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리에 납치 -> 영문도 모르고 예정된 여행지로 끌려가는 출연자들 -> 하지만 진심으로 여행을 즐기는 출연자들. 얼마전 종영한 tvN <꽃보다 청춘-아이슬란드 편>을 제외하고 <꽃보다 청춘>은 늘상 이와 비슷한 패턴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지난 19일에 방영한 <꽃보다 청춘 Afica>(이하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도 나영석PD를 위시한 제작진이 tvN <응답하라 1988>로 빵 뜬 류준열, 안재홍, 고경표, 박보검 등 쌍문동 4인방을 납치하기 위해 <응답하라 1988> 포상휴가지도 나PD가 직접 정할 정도로 많은 공을 들었다는 것을 강조 한다고 한들, 기존의 <꽃보다 청춘> 시리즈가 보여 줬던 '틀' 이상을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에 관심이 가는 것은 역시 <응답하라 1988>의 주역들이 대거 이번 여행 방송에 동참 했다는 것이다. 아쉽게 이동휘는 스케줄 관계상 참여할 수 없었으나, 그래도 마지막까지 덕선 남편으로 자웅을 다투던 류준열과 박보검이 모두 <꽃보다 청춘>에 출연한 것은 신의 한 수다. 그리고 류준열이 평소 배낭 여행을 즐기고, 숨겨둔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 또한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 제작진으로서는 큰 행운이다. 


무작정 떠나는 여행을 주제로 하는 <꽃보다 청춘> 시리즈에는 여행에 대한 사전 준비가 거의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이를 커버할 수 있는 유창한 영어 실력과 여행 경험이 어느 정도 있는 출연자가 필요하다. <꽃보다 청춘>의 시발점 이었던 페루편에서는 윤상, 유희열, 이적 모두 영어에 능통한 편이었고, 진짜 몸만 떠났던 라오스 편에는 평소 여행을 많이 떠났다는 유연석이 여행 경험이 전무하다싶은 손호준, 바로를 이끌었다. 그리고 아프리카 편에서는 류준열이 다른 멤버 들을 이끌고 나미비아 사막으로 향하는 여행을 진행시킨다. 





나영석의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납치 기술 때문에 해당 출연자 입장에서는 잠시 멘붕이 올 수도 있으나, 어찌되었거나 <꽃보다 청춘>은 꾸밈없는 여행을 통해 그간 출연자들이 숨겨 왔던 매력을 대방출 하여, 시청자들의 호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인생 프로그램'이다. 쉽게 범절할 수 없는 천재 뮤지션 이미지가 강했던 윤상이 <꽃보다 청춘 페루편> 이후 MBC <무한도전>, tvN <집밥 백선생> 등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었고, 손호준이 <꽃보다 청춘 라오스 편> 이후 tvN <삼시세끼 어촌편>, <집밥 백선생> 등에서 맹활약하는 예능 유망주가 되었다. <꽃보다 청춘>은 아니지만, <꽃보다 할배>에 출연한 원로 배우들이 프로그램 이후 한동안 CF 스타로 활약한 것만 봐도 나영석 PD의 <꽃보다>, <삼시세끼> 시리즈는 섭외만 들어온다면 결코 거부할 수 없는 기회다. 


이번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를 통해 그 기회를 잡게된 류준열, 안재홍, 고경표, 박보검은 이미 <응답하라 1988>을 통해 라이징 스타로 떠오른 배우들이다. 굳이 <꽃보다 청춘>이 아니더라도, <응답하라 1988> 특수 때문에 이들을 찾는 이들은 많고, CF, 차기작도 물밑듯이 들어오고 있다. 그래서 이번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는 이전 시리즈와 달리, <응답하라 1988>의 성공에 기대는 경향이 없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충분히 뜬 연예인들도 더 유명하고 인기있는 스타로 만들어주는 것이 나영석 PD가 연출하는 프로그램이 가진 힘이다. 아마 <응답하라 1988>로 인기를 얻게된 출연자들은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를 통해 더 큰 호감을 얻게될 것이고, 이들이 바빠지기 전에 재빨리 낚아챈 <꽃보다 청춘>은 <응답하라 1988>의 버퍼 효과를 마음껏 누릴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돋보이는 최초의 수혜자는 뛰어난 영어 실력을 기반으로, <꽃보다 할배>의 영원한 짐꾼 이서진, 라오스에서 다른 멤버들을 엄마처럼 살뜰이 챙기는 유연석 못지 않는 여행 내공을 보여준 류준열이 되었다. 첫 회에서부터 몸에 배인 예의바름과 순수함으로 혀를 내두르게 하는 바른 사나이  박보검을 필두로, 다른 멤버들도 이후 진행되는 여행기를 통해 류준열 과는 다른 매력을 보여주며 화제를 얻겠다. 그럼에도 졸지에 다른 멤버들을 챙기게 된 준 프로 가이드 류준열이 있기 때문에 아프리카 여행이 꽤 재미있게 흘러갈 수 있다는 사실은 앞으로 남은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를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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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쿠엔틴 타란티노의 신작 <헤이트풀8>을 봤다. 타란티노의 화끈한 복수극 위에 아가사 크리스티 추리를 얹은 <헤이트풀8>은 타란티노 영화의 역사를 다시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걸작이었다. 비록 극장판으로 둔갑한 드라마 에필로그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만,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개봉 8일만에 관객수 100만을 돌파한 <셜록:유령신부>에도 보았듯이, 과거 멜로, 액션과 달리 한국에서 잘 통하지 않을 것 같았던 추리물은 이제 공중파 드라마 미니시리즈에서도 만날 수 있는 인기 장르다. 


영국 드라마 <셜록> 시리즈처럼 본격적인 추리물을 표방한 것은 아니지만, 추리적인 요소를 이용하여 많은 재미를 본 드라마가 있다. 바로 지금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tvN  <응답하라 1988>이다. 과거를 배경으로 그 당시 추억을 소환하는 복고 드라마이지만, 회가 거듭할 수록 여주인공 남편을 찾아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되어버리는 이 시리즈가 적극적으로 차용하는 극적 요소는 추리다. 드라마가 결말을 보여주기 이전에, 여주인공이 누구와 결혼을 할 것인지 알아 맞추어야할 것 같은 <응답하라>  남편 찾기는,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 등 이전 시리즈에서 모두 큰 성공을 거두었고, <응답하라 1988>에서도 여주인공 성덕선(혜리 분)의 남편 유력 후보로 열연한 배우 류준열, 박보검의 인기에 힘입어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분명 ‘여주인공 남편찾기’는 드라마의 흥미를 배가하는 <응답하라> 시리즈의 트레이드 마크다. 하지만 <응답하라 1988>의 남편찾기는 가도 너무 나갔다. <응답하라 1988>이 이전 시리즈보다 평균 7~8%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젊은 남녀들의 사랑과 우정에 한정되었던 소재에 벗어나 가족으로 이야기의 범주를 확장했기 때문이다. 그 이전 시리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성동일, 이일화, 김성균, 라미란, 김선영, 최무성, 유재명 등으로 대표되는 부모들의 에피소드에 기존의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지 않았던 시청자들을 새로 유입할 수 있었고, 따뜻한 가족 이야기에 수많은 시청자들이 열띤 공감을 표했다. 


하지만 드라마 후반부에 갈수록 가족들의 이야기는 축소되고, 그 자리를 채운 것은 성덕선-김정환(류준열 분)-최택(박보검 분)으로 이어지는 삼각관계 였다. 그런데 문제는 드라마의 메인을 이끄는 러브라인 자체가 지지부진하다. 새로운 이야기가 전개된다 싶으면, 결국은 세 남녀 모두 결정적인 순간에 머뭇거리는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 누군가를 만나 사랑의 결실을 맺는 과정이 어렵기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이들의 감정은 충분히 납득은 간다. 그런데 <응답하라 1988>은 사랑과 우정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정환과 택이의 갈등을 상당히 오랜 기간 지속시킨다. 거기까지도 좋다. 하지만 정환이가 택이가 덕선이를 얼마나 좋아하고, 가슴 아파하는지만 보여줄 뿐, 정작 덕선이의 마음은 오리무중이다. 드라마가 중반에 접어 들면서, 덕선이가 정환이를 좋아한다는 장면이 몇 차례 드러나긴 했지만, 삼각관계가 정점에 달한 지금, 여주인공 덕선의 감정은 ‘실종’ 상태다. 





러브라인의 중심선상에 놓여있는 여주인공 덕선의 감정이 철저히 감추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그녀가 정환-덕선-택으로 이어지는 삼각관계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결정적 인물이기 때문이다. 두 남자가 한 여자에게 구애하는 상황에서 칼자루를 쥔 여주인공의 선택은 로맨스 드라마에 있어서 이야기의 모든 것을 마무리 짓는 결말이나 다름없다. 덕선이가 누구와 결혼할 것인지가 이제 2회 남은 <응답하라 1988>의 핵심인만큼, 다가오는 16일 종영하는 날까지도, 덕선이가 정환이와 택이 중 누구를 좋아했고, 그 둘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인지는 비밀에 부쳐질 공산이 높아 보인다. 


지난 10일 방영한 <응답하라 1988>의 18회에서도 애매모호하게 끝나버린 사랑 이야기 때문에, 남은 것은 시청자들의 ‘추리’뿐이다. 마지막회를 앞두고, <응답하라 1988>을 둘러싼 각종 스포일러가 횡행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덕선이 남편이 누구인지도 궁금하지만, 도대체 그녀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알 수 없으니, 자연스레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스포일러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덕선이의 마음이 누구를 향해 있는지 도통 모르니, 그녀의 남편으로 각각 정환, 택을 지지하는 시청자들로 나눠 누가누가 남편이다 라는 추리가 여기저기 흘러나온다. 이쯤 되면, <응답하라 1988>이 아니라, <응답하라 덕선 남편>이다. 





종영을 앞두고, 드라마의 모든 화제가 여주인공의 남편 찾기에 쏠리고, 여주인공의 남편이 누구인지를 두고 각종 추리가 돌아다닌 것은 비단 <응답하라 1988>에만 있는 일이 아니다. <응답하라 1994> 때도 그래왔었고, 마지막회까지 철저히 베일에 쌓여있었던 성나정의 남편은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시청자들의 관심을 쥐락펴락하는 성공하는 요인이었다. 종영이 2회 남은 지금, <응답하라 1994>보다 여주인공 남편찾기가 더 어려워진 <응답하라 1988> 또한 회가 갈수록 궁금증을 유발하는 여주인공 남편의 정체 때문에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대단원의 막을 내릴 것이다. 


그런데 <응답하라 1988>이 기존의 <응답하라> 시리즈들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더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특정 여주인공의 사랑이야기, 그녀의 남편찾기에 있지 않았다. 1980년대 후반을 살았던 보통 사람들의 따뜻한 정서, 요즘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이웃들의 정겨운 풍경들이 시청자들의 추억과 향수를 자극했고, 여기에 운동권 여대생 성보라(류혜영 분) 캐릭터가 가세하며, 적극적으로 <응답하라 1988> 속 쌍문동 이야기에 응답하게 하였다. 





분명 초,중반까지 <응답하라 1988>은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정겨운 이야기가 진한 감동으로 다가왔고, 쌍문동 아이들의 풋풋한 첫 사랑 이야기는 드라마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상큼한 양념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시대가 80년대 후반에서 1994년으로 건너 뛰었다고 한들,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들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기승전성덕선 남편이 되어버린 지금의 <응답하라 1988>의 현 상황은 드라마 속 쌍문동 아이들의 첫 사랑 이야기만큼, 쌍문동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랑한 이들의 마음을 더욱 아쉽게 만든다. 과연 우리가 <응답하라 1988>을 통해 그토록 응답하고 싶었던 1988년은 무엇 이었을까. 결국 ‘응답하라 덕선남편’이 되어버린 이 드라마에 진짜 묻고 싶은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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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드라마 명가로 우뚝선 tvN 내에서도 가장 성공적인 시리즈로 평가받는 <응답하라> 시리즈 이지만, <응답하라 1988>은 지난 시리즈와 비교해봐도, 가장 잘 된 3부작으로 평가받을 듯하다. 단순히 13,8%(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가구, 전국 기준)에 육박하는 시청률 때문만은 아니다. 소포모어 징크스, 전작 뛰어넘는 속편 없다는 말도 <응답하라> 시리즈에게는 모두 기우에 불과했다. 





하지만 <응답하라 1988>이 시작되기 전, 드라마를 이끄는 메인PD인 신원호는 “이번 시리즈는 힘들 듯.” 하면서 엄살 아닌 엄살을 부렸다.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를 연이어 성공시킨 자만이 할 수 있는 겸손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결코 낙관만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이유는 드라마 자체보다는 편성 시간에 있었다. 2013년 <응답하라 1994>의 성공 이후, 금, 토요일 저녁 타임은 tvN이 주력해서 미는 드라마들이 대거 편성 되던 황금 시간대이다. <미생>도 그렇고, 최근 tvN에서 방영하여 괜찮은 평가를 얻었던 <오 나의 귀신님>, <두 번째 스무살> 모두 금, 토요일 오후 8시 반에 방영되었다. 그리고 금요일 드라마가 끝나면, 어김없이 나영석 표 예능들이 밤늦은 시간까지 tvN으로 채널을 고정시켰다. 


그런데 <응답하라 1988>은 8시 반보다 40분 앞당긴(어떤 날에는 8시에 시작하기도 한다) 7시 50분에 드라마를 편성하였다. 즉, 동시간에 방영하는 일일 드라마, 공중파 주말드라마, 뉴스와 정면으로 맞붙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그래도 전작들의 성공 덕분에, 방영 전부터 기대작으로 꼽혔던 <응답하라 1988>라고 하나, 이 드라마가 대결해야하는 상대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콘크리트 시청률을 자랑하는 강적들이다. 


그럼에도 불구, <응답하라 1988>은 <응답하라 1994>가 그랬듯이, 주말드라마와 뉴스만 살아남는 줄 알았던 주말 8시~9시 시간대에 당당히 시청률 10% 이상을 달성하는 기록을 세운다. 그렇다고 <응답하라 1988>이 방영하는 시간대에 편성된 기존 드라마, 뉴스의 시청률이 <응답하라 1988>로 인해 떨어진 것도 아니다. 여전히 이 프로그램들은 <응답하라 1988> 방영 전과 다름없는 시청률 수치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다만, <응답하라 1988>이 애초 이 시간대에 TV를 보지 않는 새로운 시청자들을 일시적으로 유입한 것이다. 





1971년생인 남자 주인공 쓰레기와 1975년생인 여주인공 성나정과 그녀의 친구들의 이야기가 드라마의 주를 이루었던 <응답하라 1994>와 달리, <응답하라 1988>의 메인 캐릭터를 형성하는 쌍문동 골목 다섯 아이들은 모두 1971년생이다. 여기에 1965년생인 김정봉(안재홍 분), 1968년생 성보라(류혜영 분), 1972년생 성노을(최성원 분), 그리고 1983년생 진주(김설 분)가 가세하여, 보다 폭넓은 연령대를 구성한다. 그런데 <응답하라 1988>은 이전 시리즈에서는 조연으로 끝났던 젊은 주인공들의 부모들의 역할을 대폭 확장하여, 청춘 남녀의 사랑 이야기만이 아닌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전작에서도 그랬듯이, <응답하라 1988>이 가장 공을 많이 들이고 있는 테마는 젊은 여주인공 성덕선(혜리 분)의 남편 찾기다. 그리고 덕선의 유력 남편 후보로 거론되는 김정환(류준열 분), 최택(박보검 분)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어차피 (덕선) 남편은 류준열(김정환)’이라는 ‘어남류’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고, 그럼에도 이번에는 <응답하라> 시리즈의 뻔한 레퍼토리에서 벗어나, 택이로 가야한다는 의견이 팽팽 하게 맞서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여주인공의 남편 찾기는 <응답하라> 시리즈의 메가 히트 아이템이자, 로맨스를 좋아하는 여성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 최고의 무기다. 


그런데 <응답하라 1988>은 <응답하라 1994>처럼 몇몇 주인공들의 사랑 이야기에 그 외의 다수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묻혀버리는 우를 범하진 않는다. 10회 들어서, 덕선을 둘러싼 정환과 택이의 삼각관계가 수면 위에 떠오르며, 이들의 이야기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하나, <응답하라 1988>의 한 회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에피소드는 가족이다. 





젊은 주인공들 못지 않게, 그들의 부모로 나오는 성동일, 이일화 김성균, 라미란, 최무성, 김선영, 유재명 등이 모두 골고루 주목받으며, 그들이 선보인 명장면, 명연기 하나하나가 빠짐없이 회자되고 있다. 여기서 덕선이의 남편 찾기는 말그대로 거들 뿐이다. 덕선이의 2015년 남편이 누구인지 궁금하긴 하지만, 이 또한 <응답하라 1988>이 선사하는 재미의 한 요소이지, 드라마를 이끄는 전부는 되지 않는다. 이것이 이전 시리즈의 한계를 극복한 <응답하라 1988>가 보여준 분명한 차이점이다. 


‘가족’은 <응답하라 1988>뿐만 아니라, 이 드라마와 동시간대 방영하는 일일드라마, 주말 드라마 모두가 공통으로 내세우는 소재다. KBS 2TV <부탁해요 엄마>, MBC <엄마>, <내 딸 금사월> 등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요즘 주말 드라마에서 강조되는 캐릭터는 엄마다. 그리고 이 엄마들은 자식들을 위해 악역도 마다하지 않는 수고로움을 감수하며, 극에 탄탄한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자식 세대를 대변하는 젊은 배우들도 드라마에 주요 캐릭터로 등장하고 있으나, 출중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노련함까지 갖춘 중년 연기자들의 카리스마를 뛰어넘지는 못한다. 


중년 연기자들의 열연 덕분에, 이들 드라마들은 평균 20% 안팎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자랑한다. 그런데 높은 시청률에도 불구, 이들 드라마들은 그에 비례하는 높은 화제도를 얻지 못한다. 아예 임성한 드라마처럼 괴기한 장면으로 시청자들을 혼란에 빠트리지 않는 한, 일일,주말드라마들은 더 이상 온라인 상에 화제가 되지도, 젊은 네티즌들에 의해 거론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젊은 세대들에게 있어서, 일일, 주말 드라마는 엄마들이 빠짐없이 챙겨보는 프로그램일 뿐이다. MBC <무한도전>이 유재석이 <내 딸 금사월>에 카메오로 출연했을 때, 해당 드라마도 덩달아서 잠깐 주목받은 적 있었지만, 평소 김순옥 표 막장 드라마로 악명높았던 이 드라마가 젊은 시청자들에게 호의적인 평가를 얻었던 것은 딱 유재석이 출연했던 그 때 뿐이다. 





가족 드라마를 지향한다고 하지만, 정작 부모 세대만 시청하는 중년 드라마들이 가득한 금, 토 오후 8시 시간대에, <응답하라 1988>은 1980년대 후반 인기리에 방영한 <한 지붕 세가족>에서나 나올 법한 정통 가족 이야기를 표방한다. 자식을 향한 부모들의 헌신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것은 보통의 가족 드라마와 별반 차이가 없어보인다. 그런데 재벌은 기본이요, 엄친아들이 즐비한 여타 가족 드라마의 주인공들과 달리, <응답하라 1988>의 사람들은 지극히 평범하고, 보는 이들의 가슴을 철렁이게하는 특별한 사건이 없다는 점에서 보통 사람들의 하루 일과를 보는 것 같다. 그래서 기존의 방영된 드라마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 드라마가 자칫 밋밋하게 다가올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응답하라 1988>은 기존 <응답하라> 시리즈의 고정팬은 물론이거니와, 평소 이 시간대  가족드라마를 보지 않았던 새로운 시청자들까지 유입시키는 데 성공을 거둔다. 


표면적인 시청률은 10% 중반이지만, 온라인 체감 시청률은 그 이상을 뛰어넘는 <응답하라 1988>의 주요 시청자들은 1980년대 후반을 살았고, 그 시기에 아련한 기억이 남아있는 30~40대들이다. 여기에 그 시기를 살지 않았지만 드라마 자체의 재미와 류준열, 박보검, 고경표, 류혜영, 안재홍, 이동휘 등 젊은 배우들에게 매료된 젊은 시청자들이 가세하여, 웬만한 공중파 드라마들을 훌쩍 뛰어넘는 탄탄한 인기를 보여 준다. 분명 <응답하라 1988>이 중년들만을 위한 시간대에 젊은 시청자들을 끌어들인 데에는 매력적인 남성 배우들을 앞세운 달달한 로맨스가 큰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응답하라 1988>이 이전 <응답하라> 시리즈 외에도 여느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와 확연히 다른 차별점을 구현하고,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흥미를 안겨줄 수 있는 힘은 가족에 있었다. 





가족의 사랑을 담고 있다고 하나, 정작 보는 이들의 피로도만 쌓이게하는 무늬만 가족 드라마가 아닌, 보는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하는 가족과 이웃들의 이야기. 그 어느 때보다 ‘가족’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많아졌다고 하나, 부모의 사회적 지위와 재산에 따라, 자식의 계급까지 결정된다는 ‘수저 계급론’만 조장하거나, 혹은 부모 세대의 이해 관계만 강조되는 듯한 드라마, 예능의 홍수 속에서 그야말로 쌍팔년도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 21세기를 살아가는 자식 세대들도 공감할 수 있는 가족 이야기를 보여주는 <응답하라 1988>의 저력이 유독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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