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열린 36회 청룡영화상은 그 어느 해보다 많은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지난주 20일 열린 52회 대종상영화제 때문이다. 남녀 주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 전원이 불참하는 초유의 사태 속에 진행된 대종상영화제는 전반적인 행사 운영에 있어서도 한국 대표 영화제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미숙함과 소통 부재를 보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 다음주 열리는 청룡영화상이 더욱 궁금해 졌다. 대종상과 달리, 비교적 잡음없이 안정적으로 영화상을 운영해온 것으로 평가받은 청룡상 이었지만, 아무리 못해도 대종상 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확신이 청룡영화상에 대한 기대를 증폭시켰다. 그리고 이날 36회 청룡영화상이 보여준 행보는 지난주 대종상이 보여주었던 모습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주연상 후보 전원 불참과, 배우 부문 후보에 오른 30명 중 26명 참석. 배우들 참석만 놓고 봐도 대종상과 청룡상은 애초 게임이 되지 않는다. 36회 청룡영화상에는 매년 청룡영화상 진행을 맡아온 김혜수를 비롯하여, 지난주 대종영화상에서는 스케줄을 이유로 불참한 황정민, 유아인, 한효주가 참석하여 눈길을 끌었다. 이날 주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 중에 스케줄을 이유로 불참은 선언한 이는 정재영, 전도연, 전지현 뿐이었다. 남우조연상, 신인남자,여우상 후보에 오른 배우들은 전원 참석했으며,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라미란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촬영으로 부득이하게 불참을 통보했다고 한다. 


송강호, 이경영, 김혜수, 황정민, 오달수, 유해진, 이정재, 조진웅, 유아인, 이민호, 박보영, 박서준, 변요한,강하늘 등 올해 한국 영화계를 빛낸 스타 배우들이 총출동한 청룡영화상은 그 자체만으로도 완벽한 축제 였다. 하지만 이날 청룡영화상이 돋보인 것은, 대종상이 그토록 원하던 스타 배우들의 대부분 참석이 아니었다. 





이날 청룡영화상의 최우수 작품상은 최동훈 감독의 <암살>에게 돌아갔다. 감독상은 <베테랑>의 류승완 감독이 수상하였다. 흥미로운 점은 지난 주 대종상에서 최동훈, 류승완 감독은 모두 개인 사정으로 불참 했고, <암살>의 전지현이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 외엔, 두 영화 모두 대종상에서 이렇다할 상을 받지 못했다. <암살>, <베테랑>과 함께 천만관객을 기록한 <국제시장>이 대종상에서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포함 10개 부문의 상을 휩쓴 것과 상당히 대비된 행보였다. 또한 대종상에서는 여우조연상(김해숙) 수상에 그쳤던 <사도>가 청룡영화상에서는 남우주연상(유아인), 여우조연상(전혜진), 촬영조명상(김태경 외 1명), 음악상(방준석) 등 4개 부문의 상을 수상하였다. <국제시장>은 남우조연상(오달수), 최다관객상, 미술상(류성희) 등 3관왕을 기록했다. 


주요 부문의 상을 <국제시장>에 몰아준 대종상과 달리, 올해 흥행작에 주요 부문의 상을 골고루 안겨준 청룡상은 당연히 비교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날 청룡상은 올해 대종상은 아예 하지도 않았던 기계적 분배에서 그치지 않았다. 


잘 알려졌다 시피,  청룡영화상은 대한민국 대표 보수 언론 조선일보가 후원하고, 계열사 스포츠조선이 주최하는 영화상이다. 몇 년전만 해도, 대종상만큼은 아니지만 조선일보 계열사가 주최하는 이 영화상에 대한 시선은 마냥 곱지만은 않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영화상으로서 심사에 공정성을 기한다고 한들, ‘조선’이 후원한다는 이유로 어딘가 모르게 미심쩍게 다가오는 부분이 없지 않았던, 청룡영화상의 인식이 확 바뀌게 된 것은, 지난 2011년 32회 청룡영화상이었다. 


그 해 7백만명 관객을 기록하며, 2011년 최다 관객을 기록한, 김한민 감독 <최종병기 활>이라는 쟁쟁한 후보가 있음에도 불구, 당시 청룡의 선택은 270만명 관객을 기록한 류승완 감독의 <부당거래>였다. 최우수작품상, 감독상을 포함 각본상(박훈정)까지 연출, 시나리오 완성도와 관련된 상은 모두 부조리한 사회 현실을 냉철하게 꼬집은 <부당거래>의 몫으로 돌아갔다. 


뿐만 아니라, 이 날 <베를린> 촬영차 해외로 출국한 류승완 감독을 대신하여, 단상에 오른 <부당거래> 제작자 강혜정은 외유내강 대표는 “세상의 모든 부당거래에 반대하고, 그런 의미에서 11월 22일에 있었던 (한미) FTA에 반대한다.”는 수상소감을 전하며 큰 박수를 받았다. (놀랍게도 강혜정 대표는 올해 청룡영화상 또한 차기작 준비로 시상식에 불참한 류승완 감독을 대신해 감독상을 대리 수상하였다.) 그 해 <최종병기 활>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류승룡 또한  “공정성 있는 심사를 내년엔 미국인들이 하지 않겠죠.” 라는 한미FTA를 빗댄 뼈있는 수상소감을 전하기도 하였다. 


당시 한미FTA를 적극적으로 지지하였던 조선일보가 후원하는 시상식에서 오고간, 의미심장한 수상소감은 보수적 색채가 짙었던 청룡영화상을 다시 보게하는 결정적 계기였다. 그 이후 청룡영화상이 다시 주목받은 것은 지난 2014년 35회 청룡영화상이었다. 





이날 청룡영화상의 최우수 작품상은 양우석 감독의 <변호인>에게 돌아갔다. <변호인>은 조선일보가 그토록 날선 비판의 날을 세우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 당시의 사건을 그린 영화다. 후원사 조선일보에게는 다소 껄끄러운 내용일 수도 있지만, 의외로 <변호인>은 심사위원 대부분에게 선택을 받으며, (네티즌들만 최우수 작품상으로 <명량>을 선택했다.) 당당히 최우수 작품상의 영예를 안았다. 하지만 35회 청룡영화상에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주인공은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변호인>도 아니요, 남우주연상을 받은 송강호도 아니었다. 그야말로 청룡같은 메이저 영화상에서는 흔히 볼 수 없었던 깜짝 수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한공주> 천우희였다. 


“유명하지도 않은 제가 이렇게 큰 상을…” 당시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천우희는 자신의 이름이 수상자로 호명되기 바로 직전까지, 청룡에서는 자기가 상을 받을 것이라고 정말로 예상하지 못한 듯 했다. 그렇다. 이미 35회 청룡영화상 전에 있었던 34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천우희였지만, 독립영화 출연에 그것도 다른 후보들에 비해 유명하지 않았던 그녀가 보통 흥행에 성공한 상업영화 위주로 주요 부문의 상이 돌아가는 청룡에서 신인여우상도 아닌 여우주연상을 수상할 가능성은 극히 적어보였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그 해 청룡은 천우희를 택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많은 대중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렇다고 35회 청룡영화상이 <한공주> 외에도 그 해 개봉한 수많은 독립 영화들에게 열렬한 관심을 보였던 것은 아니었다. 독립영화를 향한 청룡의 선택은 오직 <한공주>,<도희야>뿐이었다. 그럼에도 천우희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청룡의 선택은 영화의 흥행여부, 상업영화, 독립영화 이런 기준을 놓고 떠나, 오직 작품성과 배우의 연기력으로 상을 수여한다는 청룡의 공정성을 조금이나마 믿게하는 기폭제로 작용하였다. 


그리고 올해 있었던 36회 영화상에서, 청룡은 지난해 천우희 못지 않은 깜짝 행보를 이어나간다. 물론 지난 26일 청룡영화상을 수상한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이정현은 지난해 여우주연상 천우희와 달리 굉장히 유명한 배우이며, 가수로서 한 시대를 풍미한 원조 한류 스타이다. 그럼에도 이정현의 수상이 주목받는 것은,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와 같이 현 사회를 전면으로 비판하는 문제작에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배우가 영화에서 보여준 연기력만으로 상을 준 청룡의 남다른 감각이 다시 돋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이정현이 보여준 연기력은 압도적이었고, 그녀의 수상 또한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 





올해 청룡의 선택이 돋보인 것은 여우주연상 뿐만이 아니다. 이날 이민호, 박서준, 변요한, 강하늘 등 쟁쟁한 스타들을 제치고 신인 남우상을 받은 이는 다름아닌 독립영화 <거인>의 주인공 최우식이었다. 지난주 대종상에서는 후보에 조차 들지 못했던 최우식의 신인상 수상은, 이어 <거인>을 연출한 김태용 감독(탕웨이 남편이 아니다)이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며, 겹경사를 맞게 되었다. 이날 각각 신인남우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거인>의 최우식, 김태용 외에도 또다른 독립영화 <소셜포비아>의 홍석재 감독과 변요한이 각각 신인감독상, 신인남우상 후보에 오르기도 하였다. 


주연상 후보 전원 불참, 대리수상 불가를 표명 하였음에도 불구, 정작 지켜지지 않는 원칙, <국제시장> 몰아주기 등 엄청난 사건들에 가려지긴 했지만, 지난주 대종상에서 두드러진 또다른 문제는 시상은 커녕, 후보에서도 독립 영화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물론, 신인여우상(이유영)을 수상한 조근현 감독의 <봄>, 장건재 감독의 <한여름의 판타지아>를 제외하고, <거인>, <소셜포비아>,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이광국 감독의 <꿈보다 해몽>, 임흥순 감독의 <위로공단>, 진모영 감독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등 올해 주목받았던 상당수 독립 영화들이 대종상에 아예 출품조차 하지 않았던 이유가 가장 크겠다. 대종상 관계자는 대종상은 모든 영화에 문이 열려있음에도 불구, 그렇지 않았던 젊은 감독들이 자초한 것으로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청룡과 달리 독립 영화 감독들이 대종상에는 아예 출품조차 하지 않는 속내는 따로 있었다. 극영화로서 빼어난 완성도를 보였다고 한들, 흥행에 성공한 상업영화가 아니면 상을 받기도 어렵지만, 후보에 드는 것도 어려운 영화상. 그것이 현 대종상을 바라보는 젊은 영화인들이 가지는 보통의 시선일 것이다. 


물론 36회 청룡영화상 또한 여우주연상, 신인남우상, 신인감독상을 제외하곤, 여전히 흥행에 성공한 영화를 높게 평가 하고, 많은 상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청룡은 올해 흥행한 영화 모두에게 상을 골고루 나눠주는 분배의 차원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상으로서 자리 매김할 수 있는, 엄밀히 말하면 조선이 주최하고 후원하고 있음에도 불구, 조선일보가 지향하는 정치적 논리에 따르는 것이 아닌, 오직 영화 완성도와 배우의 연기력만으로 평가하는 영화상으로서 이미지를 한단계 격상할 수 있는 시상을 꾀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는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성공적’이었다. 


“난 청룡영화상이 정말 좋다. 참 상을 잘 주죠?”


<차이나타운>으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무관에 그친 김혜수에게 이 날 청룡영화상은 두고두고 아쉬운 영화제로 기억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암살>이 최우수 작품상에 호명된 이후, 김혜수는 오랫동안 자신이 진행을 맡은 청룡상을 두고 이런 평을 남긴다. 


자신이 상을 받지 못했음에도 불구, 청룡의 공정성을 높이 평가하는 김혜수의 대인배 면모가 돋보인 멘트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김혜수가 남긴 한마디는 36회 청룡 영화상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한 명언으로 남을 수 있었다. 역대 최악의 파행을 빚은 대종상 덕분에 얻은 반사이익도 어부지리도 아니었다. 지금의 대종상은 흉내조차 내지도 않는, 보다 공정성있는 영화상으로 발돋움하고자하는 청룡이 행한 일련의 노력들이 오늘날 스타 배우들이 알아서 잘 참석하고, 상도 잘 주는 영화상으로 기억하게 하는 것이다. 오래된 역사와 물리적 힘을 앞세운다고 되는 것이 아닌, 권위는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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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지난 11일 개봉한 영화 <관상>은 다분히 추석 대목을 겨냥한 영화이다. 요즘 영화계 흐름과 마찬가지로, 전문가 평점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지만, 영화 개봉 9일 째 400만을 돌파하며 승승장구를 거듭하는 <관상>은 대중 상업 영화로서는 확실히 성공한 케이스로 남을 듯 하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개봉했고, 사극 영화라는 부분에서 <관상>은 개봉 전 지난 해 천만관객 신화를 수립한 제2의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로 큰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송강호, 김혜수, 백윤식, 이정재, 조정석, 이종석 등의 화려한 캐스팅은 <광해>와 더불어, 지난해 천만 관객을 기록한 <도둑들>의 스타 라인업을 연상시킨다. 





믿고 보는 배우들의 총출동, 추석 연휴임에도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볼 수 있는 경쟁 영화가 많지 않다는 점에 있어서 <관상>은 잘 될 수밖에 없던 영화였다. 하지만 엄청난 흥행 속도와 별개로, <관상>에 대한 평은 극과 극으로 나뉜다. 굉장히 재미있었다는 지인들의 이야기와, 스토리 부분이 약했다는 또다른 지인들의 이야기. 하지만 영화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던지 간에, 어느 한 부분을 보는 관점은 대부분 비슷했다. 바로 수양대군으로 출연한 이정재의 연기력이다. 


영화 속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했지만, 엄연히 말해서 <관상>의 캐릭터들은 기존에 나왔던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그리 새롭지도, 독특하지도, 입체감이 있지도 않다. 추석 대목 상업적인 흥행을 고려하여 만든 대중 영화이기 때문에, <관상>은 캐릭터나 시나리오 전개에 있어서 굉장히 안전한 길을 택한 것 같다.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정해진 운명은 무엇을 해도 바꿀 수 없다는 예정된 결말 하에, 익숙하고 정형화된 캐릭터와 선악구도법 스토리텔링으로 2시간 넘는 러닝타임을 이어나간다. 영화 <건축학개론> 납득이의 사극버전을 연기하는 것 같은 조정석은 감초로서 대중들을 웃겨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고, 기생 연홍으로 출연하는 김혜수는 흡사 <타짜>의 정마담을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캐릭터 정형화의 끝판왕은 이정재가 맡은 수양대군이다. 영화 시작 한시간만에 등장하는 수양대군은 호시탐탐 어린 조카 단종의 왕위를 찬탈하려는 나쁜 삼촌이다. 수양대군에 맞서 단종을 지키는 호랑이 상 김종서(백윤식 분)과 달리 이리 상으로 등장하는 수양대군은 얼굴에 깊숙이 배인 상처만큼 절대악으로 등장한다. 





등장부터 영화가 끝날 때까지, 밑도 끝도 없이 나쁜 남자인 수양대군은 가장 정형적이고 단순한 악역 캐릭터의 극치를 달린다. 하다 못해, 요즘은 악역에게도 인간적인 매력을 돋보이게 하고, 어쩔 수 없이 악인이 될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이유(?)를 조명하는데 반해, <관상> 속 수양대군은 왕 자리에 눈이 뒤집어 어린 조카도 해치려드는 타고난 운명부터가 나쁜 인간일 뿐이다. 


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나쁜 남자일 뿐인 수양대군을 살려낸 것은 온전히 배우 이정재의 역랑이었다. 도저히 영화 속 수양대군의 캐릭터에는 공감도, 이해도 가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수양대군에게 자꾸 끌린다. 수양대군 캐릭터 자체가 쉽게 헤어나올 수 없는 옴므파탈의 결정체인 탓도 있겠다만 이건 캐릭터 본연의 설정보다도, 그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의 공을 높이 평가해야할 것 같다. 


<모래시계>로 단박에 스타덤에 오른 이후, 그동안 <정사>, <태양은 없다>, <하녀>, <도둑들>, <신세계> 등 쉴틈없이 연기 활동을 하였지만 이상하게 이정재는 배우라는 이미지보다, 잘생긴 스타, 모델 이미지에 가까워 보였다. 절친인 정우성과 더불어 연예계를 대표하는, 수려한 외모와 훤칠한 기럭지 탓에 매 작품마다 평균 이상 연기력을 선보였음에도 그 뛰어난 외모에 가려진 이정재는 그렇게 90년대를 대표하는 청춘 아이콘, 비주얼 스타로 이미지가 굳혀지는 듯했다. 


하지만 송강호, 김혜수, 백윤식 등 대한민국에서 내노라하는 명배우들이 총출동한 <관상>에서 이정재는 캐릭터, 연기력, 카리스마 면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른 배역에 비해 절대 악역으로 등장하는 수양대군 캐릭터가 워낙 '쎈' 덕분도 있겠다만 너무나도 악으로 점철되어서 도저히 인간적인 매력도 공감도 느낄 수 없는 수양대군을 이정재는 나름 설득력있게 그려내었고, 한국 영화 역사상 손꼽히는 옴므파탈 반열에 올려놓는데 성공을 거두었다. 





"<관상>을 보러갔는데, 이정재만 실컷 보고 왔다"는 평처럼 <관상>은 수양대군도 아닌, 배우 이정재의 영화였다. "이정재의 대표작으로 추가."라는 씨네21 이화정 기자의 한줄 평처럼 이정재는 <관상>의 출연으로 20년 남짓 지속해오던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빛내는 대표작을 추가함과 동시에, 그의 이름만으로 믿고 볼 수 있는 연기 잘하는 배우로서 온전히 우뚝서게 되었다. 


완벽한 비주얼을 가진 미남 청춘 스타에 안주하기보다, 꾸준히 여러 장르물에 캐릭터 변신까지 마다하지 않은 배우 이정재의 노력이 일구어낸 최고의 반전 결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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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얼마전 김혜수가 새로 진행을 맡게된 'w'의 기자회견장에서 그녀에게 인터뷰를 요청하게하는 기사의 제목을 보고 '이건 뭐지'하고 궁금함에 클릭해보았습니다. 기사를 보니 시사프로그램 기자회견장에서 사적인 질문을 하는 기자도 상당히 한심해보였다만, 그래도 김혜수씨가 너무 민감하게 반응을 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연예인이 기자와 틀어져봤자 그닥 좋은 일은 없거든요.


만약에 그 기사 댓글까지 클릭하지 않았다만, 전 김혜수가 그 기사 그대로 말했다고 알고있었을겁니다. 그러나 댓글을 보니 김혜수의 답변 내용이 상당히 왜곡되어있었더군요. 순간 그 댓글을 보고 이 문제에 관해서 블로그에 글을 쓸까 잠시 생각해보았지만, 그냥 덮어두었습니다. 앞으로 뭘해먹고 살지 모르는데 괜히 이걸로 오프라인 기자님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기는 싫었거든요.

이번에 우연치않게 '오연호의 기자만들기'를 수강하게되면서 언론에 대해서 더욱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원래부터 신문을 비롯한 언론매체를 자주 보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제 관심사는 제가 어릴 때부터 보아왔던 '조중동'기사였고 그 외의 기사는 웃으면서 넘어가는 수준이였죠.
그런데 짧은 시간동안이다만, 캠프에 참석한 예비기자 혹은 현직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우리나라에서 저명하다는 언론인들에게 언론인이란 무엇이고, 언론인의 자세에 대해서 강의도 듣고 토론을 한 터라 모든 신문 기사가 그냥 그대로 흘려버려지지는 않더군요.

저역시도 소셜미디어라는 블로그를 통해서 일종의 언론활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저자신을 제대로된 언론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부족하고 더욱더 깨져야합니다. 다만, 그 과정을 통해서 진정한 언론인이 되고자 노력하는 편이죠. 요 며칠전에도 저만의 생각을 블로그에 쓰다가 많은 분들에게 반감을 사고, 애정어린 댓글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대해서 조금의 변명을 하자면, 블로그는 원래 자기 생각을 쓰는 공간입니다. 단지, 다음뷰라는 공신력있는 메타블로그 사이트를 통해서 많은 분들이 볼 수 있기에 객관성도 갖추어야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저만이 가지고 있는 견해에 비추어 글을 쓰고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고, 그에 대한 의견을 받는 공간입니다.

하지만 기자는 다릅니다. 블로그도 마찬가지지만, 기사는 언제나 '사실'에 근거해야합니다. 이번 김혜수 기자회견장에 있었던 불미스러운 사건과 마찬가지로 있지도 않은 사실을 부풀리거나 왜곡하는 건 기사는 아니죠. 아무리 인터뷰 당사자가 못마땅하더라도 그녀의 인터뷰 문장 자체를 왜곡하는 건, 사실 그대로 보도해야하는 기자로서의 의무를 저버리는 거죠. 기사를 쓰는 과정에서 문맥,단어 선택이나 또는 기사 선별과정에서 기자의 견해가 들어갈 수 있다는 건 인정을 해야합니다.

그러나 최대한 누구에게나 보편타당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쓰는게 기사입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주류 언론들은 그렇지가 못하죠. 매체의 성격에 따라 똑같은 내용이 다른 기사로 쓰이는게 작금의 한국 언론입니다. 그래서 오기만에서 '언론인의 자세'에 대한 토론 과정에서도 한국에서 한국 신문만 읽은 친구들은 기사에 은근슬쩍 자신의 견해를 넣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 10여년동안 사진기자로 일하신 분은 이런 한국언론의 현실에 대해서 비판적이더군요. 기사는 어디까지나 사실만 알려줘야한다고. 독자들이 한쪽으로 치우처진 기사를 알아서 판단하게하는 건 언론의 자세가 아니라고 하더군요.

워낙 객관주의즘에 치우친 미국언론이다보니 그 나름대로 문제가 있긴 합니다. 실제로 미국 언론은 총기난사 사고를 다룰 때에도 그에 대한 어떠한 대책이나 보안방법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는 쪽입니다. 이럴 때에는 차라리 제대로 된 견해를 가진 언론이 독자들을 이끌어나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봅니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 일부 언론들은 그동안 독자들에게 자신들의 생각만을 강요해왔습니다. 그들이 사실 자체를 왜곡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정말 알아야할 사실을 언론인이 아닌 개인의 입장을 고려하여 독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던 것뿐이고, 별거 아닌 일을 크게 부풀렸던 일밖에 없습니다. 덕분에 저도 지난 몇 년전까지 그들이 원하는 인간군상이 되어서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지금 직업언론인이라는 것 자체에 불신감이 팽배해졌는지도 모르구요. 물론 대한민국에는 여전히 사명감을 가지고, 이 사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는 언론인이 더 많습니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 국민 70%이상이 신문보다 인터넷을 더 믿는다는 현실을 볼 때 신문을 위시한 직업 언론인이 다시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그도 그럴것이 자꾸 직업기자 못지않은 트위터, 블로그를 통한 1인 미디어 매체가 성장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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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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