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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나는가수다 조규찬. 김연우보다 관객동원법칙을 몰라 더욱 안타까운 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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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탈락자는 소문대로 '자우림'이 아니었다. <나는가수다> 첫 등장에서 최초로 7위를 차지한 조규찬이었다. 그동안 <나가수> 최단기 탈락자 김연우의 기록을 깨는 씁쓸한 결과였다. 

애초부터 은은하면서도 깔끔함이 돋보이는 보컬이 매력적인 조규찬은 관객들을 신나게하고, 목소리 울림이 좋아야하는 <나는가수다>에 적합하지 않은 가수인지도 모른다. 그동안 <나는가수다>에서 맹활약했던 가수들을 보면, 목소리 통이 남다르거나(박정현, BMK, 김경호, 윤민수, 인순이) 아니면 관객들이 일어나 어깨를 들썩이도록 신나게 해야한다(윤도현밴드, 김범수, 바비킴)

반면 감성 보컬로 소문났지만, 유독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고 매번 파격변신을 일삼는가수들이 즐비한 무대에서 이소라, 김연우, 조관우 등은 상대적으로 죽을 쓸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이소라는 기존의 자신의 모습을 버린 파격적인 'NO1'으로 2위를 차지했고, 조관우 또한 한국적인 한이 깃들여진 '하얀나비'로 잘 버터내었다. 조규찬 이전에 가장 최단기 탈락자로 꼽히던 김연우도 중간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그나마 자존심을 세웠다고 하지만, 조규찬은 첫 등장부터 7위에 심지어 가수들끼리 매기는 중간평가에서도 5위를 하였다. 

<나는가수다>를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여러 공연장에서 가수들을 접해본 결과 확실히 여러 가수들이 출연하는 무대에서는 자연스럽게 목소리가 크고 관객들을 신나게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가수들보다 더 많이 기억에 남긴 한다. 거기에다가 <나는가수다>는 청중평가단 기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가수들을 뽑기 때문에, 그런 쏠림 현상이 더욱 심해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매주 조관우나 조규찬처럼 성량이 풍부하지 않지만, 조용하고도 은은한 음악을 추구하는 뮤지션들은 하위권 내지 조기 탈락할 수 밖에 없는 딜레마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무대에서는 <나는가수다>에서도 가장 흥을 돋구는 바비킴이 고 김현식의 '사랑사랑사랑'을 부르다가 사상 최악의 음향사고로 마이크가 나가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덕분에 바비킴은 2번씩 노래를 부르게 되었고, 관객들이 더더욱 들썩이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또한 역시나 고 김현식의 노래인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부른 인순이는 아예 확성기까지 들고 나와 관객들이 자리에 일어나게 부추겼다. 자연스럽게 관객들은 자기 스스로가 흥겹게 즐긴 무대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게 된다. 그래서 결국 인순이와 바비킴은 관객들을 즐겁게한 보답으로 1위, 2위를 차지하게 되었고 반면 하필이면 가장 첫 무대에서 아무런 미동도 없이 조용조용 '이별이란 없는거야'를 부르던 조규찬은 조기 탈락의 고배를 마시게 되었다. 


이제 <나는가수다>가 호주 공연을 계기로 <나가수>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면서 승승장구를 거듭하는 공식은 완전히 굳혀진 듯 하다. 청중평가단과 신나게 놀거나, 아님 소름이 끼칠정도로 고음을 부르던가. 아 춤을 추면서 리듬을 타면 무조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조규찬은 끝까지 음악으로만 승부하려는 자기 스타일만 고수해서 조기에 탈락하는 불운을 겪었을 뿐이다. 

 


그나마 저음과 고음을 두루두루 완벽히 소화해낼 수 있는 정통 로커 김경호, 로커치고 지르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여러 장르를 고급스럽게 접목시키는 천부적인 능력을 가진 자우림과 더불어 감성보컬의 대가 조규찬이 점점 획일화되어가는 <나는가수다>에 적지 않은 변화를 꽤할 수 있는 인물로 나름 기대감이 컸었다. 그러나 역시나 조규찬같은 감미로움을 앞세운 가수는 <나는가수다>에서 힘들다는 진리만 제대로 입증한 셈이다.  

아마 조규찬뿐만 아니라 <나는가수다> 제작진 입장에서도 못내 섭섭할 듯 하다. 그동안 <나는가수다> 출연가수의 다양화를 위해 각개 개성넘치는 뮤지션 투입을 고려해왔던 제작진이다. 어느 한 쪽으로 쏠림을 방지하기 위해 조규찬, 조관우 등 각개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가수의 섭외에 많은 공을 들여온 <나는가수다> 제작진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신나는 음악으로 관객들을 즐겁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나는가수다> 무대에 이제 조규찬 같이 감성적이고 세련된 편곡의 힘으로 명성을 쌓은 아티스트들이 설 자리는 없어보인다. 아니 계속 이런 상태라면 출연을 할 수 있겠지만, 조규찬처럼 1라운드만에 탈락하거나 아니면 조관우처럼 하위권에 맴돌다가 탈락하는 일만 되풀이될 것이다.  결국 조규찬의 조기 탈락은 점점 과도한 퍼포먼스 위주와 고음병으로 식상해지는 <나는가수다>의 한계점을 명확하게 보여준 동시에 앞으로의 음악적 다양화 발전의 기회를 당분간 고이 접어야하는 안타까운 결과였다. 

 



특히나 이번 조규찬의 탈락은 호주에서 열렸기 때문에, 고국으로 되돌아오면서 탈락의 아픔을 곱씹어야하는 조규찬의 아픔은 더욱 크게 다가올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그는 이번 <나는가수다> 참여를 위해 미국 유학 중 휴학을 할 정도로 <나는가수다> 출연에 큰 열정을 보여왔던터라 더욱 그의 조기 탈락이 유감으로 다가온다. 허나 조규찬은 노래 못지않게 마음 씀씀이 또한 남다른 가수였다. 호주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 누구보다 상심이 컸지만, 본인 스스로 들어보니 (자기 순위는)7위가맞다고 순수히 결과를 인정하고 그의 이른 탈락에 속상해할 처제 소이 등 가족을을 위로하고 어루만져주는 조규찬의 통 큰 마음씨가 다시 보일 정도다.

 


그의 노래가 다른 가수들보다 좋지 않아 탈락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다만 그는 <나는가수다> 청중평가단이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였을 뿐이다.  첫 라운드에 탈락하더라도 자기 맘에 드는 편곡과 노래로 많은 이들을 충분히 감동시켰다. 꼭 <나는가수다>에 살아남기 위해서 자기 스타일을 버리고 무조건 청중단이 원하는, 남들과 똑같은 길을 걸어갈 이유는 없다. 비록 더이상 <나는가수다>에서 조규찬 특유의 세련된 편곡을 들을 수 없어 아쉽긴 하지만, 그의 탈락에 깊은 박수를 보낸다. 비록 조규찬처럼 조기에 탈락한 불운을 안고 떠난 김연우도 오히려 <나는가수다> 탈락 이후에 명예졸업자 못지 않은 인기를 얻으면서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지 않은가.



조규찬의 바람대로 <나는가수다>에서 보여준 무대가 아닌 조규찬 본연의 노래를 듣고 가수 조규찬을 제대로 평가하는 분들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자고로, 앞으로 
신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가수들뿐만 아니라 김연우, 조관우, 조규찬과 같은 유형도 그들의 본연의 스타일을 유지해도 상위권을 차지하는 균형과 조화가 이뤄져야한다. 또한 김경호, 자우림을 비롯한 각 장르에서 확고한 영역을 쌓은 뮤지션들이 더 많이 <나는가수다>에 도전장을 내밀어야한다. 그래야 뛰어난 가수와 다양한 음악으로 감동을 준다는 <나가수>의 기획의도를 살림과 동시에, 기존 음악프로그램과 격을 달리 한다는 <나는가수다>의 음악적 깊이가 더욱 농익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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