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깊은 나무>에서 밀본 정기준(윤제문)분에 의해서 살해되던 광평대군(서준영 분)을 모시고 있던 궁녀들이 모두 밀본이라는 누명을 받고 하옥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예전에 광평대군과 궁녀 소이(담이 신세경 분)를 구출한 이후 임금 이도 세종(한석규 분)을 곁에서 모시고 있던 겸사복 강채윤도 함께 하옥되어 관노로 격하될 위기에 처합니다. 그저  밀본이나 신하들 눈에는 이도가 광평대군을 잃고 미쳐서 이성을 상실한 것으로만 보여집니다. 

허나 이것은 역시나 이도와 소이를 비롯한 4명의 나인. 그리고 강채윤과 조말생(이재용 분)이 만들어낸 흡족한 연기였습니다. 과거 수십 년동안 백정 가리온으로 살며 유주얼 서스펜스급 반전을 선보인 조선의 카이저소제 정기준이 깜빡 속을 만한 장면이었죠. 어떻게해서든지 한글 반포를 하고 싶어했던 이도는 암도진창(기습과 정면 공격을 함께 구사한다) 전법을 통해 아버지 태종 이방원 때부터 곁을 지키고 있던 조말생의 도움을 받아 나인들과 강채윤을 모두 궐 밖에 내보는데 성공하였습니다.

 


광평대군의 죽음은 이도가 그동안 백성을 생각하는 군주로서 억누러왔던 광기를 모두 분출하는 가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도는 그 전날 펼쳐진 정기준과의 정면 대결에서부터 약간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이도는 분명 백성들을 위해, 그들이 좀 더 무엇을 할 수 있는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글자를 만들었습니다. 그런 이도를 보고 정기준은 "넌 백성을 사랑하지 않아."라는 일침을 가합니다.

 


정기준과 같이 당대 사대부들에게 백성이란 그저 어버이처럼 한없이 보살펴주고, 보듬아주는 존재에 불과할 뿐입니다. 정기준에게 백성은 뭔가 하고 싶은 의지도 없고, 오직 세끼 식사만 해결되고 외적의 침입에서 자유롭고, 세금을 덜 내면 족할 존재입니다. 또한 백성은 아직 자신의 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기 스스로의 방어 능력이 부족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백성에게 글자를 주어, 그들의 욕망을 분출하게 하면 혼란이 오고 세상의 질서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진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지요. 

백성을 위해 만든 글자가 결국은 백성들에게 큰 해가 된다는 것을 광평대군의 죽음으로 절실히 깨닫는 순간 이도는 이성을 상실합니다. 그 때 이도를 잡아준 것은 다름아닌 조선에서도 가장 천한 신분 노비출신인 똘복이입니다. 아니 똘복이야말로 그 누구보다도 먼저 한글 창제를 반대했습니다. 그도 정기준처럼 백성들이 글자를 알면, 오히려 안다고 죽일 것이고, 백성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개 노비 출신에 불과한 담이가, 단순히 왕의 과업을 돕는 것이 아닌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그리고 그 뒤에 접한 새롭고 너무나도 쉬운 글자는 이도에게 닫혀있던 똘복의 마음을 눈녹듯이 말끔히 녹여버립니다. 그 뒤 강채윤은 담이와 그녀가 모시는 이도의 곁에서 묵묵히 그들을 지켜주는 것이 담이에 대한 연모로 받아들이기로 결심합니다.  

똘복이는 태종 이방원이 무자비로 휘두르는 칼에 의해 억울하게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힘없는 백성을 상징하는 인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지배층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에게 억울하게 당하지 않기 위해 더욱더 강해져야했습니다. 늘 백성은 임금과 사대부들이 시키는대로만 움직이고, 그들의 횡포에 놀아나는 억울한 존재라고만 믿고 있었던 똘복에게, 진정으로 백성을 짐승이 아닌 자신과 동등한 인간으로 바라보고 그들이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자기 스스로의 욕망을 분출하도록 도와주는 이도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죽이고 싶은 이도에서 진심으로 존경하고 따를 수 있는 지도자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지요. 

그렇게 믿고 따르는 리더가 자신의 정적의 한마디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백성인 똘복은 실망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내가 만든 글자가 알고보니 백성들에게 더 큰 피해가 갈 수 있고, 백성들은 이 글자를 책임질 의지조차 없어"라고 자책하는 이도에게 똘복은 이도의 정신을 확 깨는 중요한 한 마디를 남깁니다.

 


"백성은 천년 전에도, 수백년 전에도 늘 책임을 져왔습니다. 하루 종일 뼈빠지게 일해서 자기네들 먹을 거 못먹어도 세금은 꼬박꼬박 내었습니다. 그렇게 백성들은 늘 고통으로 책임을 져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글자로) 더 큰 책임을 넘긴다고해도 우리는 상관없습니다. 책임을 지지 않았을 때도 죽을만큼 고통스러웠습니다. 그 글자 하나 떠넘긴다고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우리도 책임 좀 떠 안고 하고 싶은 것 좀 가지겠다는게 그게 그렇게도 잘못되었습니까?" 

네. 강채윤이 진정으로 새 글자와 이도를 받아들인 것은, 그 글자가 지금 당장은 어렵더라도, 나중에 자신이 담이와 함께 알콩달콩 살면서 나오는 또다른 백성. 그리고 그 백성이 또 잉태하는 백성 그 후손들이 줄줄이 책임을 떠안고 하고 싶을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백성들은 그 이전 글을 알지 못해도 늘 국가에 대해서 조세라는 책임을 떠안고 고통스러워했습니다. 제 아무리 새 글이 널리 알려진다해도, 수만자의 한자와 온갖 정보가 머리에 입력되어있는 사대부들을 이길 수는 없겠죠.  그런데 거기서 백성들이 새 글을 통해 조금이라도 세상에 눈을 뜨고, 늘 국가에 의무를 가지고 있었던만큼,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는데 그것을 억지로 막을 수는 없습니다. 

결국 이도는 똘복의 충고를 받아들이고, 이제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한글을 반포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이제는 더이상 새 글로 인해 벌어지는 모든 것들. 백성들의 욕망 분출이니 백성들을 위한다는 위선 이 모든 것을 다 잊고 오로지 자신의 백성들만 생각하기로 결심합니다. 그 뒤 자신이 만든 새 글에 대한 책임은 그 뒤 백성들이 짊어지고 가는 것입니다. 그 이전에도 자신의 행동에 책임져왔듯이, 비록 당장은 글자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시련도 겪고 시행착오도 있겠지만, 결국 백성들은 자신들의 글에 책임지고, 각성하여 진정한 자신들의 욕망을 분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생겼습니다. 드디어 이도가 진정으로 백성들을 믿고 그들에게 모든 책임과 권한을 맡길 수 있게 된 것이죠.

분명 정기준의 말도 맞습니다. 백성들에게 모든 권한과 책임을 짊어주면, 진정으로 국가와 백성을 생각하기보다, 자신의 사리사욕만 챙기는 자질없는 지도자를 뽑을 수 있는 우를 범할 수도 있고, 세상은 걷잡을 수 없는 혼돈에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 백성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글자덕분에 다시 한번 각성하고, 그 암울한 세상을 자신의 의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연합하여 극복하고 무너뜨릴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세종은 비록 백성들이 잘 몰라, 엄청난 혼란을 초래하겠지만, 결국은 백성들이 다시 올바르게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을 깨달은 것입니다. 

분명 이도도, 정기준도 진정으로 조선과 백성을 사랑하는 지도자임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다만 이도는 다수의 백성의 힘을 믿었고, 정기준은 백성이 뭔가 해낼 수 있다는 의지를 믿지 못하였을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기준은 조선과 백성이 아닌 오로지 상위 1%의 기득권 안주를 위해 백성들의 알 권리를 막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정적까지 서슴없이 죽이는 부적합한 지도자라는 오해를 받게 됩니다.

따지고 보면 정기준도 참 불쌍합니다.  비록 21c를 살고 있는 시청자들의 눈에는 백성의 힘을 무시하는 오만한 지도자로 보일 수 있지만, 그의 관점에서는 그게 바로 진정으로 조선과 백성을 사랑하는 옳은 방식이라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그 당시 백성들에게는 정기준의 백성을 사랑하는 방식(진짜 백성을 위해서 이도의 한글 창제를 반발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이 유효할지 몰라도,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정기준의 애국심은 국민의 의지와 힘을 무시하는 '닭'에 불과할 뿐입니다. 그래서 실감나는 연기를 통해 정기준을 속여 기습적으로 백성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이도와 나인들, 그리고 강채윤의 일갈에 통쾌함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왕 혼자 의지가 아닌 똘복과 담이. 조선에서 가장 천한 취급을 받던 백성들이 자신과 똑같은 신분의 백성에게 글을 널리 알리고픈 의지가 함께 이루어진 쾌거라 보는 시청자을 더욱 뿌듯하게 합니다. 거기에다가 주군을 위해 잔혹한 행위도 서슴지 않고 벌이던 냉혈한 윤평(이수혁 분)마저 그 누구보다 글자를 제일 잘 아는 백성 소이에게 마음이 사로잡혀 버렸으니 정기준은 한글 아는 사람 다 죽여버리겠다고 하기 전에 내부 단속부터 잘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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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강채윤으로 변장한 한짓골 똘복(장혁)이 세종 이도(한석규)를 죽이려고 한 것은 순전히 '오해' 였다. 이도는 애시 당초 똘복 아버지를 죽일 의도조차 없었다. 되레 자신이 장인과 아무 죄없는 노비들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수십 년을 보냈다. 하지만 이도는 '오해'이기 때문에 "오해다" 라고 했을 뿐, 왜 우리 아버지를 죽였나요라는 절규에 침묵이 내 답이라는 뻔뻔한 답변은 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이도는 자신을 원망하는 담이(소이. 신세경)에게 "내가 너희 아버지와 똘복이를 죽이려고 죽인 것이 아니다"(담이는 똘복이 죽은 줄만 알았다) 를 강조했다. 이제는 강채윤이 아닌 똘복이에게도 여전히 그가 과인을 믿고 따라와 주길 바랐다.

 

하지만 똘복이는 세종의 대의를 알면서도 쉽게 그의 편이 되어주지는 못했다. 되레 천한 백성은 글자를 알아도 죽고 몰라도 죽는다고 하였다. 알면 안다고 죽이고 오히려 양반들의 책임을 모두 백성에게 뒤집어 쓸 것이라고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었다. 작년 추노에서 세상의 온갖 부조리에 격분했던 명장면을 선보인 배우 장혁의 연기의 포텐이 활활 터져 오른 순간이다.

 


원래부터 새 글자의 효능을 못미더워했던 똘복이 한층 더 나아가 자결까지 하려했던 것은 반푼이 아버지가 남긴 유서에서 받은 충격 때문이다
. 평생을 심온 대감 노비로 살았던 아버지는 죽어가면서도 나는 억울하다. 이도를 죽여라가 아닌 너는 글자를 배워 주인 마님 잘 모시고 살아라였다. 아무 죄 없이 죽어가면서도 자식에게 주인의 안위를 맡기는 노비의 서글픈 숙명이다. 아무리 글자를 알아도 노비는 양반이 될 수 없고 계속 양반을 섬겨야하는 더러운 세상을 경험한 똘복의 눈에 백성들을 위해 글을 만들겠다는 이도는 헛된 선민사상에 빠져버린 어리석인 임금에 불과하다.

 

역시나 머리가 비상한 정기준은 세종이 비밀리에 추진하는 일이 새로운 글자를 만드는 것임을 단박에 알아차린다. 그래서 기껏 똘복에게 꼼수로 밀본지서 하나 얻었을 뿐인데 자신에게 충성을 과시하는 수족들을 시켜 새로운 글자를 만드는 것은 중화사상에 반하는 이적행위라는 점을 널리 퍼트린다. 엄연히 말해서는 중화질서를 유지해야 삼봉 선생님의 대의아니 선비들만이 잘 먹고 잘사는 나라를 구현할 수 있는데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문자는 높은 나으리들 대의에 반하는 행위다.

 

문제는 궁극적으로 가장 큰 수혜를 받는 백성들조차도 왜 왕이 새로운 글자를 만드는 이유를 모른다는 것이다. 글자를 알아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 보통 백성들의 생각이다. 과연 그럴까? 만약에 몇 년 전 역병이 돌았을 때 글자를 알아 방을 읽을 수 있었더라면 최소한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들이 화마에 어처구니없이 목숨을 잃는 비극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 글자를 안다고 해도 당장 양반으로 신분이 상승하는 것도 아니고 금은보화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새로운 글자 덕분에 몇 백년 뒤에는 천민인 그들의 후손도 양반이 될 수 있었고, 권력자의 부조리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을 얻을 수 있었다. 결코 이도는 백성들에게만큼은 손해 보는 헛된 짓을 펼치지 않았다.


권력층이 아닌 백성들이 원하는 삶은 소박하다
. 세상에 대한 근심 걱정 없이 무탈하게 잘 먹고 잘 사는 것. 하지만 이 나라의 권력층들은 백성들이 행복하게 살도록 가만 냅두지 않는다. 심지어 백성들이 즐기는 오락까지도 감히 높으신 나으리님들을 비하했다는 이유만으로 마음대로 즐기지 못하게 한다. 이쯤 되면 글자를 알아도 더 꼼꼼하고 디테일하게 당한다는 똘복이의 말이 맞는 것처럼 들린다. 그렇다. 제아무리 한글은 기본이요 영어까지 구사하고 대학 교육까지 받아도 힘 있는 자들에게 어처구니없는 사소한 이유로 당하고 마는 비참한 현실 속에서 힘없는 백성들은 조선시대나 21c 대한민국에서나 여전히 울부짖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지난 700여년 전 지금 미국과 일본을 떠받들 듯이 중국 명나라의 중화사상을 하늘처럼 섬기던 대신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백성들을 어여쁘게 여겨 세종대왕님이 친히 만드신 글자가 있다. 단순히 한글만 안다고 출세를 하는 것도 수많은 부를 축적하는 것도 아니지만 힘없는 자들이 똘똘 뭉쳐 지배층의 횡포에 맞설 수 있는 기반은 마련된 셈이다.

 


계속 이어지는 설득에도 도저히 말을 듣지 않을 것 같았던 똘복이 다행히도 새 글을 창제하려는 이도와 담이의 편에 서게된 듯하다
. 물론 똘복이 위기에 처한 담이를 구해준 것은 말로는 잊겠다하지만 여전히 못 잊었다는 것이 주요 원인이지만 백성의 한 사람으로서 글을 창제하겠다는 왕의 취지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노비신분 치곤 글자도 알고 이도 정도는 아니지만 머리가 비상한 똘복이 새 글을 만들어 백성을 이롭게 하겠다는 이도의 대의에 회의적인 것도 피지배층으로서 너무 많이 똑똑했기 때문이다. 글을 알아도, 양반만큼 유식해져도 결국은 양반을 모시고 살아야하는 인생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똘복이다. 그토록 죽이고 싶은 이도 앞에서 그동안 가슴에 차곡차곡 쌓아왔던 천민으로서 억울하게 살아온 삶을 사자후처럼 토해내는 똘복의 절규는 결코 똘복 개인만의 분노와 원한에서 그치지 않는다.

 

다행히 머리가 좋은 똘복은 자신의 평생 원한을 원한에서 마무리 짓지 않고 다시는 자신처럼 아무 잘못도 없는데 억울하게 권력욕에 희생되는 백성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각성을 하게된다. 뭣도 모르고 왕을 죽이겠다고 달라 드는 한짓골 똘복이에서 이제는 백성을 위하는 이도와 담이의 일에 방해하는 높으신 나으리들에게 대항하는 한짓골 똘복이로 변모한 셈이다.

 

백성과 나라를 위한 옳을 일을 추진하면서도, 세종의 진심을 의심하는 일개 천민에게 조차도 언젠가는 그가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 하에 끝까지 기다리고 설득한 이도의 포용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분명 작가의 픽션에서 꾸며진 이야기이지만 실질적 평민들이 개그를 개그로 받아치지 못하고, 고소를 하겠다는 대단한 국회의원 나으리에게 속절없이 당하고 사는 21c 대한민국에서 감히 노비 주제에 왕에게 죽이겠다고 대들어도 너그럽게 용서해주는 자상한 군주를 가진 <뿌리깊은 나무> 속 백성들이 한없이 부럽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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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대하사극답게 뿌리깊은 나무에는 주연인 세종 이도, 겸사복 강채윤, 궁녀 소이 못지 않은 강한 존재감을 뿜어내는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묘하게도 <뿌리깊은 나무>에서 극 중 강한 존재감을 뽐내는 인물들 중에 장혁과 인연이 있는 배우들이 많다.  이도의 아버지인 태종 이방원 때부터 충성스러운 심복이었던 조말생은 <뿌리깊은 나무>에서 강채윤 역할을 맡고 있는 장혁의 연기를 가르쳤다고 화제를 모은 이재용이 맡았고, 반촌의 백정이자 집현전 학사들의 죽음의 검안을 맡게되 수사에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해주지만, 네티즌들 사이에서 심종수와 함께 가장 유력한 정기준 용의자로 지목되고 있는 가리온은 역시나 장혁이 출연했던 <마이더스>에서 미친 존재감을 발휘했던 명품 배우 윤제문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화제가 되는 인물은 단연 세종의 충성스러운 심복이자 조선 제일검 무휼 조진웅이다. <말죽거리 잔혹사> 등 각종 영화를 통해 실력을 쌓은 이후 작년 <추노>를 통해 수많은 대중들에게 조진웅 이름 석자를 알린 그는 <뿌리깊은 나무>를 통해서 시종일관 세종 이도를 지키는 무사로서 그의 연기 인생 중 최고의 피크점을 찍고 있다. 그 역시나 장혁이 다시 한번 정상에 우뚝서게한 <추노>에 나왔고, 그 인연으로 장혁이 소속사에서 제작하는 <뿌리깊은나무>에서 세종을 호위하는 충성스러운 무사 무휼역으로 조진웅을 강력하게 추천했다고 전해지니 이야말로 깊은 우정이 아닐 수 없다. 


장혁과 친분있는 사람들이 대거 총출동한 것은 그뿐만이 아니다. <뿌리깊은 나무> 드라마 자체가 수많은 연예인의 매니저먼트를 맡고 있는 싸이더스HQ에서 제작을 맡았기 때문에 장혁을 비롯하여 싸이더스HQ 소속 배우들이 맹활약을 거듭하고 있다. 특별 출연 격으로 4회까지 출연하였고, 20일 6회 회상분에도 등장한 청년 이도 송중기, 그리고 강채윤의 절친한 동지 초탁으로 출연하는 김기방, 정기준을 도와 집현전 학사들을 살해하는 잔인한 무사 윤평의 이수혁, 집현전의 트러블 메이커(?) 성삼문의 현우, 곧 죽게되는 집현전 학사 역에 류승수, 심지어 현재는 싸이더스HQ 소속은 아니지만, 한 때 차태현 전 매니저로서 장혁과도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신승환이 출연하여 극에 깨알같은 활력소를 불어넣고 있다. 이 정도면 세종이 거느리는 남자들이 아니라 장혁의 남자들(?)이라고 부를 만도 하고, 왜 자꾸만 원작에도 없는 강채윤이 <뿌리깊은 나무>에서 세종 이도에 버금가는 중심으로 몰아가는지 짐작이 될 만도 하다. 

그 뒤를 이어 또 하나 장혁과 인연(?)있는 또 하나의 비중있는 인물이 등장한다. 그 역시나 최근 장혁의 소속사이자 <뿌리깊은나무> 제작사인 싸이더스HQ와 계약하고 활발히 연기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배우 한상진이다. 그가 맡은 역할은 겉으로는 세종을 도와 집현전에서 학문을 연구하는 척 하지만 실제로는 세종의 측근을 연이어 살해하면서 이도의 목을 죄이고자하는 밀본의 핵심세력인 심종수이다. 

한상진이 맡은 심종수의 본격적인 등장은 6회였지만, 실제 한상진은 5회에서 얼굴을 가린 채 목소리로만 출연하였다. 역시나 반촌의 노비로 위장하고 있지만 실은 밀본을 도우는 세력 도담댁(송옥순 분)에게 윤필을 납치하라고 명령하였던 것이다. 제작진으로서는 과연 그가 누구인지 궁금하게 하기 위해 얼굴을 가리고 나름 보안을 철저히 유지했다고하나(?) 안타깝게도 이미 영특한 네티즌 수사대에 의해 목소리로만으로 그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6회에는 그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상당히 김이 빠진 모양새이다. 

분명 심종수는 <뿌리깊은 나무> 홈페이지에서 집현전 학사이고, 무예는 조선 제일검 무휼 다음이고 학식도 뛰어난 온화한 학자로서 수많은 유생들의 존경을 받고 있지만, 알고보면 잔인한 면이 많다라고 소개되어있다. 사실 실상은 잔인한 면이 있다는 면에서, '아 심종수가 알고보니 밀본의 스파이겠구나'하는 예측은 들었지만 이렇게나 빨리 심종수의 정체가 제작진들에 의해서 쉽게 밝혀질 줄은 몰랐다. 

실제 19일 5회 분에서 얼굴을 가린 정체불명의 목소리가 전파를 탄 이후, 네티즌들은 목소리만 듣고도 분명 한상진임을 확신하였지만, 그가 과연 정기준인지 아님 정기준이 주도하는 밀본의 핵심세력일 뿐인지까지는 확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심종수가 정기준으로 확신하는 이들은 심종수가 집현전에서도 학식으로 추앙받을 정도로 뛰어난 인물이라는 점. 그리고 대여섯명의 명나라 상인의 군단 정도는 쉽게 제압할 정도로 뛰어난 무예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선이란 나라에서 왕 세종 다음으로 이만큼 뛰어난인물은 정기준밖에 없다는 점을 든다. 또한 한상진이 과거 <이산>의 홍국영으로 주목받고 제작사 싸이더스HQ에서도 나름 인지도있는 인물이라는 점을 봤을 때 결코 만만치않은 비중으로 나올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심종수는 인물도 좋은 편이고, 조만간 재상의 자리에 오른다고하더라도 전혀 손색이 없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 또한 세종의 비밀 프로젝트에 가담한 인물을 차례차례 제거할 정도로 집현전 내에서 일어나는 수상한 움직임을 알아차리고 있는 듯도 하다. 하지만 다행이도(?) 그는 자신들을 상징하는 밀이라는 글자를 어쩌다가 꿰맞춰도 불구하고 그게 왜 자기네들을 상징하고 있는지 알아채지 못하였다. 그 의문의 글자는 세종의 비밀 프로젝트에 참여한 8명의 학사도 다 모르는 내용이고, 오로지 세종과 그 글자를 만든 윤필을 비록한 몇몇 학자만 알고 있었다, 지금은 누구나 다 하는 한글이지만 그 당시는 만드는 이들끼리의 비밀 암호로만 유용하게 쓰인 셈이다. 

역시나 세종은 곤구망기를 보자마자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경기를 일으켰다. 심종수를 포함, 심지어 한글을 만드는데 알게모르게 관여했던 성삼문과 박팽년도 머리를 쥐어짜도 모르는 그 글자를 세종은 단박에 알았다. 흡사 명탐정 코난을 보는 듯한 대단한 두뇌이다. 그런데 <뿌리깊은나무>는 원작이 추리수사 장르인만큼 세종 못지 않게 머리가 아닌 검을 쓰는 무사 무휼 또한 상당한 추리력을 가지고 있다. 

무휼은 처음부터 썩 마음에 들지 않았던 강채윤의 수상한 칼에 맞은 흔적을 보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그것은 즉슨 자신의 도흔이었기 때문이다. 연일 강채윤을 예의주시하던 무휼은 결국 그가 20여년전 "아버지를 죽인 왕을 죽이겠다고" 발악을 하던 한짓골 똘복임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재빨리 위기에 처한 세종을 구해내고 강채윤이 한짓골 똘복임을 알린다. 보통 드라마 같은 경우에는 10회가 넘어야 겨우 알려줄까 말까한 중요한 단서들이 유독 <뿌리깊은 나무>에서는 초반에 다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러가다 가면 갈수록 맥빠진 전개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사건은 처음부터 세종 이도의 손바닥 안에서 굴러가는 이야기이다. 애초에 세종이 굳이 의욕만 앞섰지 실질적인 수사는 못하고 삽질만 하다 끝낼 것 같다는 강채윤을 주요 수사관에 임명한 것도, 강채윤을 미끼로  적을 끌어들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예상 외로 강채윤이 똘똘해서 그 점에 놀라면서도 세종 측에서는 강채윤이 밀본이 아닐까 의심을 하게 되기 마련이다. 실제로 강채윤은 학사 허담의 죽음이 주상술임을 단박에 알아차렸고, 그도 역시 주상술을 구사할 줄을 안다. 다 왕 이도를 죽이기 위해 무휼보다 한 수 위인 이방지(우현 분)에게 열심히 갈고 닦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도 또한 강채윤이 자기를 죽이려고 덤벼드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리고 강채윤이 대놓고 곤구망기를 떠들고 다녀도 그를 제재하거나 제거하려고 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냅둔다. 아버지 이방원과 달리 자기 때문에 죽는 사람이 없도록 한다는 강한 책임감을 가지고, 심지어 자신의 최대정적 정기준마저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드려는 성품을 가진 세종이라 가능한 일이지만, 언제 자신의 목을 겨눌지 모르는 강채윤을 살려두는 이도의 베포 또한 대단하다.

 


허나 이도가 강채윤을 가만히 냅두는 그의 속내는 무엇일까? 단편적으로 보자면 세종 이도는 똘복 강채윤 아버지의 죽음에 깊은 책임감을 통감하고 있다. 세종이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억울하게 똘복 아버지가 죽었고, 그것은 이도의 마음 속에 깊은 빚으로 남아있었다. 그러나 세종은 단순히 정으로만 움직이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다. 어떻게든 이도는 강채윤과 말로서 오해를 풀고, 그를 따뜻하게 감싸줄 수 있는 포옹력이 넓은 리더이다. 그런데 둘 간의 깊은 오해를 해결하기 이전에 가장 중요한 사건을 해결해야만한다. 또한 이미 이도와 강채윤은 사건의 해결이 끝나고 함께 술한잔 하기로 약속이 되어있었다.  현재 강채윤은 집현전 학사를 죽인 윤평을 쫓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다. 아버지 죽음도 그렇지만 어느 한 곳에 필이 꽃이면 "감히 한짓골 똘복을 어떻게 보고" 하면서 죽자사자 달려드는 인간이 바로 강채윤이다. 게다가 이번 일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어야지 그토록 기다렸던 아버지의 웬수를 갚을 수 있다. 아마 강채윤이 이도의 목숨을 노리는 날은 그 때이지, 서둘러 이도를 제거하려 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자꾸만 사건이 미궁으로 빠져 들 수록 강채윤은 자신처럼 세종이라면 이를 갈고있는 밀본의 실체에 가까이 갈 것이다. 세종은 바로 그 점을 노릴 수도 있다. 

게다가 세종과 윤필 간의 비밀암호를 아는 이는 세종과 윤필. 그리고 누구보다 세종의 마음을 가장 잘 헤아린다는 소이. 그리고 세종이 대놓고 알려줘서 그 때서야 무릎을 탁 치는 정인지이다. 그리고 그 후 세종은 태종 때부터 밀본에 관한 정보를 가장 잘 알고 있지만 현재 통치방법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조말생과 협력하고, 그 다음 똘복 강채윤을 이용하여 결국 본인 스스로가 정기준과 정면 대결을 펼칠 것이다. 자꾸만 최측근 궁녀 소이가 전하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려도, 조선의 모든 잘못은 내 잘못이라고 울부짖을 정도로 직접 사건을 해결하면서, 자기때문에 억울하게 죽은 영혼들을 위로하고자하는 세종을 클로즈업하는 전개를 봤을 때 필연적으로 귀결되는 당연한 결과다. 
 

현재 <뿌리깊은 나무>에서 어느 배우가 정기준을 맡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흘려간 정황으로서는 심종수가 정기준이 아닐까 의심이 되기도 하지만, 친절하게 알려주는 척하면서 뒤로 더 중요한 것을 알려주고자하는 <뿌리깊은 나무>의 정황을 봤을 때, 심종수 역시 그의 진짜 실체를 더욱 궁금케만드는 일종의 미끼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설사 허무하다 싶을 정도로 심종수=정기준이라고 해도 도대체 왕을 위협하는 세력이 누구나하면서 막판에야 적의 정체가 밝혀지는 추리극이 아니라 그 정체를 일찌감치 파악하고 서로 쫓고 쫓기는 정면대결을 펼치고자하는 <뿌리깊은 나무>에는 그렇게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듯 하다. 오히려 막판에 심종수가 정기준이다, 아니다를 궁금해하면서 더 큰 반전과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국면을 기대하게 한다.



그런데 만약에 진짜 심종수가 정기준이라면 구태어 홈페이지에 정기준이란 인물을 비밀로 포장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과연 <뿌리깊은 나무> 제작진은 정기준이란 인물을 기밀로 처리하면서, 정기준으로 지목받고 있는 심종수의 수상한 정체를 일찍 그것도 미씸적게 드러내면서 얻고자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그나저나 집현전의 학사의 죽음의 사인을 정확히 검안하면서 도적놈에게 부모를 잃었다면서 뭔가 이상한 눈빛을 가지고 있는  가리온의 정체는 뭘까? 캐면 캘 수록 의심쩍은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라 더욱 궁금케만드는 <뿌리깊은 나무>이다. 그 과정에서 단순히 "오해다"라고 변명하지 않고 모든 것은 내 탓이라고 절규하는 군주 세종의 면모를 세심하게 캐치한 한석규의 명품 연기는 21C 대한민국을 살고있는 시청자들에게 정기준이 과연 누구나하는 것보다 더 큰 깨달음과 흥미를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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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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