흔쾌히 동의했는데 왜 문제가 되는지 반문할 뿐이다.

박명수의 길을 향한 독설도 마찬가지이다. 진짜 길이 나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직설화법이 아니라, 앞으로 길이 '나가라는' 하차 댓글에 상처받지 말고 더욱 무한도전에서 잘하라는 진심에서 비롯된 충고아닐까? 현재 길에게 가장 필요한 한 마디는 "비록 안 웃기지만, 3년 째 노력만 하는 길성준"이 아니라 차라리 솔직하게(?) "나가거라"라는 말이 더 약이될 법도 하다. 아니 때로는 가식적인 친절과 고운말로 포장한 품위있는 언어생활로 상대방에게 더 큰 상처를 안겨주는 것보다, 차라리 속시원히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는게 더 뒤끝없이 들리는 듯도 하다. 그나저나 아무리 생각해도 "멍X아"라는 말보다  "모자라지만 착한 친구야"라는 말이 더 기분나쁘게 들리는 것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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