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는 말이다. 이도와 내가 서로 생각을 놓고 벌이는 싸움이다. 난 이도의 위험천만한 장난을 볼 수 없다. 정치를 하는 자가 백성을 두고 어찌될 지도 모르고 책임지지도 못하면서 시험을 하다니." 

세종 이도(한석규 분)은 조정에서 "자수하면 밀본을 하나의 붕당으로 인정해줄게."를 제안했습니다. 허나 그 자리에 있던 밀본 핵심 조직원 이신적(안석환 분), 심종수(한상진 분)은 정작 밀본 수장원인 정기준(윤제문 분)에게는 고하지 않았습니다. 누가 뭐래도 눈치 하나는 좋은 한가놈(조희봉 분)은 이러다가 밀본이 균열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위기의식을 느끼게 됩니다. 한가놈도 도담댁(송옥순 분)은 왜 이신적, 심종수가 정기준에게 돌아서버렸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사실 그들도 어느 누구보다 정기준에게 충성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새 글을 막는데만 온 힘을 쏟은 나머지 정작 밀본이 무너질 태세이니까요. 

결국 한가놈은 정기준에게 "글자를 막는 것도 중요하다. 허나 그 이전에 조직을 살려야한다."면서 정기준에게 충언을 합니다. 허나 정기준은 결코 글자를 포기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밀본이 이대로 해체되고, 설령 이도에 의해서 역적으로 죽임을 당한다고 해도 글자에 대한 그의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백성을 가지고 놀려고 하는 이도의 짖궂은 장난.

사대부가 꽃이고, 사대부가 이 나라의 주류가 되어야한다는 백부 삼봉 선생의 대의를 잇기 위해서 수십년 동안 정적인 이도의 쓸개까지도 핥는 백정 가리온으로 살면서 칼을 갈아온 정기준입니다. 그가 그동안 백정으로서 괄시를 받으면서 처절하게 살아온 이유는 오직 밀본을 재규합하여 재상총재제를 통해 삼봉 선생의 이상 정치를 구현하는 것이죠. 

하지만 정기준은 어떻게든 밀본 세력을 확장시켜, 자신의 뜻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이도가 만드는 새 글을 막는데 집착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간신히 정기준의 세력 밑으로 두었던 우의정 이신적 대감마저 흔들리고 있고, 오랫동안 밀본에 충성을 보였던 심종수마저 해례를 알고 있다면서 다음 본원 자리를 나에게 줘라면서 정기준을 협박할 정도입니다.  

 


이대로 가면 밀본이 와해될 수 있다는 한가놈, 도담댁의 충언에도 정기준이 결코 한글을 포기하지 않은 것은 그 누구보다도 한글의 위력을 직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기준이 한글을 반대하는 것은 새 글이 반포, 유포되면 사대부 중심의 기존 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도와의 끝장 토론에서도 잘 나와있지만 백성에게 더 큰 혼란감만 조성하여 잘못된 지도자를 추대해 나라를 망칠 수 있다는 두가지 부정적인 사례를 들어 한글을 결사적으로 반대합니다. 

일단 정기준은 공식적으로는 새 글이 백성들에게 책임만 전가하고, 해악이 될 수 있다면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과연 진짜 정기준이 앞날의 백성들을 생각해서 한글을 반대하는지까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정기준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는 기득권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있는 정치인들도 "국민을 위해 일하고 있다."면서  계속 국민들을 속이려고만 하고 있거든요. 

어찌되었든 겉으로 드러난 정기준의 한글 반대 이유는 꽤나 설득력있게 다가옵니다. 단 정기준의 전제는 백성들은 전혀 똑똑하지 않고 어리석다는 것이 깔여있어야 가능합니다. 정기준에게 백성은 그저 어여쁜 존재로 보살펴야하는 존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정기준이 봤을 때 백성은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책임질 능력도 없고 감당할 수 있는 여력조차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 백성들에게 글을 가르쳐주고, 더 큰 책임을 전가하면 오히려 나라를 혼란에 빠트리게한다는 것이 정기준의 생각입니다. 

그래도 <뿌리깊은 나무> 속 가상인물 정기준은 조선 초라는 시대 상황에 포커스를 맞추면 굉장히 현실적인 지도자입니다. 오히려 백성들에게 권력을 나눠주려고 하고,  그들의 욕망을 대변하는 글자를 선사하는 세종이 그 시대에는 나오기 어려운 지나친 이상에 치우친 군주이겠죠. 

 


하지만 <뿌리깊은 나무>는 과거를 빌려 현재 21c 대한민국을 말하고자하는 퓨전 사극입니다. 그래서 세종대왕을 21c 대한민국 대다수 국민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군주로 승화시켰고, 있지도 않은 가상인물 정기준을 통해 언뜻 그의 말도 많지만 보는 시청자들의 울화통(?)을 터지게하는 라이벌을 대치시켜 놓은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정기준은 사대부 기득권을 우선시하는 경향은 있지만, 그래도 백성의 안위를 걱정하는 모습을 갖추었다해도, <뿌리깊은 나무> 시청자들에게 백성을 무시하고, 알 권리를 방해하는 지도자로 보여지게 됩니다. 

그나마 정기준은 새 글에 책임지지 못하는 백성들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한글을 반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 밑의 나머지 밀본 구성원은 오직 조직 그 자체와, 밀본이 추구하는 이상과 '재상총재제'에만 눈독을 들이고 있을 뿐입니다.  그들에게 새 글로 백성이 어떻게되는지는 차후의 문제입니다. 오직 지금 당장 그들에게 돌아올 이익부터 계산기 두드리는 소인배들입니다. 그래서 막지도 못할 변화의 물결을 힘겹게 막아내려고 하는 정기준을 도통 이해할 수도 없고, 되레 정기준에게 반기를 듭니다. 

만약 정기준이 진정한 지도자의 자질을 갖추고 있다면, 밀본이 흔들릴 조짐이 보일 즉시, 한글보다도 조직원들을 우선 다독거리고 단속하는 모습을 보여야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대다수의 정의가 아닌 소수의 이익과 권력을 쫓아 밀본에 가담한 사람들이 다시 정기준을 따른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래도 일단은 조직원이 반대하면 그걸 포기하는 대인배다운 풍모를 보여야했습니다. 

허나 정기준은 지나치게 한글 반대에 치우친 나머지, 끝까지 자신에게 저항하는 세력의 주장에 귀기울지 못했고, 계속 자기 고집만 피우다가 결국은 밀본 수장 자리까지 위협받게 됩니다.  제 아무리 백성을 위해 한글을 반대했다고 하는 정기준이라고 하나, 그는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했고, 조직원들의 신망조차 얻지 못했습니다. 이미 역병처럼 퍼져 전국 방방곡곡에서 백성들에 의해 퍼지는 한글을 막겠다고 죄없는 거지들까지 죽이고 주모자 나인들을 인질로 잡으면서 오직 한글만 막으면 다 해결되는 양 착각하는 정기준입니다.

정기준이 계속 한글을 막는데 삽질하는 사이, 밀본은 정기준조차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협박과 억압은 더 큰 반발과 새로운 변화에 대한 의지만 활활 불태우게 일조를 할 뿐입니다. 정기준이 한글을 아는 사람들을 모조리 다 죽이겠다고 발악을 할 수록, 오히려 한글은 더 멀리멀리 퍼져나갈 것입니다. 그 누구도 한글을 막을 자 아무도 없습니다. 


백성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파악하기는 커녕 눈가리기 아옹하기에만 급급하고,  소수의 이익만 앞세우는 집단은 자기네들끼리 밥그릇 싸움으로 패망하는 법입니다. 온갖 잔악무도한 위협으로 어떻게해서든지 자기네들의 기득권을 지키고자 하였으나, 결국은 이도의 눈치만 살살보면서 자기 살길 챙기기만 바쁜 오합지졸로 전락하는 밀본의 와해가 통쾌하면서도 씁쓸하게 다가오는 21c 대한민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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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뿌리깊은 나무>에서 밀본 정기준(윤제문)분에 의해서 살해되던 광평대군(서준영 분)을 모시고 있던 궁녀들이 모두 밀본이라는 누명을 받고 하옥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예전에 광평대군과 궁녀 소이(담이 신세경 분)를 구출한 이후 임금 이도 세종(한석규 분)을 곁에서 모시고 있던 겸사복 강채윤도 함께 하옥되어 관노로 격하될 위기에 처합니다. 그저  밀본이나 신하들 눈에는 이도가 광평대군을 잃고 미쳐서 이성을 상실한 것으로만 보여집니다. 

허나 이것은 역시나 이도와 소이를 비롯한 4명의 나인. 그리고 강채윤과 조말생(이재용 분)이 만들어낸 흡족한 연기였습니다. 과거 수십 년동안 백정 가리온으로 살며 유주얼 서스펜스급 반전을 선보인 조선의 카이저소제 정기준이 깜빡 속을 만한 장면이었죠. 어떻게해서든지 한글 반포를 하고 싶어했던 이도는 암도진창(기습과 정면 공격을 함께 구사한다) 전법을 통해 아버지 태종 이방원 때부터 곁을 지키고 있던 조말생의 도움을 받아 나인들과 강채윤을 모두 궐 밖에 내보는데 성공하였습니다.

 


광평대군의 죽음은 이도가 그동안 백성을 생각하는 군주로서 억누러왔던 광기를 모두 분출하는 가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도는 그 전날 펼쳐진 정기준과의 정면 대결에서부터 약간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이도는 분명 백성들을 위해, 그들이 좀 더 무엇을 할 수 있는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글자를 만들었습니다. 그런 이도를 보고 정기준은 "넌 백성을 사랑하지 않아."라는 일침을 가합니다.

 


정기준과 같이 당대 사대부들에게 백성이란 그저 어버이처럼 한없이 보살펴주고, 보듬아주는 존재에 불과할 뿐입니다. 정기준에게 백성은 뭔가 하고 싶은 의지도 없고, 오직 세끼 식사만 해결되고 외적의 침입에서 자유롭고, 세금을 덜 내면 족할 존재입니다. 또한 백성은 아직 자신의 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기 스스로의 방어 능력이 부족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백성에게 글자를 주어, 그들의 욕망을 분출하게 하면 혼란이 오고 세상의 질서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진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지요. 

백성을 위해 만든 글자가 결국은 백성들에게 큰 해가 된다는 것을 광평대군의 죽음으로 절실히 깨닫는 순간 이도는 이성을 상실합니다. 그 때 이도를 잡아준 것은 다름아닌 조선에서도 가장 천한 신분 노비출신인 똘복이입니다. 아니 똘복이야말로 그 누구보다도 먼저 한글 창제를 반대했습니다. 그도 정기준처럼 백성들이 글자를 알면, 오히려 안다고 죽일 것이고, 백성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개 노비 출신에 불과한 담이가, 단순히 왕의 과업을 돕는 것이 아닌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그리고 그 뒤에 접한 새롭고 너무나도 쉬운 글자는 이도에게 닫혀있던 똘복의 마음을 눈녹듯이 말끔히 녹여버립니다. 그 뒤 강채윤은 담이와 그녀가 모시는 이도의 곁에서 묵묵히 그들을 지켜주는 것이 담이에 대한 연모로 받아들이기로 결심합니다.  

똘복이는 태종 이방원이 무자비로 휘두르는 칼에 의해 억울하게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힘없는 백성을 상징하는 인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지배층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에게 억울하게 당하지 않기 위해 더욱더 강해져야했습니다. 늘 백성은 임금과 사대부들이 시키는대로만 움직이고, 그들의 횡포에 놀아나는 억울한 존재라고만 믿고 있었던 똘복에게, 진정으로 백성을 짐승이 아닌 자신과 동등한 인간으로 바라보고 그들이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자기 스스로의 욕망을 분출하도록 도와주는 이도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죽이고 싶은 이도에서 진심으로 존경하고 따를 수 있는 지도자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지요. 

그렇게 믿고 따르는 리더가 자신의 정적의 한마디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백성인 똘복은 실망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내가 만든 글자가 알고보니 백성들에게 더 큰 피해가 갈 수 있고, 백성들은 이 글자를 책임질 의지조차 없어"라고 자책하는 이도에게 똘복은 이도의 정신을 확 깨는 중요한 한 마디를 남깁니다.

 


"백성은 천년 전에도, 수백년 전에도 늘 책임을 져왔습니다. 하루 종일 뼈빠지게 일해서 자기네들 먹을 거 못먹어도 세금은 꼬박꼬박 내었습니다. 그렇게 백성들은 늘 고통으로 책임을 져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글자로) 더 큰 책임을 넘긴다고해도 우리는 상관없습니다. 책임을 지지 않았을 때도 죽을만큼 고통스러웠습니다. 그 글자 하나 떠넘긴다고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우리도 책임 좀 떠 안고 하고 싶은 것 좀 가지겠다는게 그게 그렇게도 잘못되었습니까?" 

네. 강채윤이 진정으로 새 글자와 이도를 받아들인 것은, 그 글자가 지금 당장은 어렵더라도, 나중에 자신이 담이와 함께 알콩달콩 살면서 나오는 또다른 백성. 그리고 그 백성이 또 잉태하는 백성 그 후손들이 줄줄이 책임을 떠안고 하고 싶을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백성들은 그 이전 글을 알지 못해도 늘 국가에 대해서 조세라는 책임을 떠안고 고통스러워했습니다. 제 아무리 새 글이 널리 알려진다해도, 수만자의 한자와 온갖 정보가 머리에 입력되어있는 사대부들을 이길 수는 없겠죠.  그런데 거기서 백성들이 새 글을 통해 조금이라도 세상에 눈을 뜨고, 늘 국가에 의무를 가지고 있었던만큼,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는데 그것을 억지로 막을 수는 없습니다. 

결국 이도는 똘복의 충고를 받아들이고, 이제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한글을 반포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이제는 더이상 새 글로 인해 벌어지는 모든 것들. 백성들의 욕망 분출이니 백성들을 위한다는 위선 이 모든 것을 다 잊고 오로지 자신의 백성들만 생각하기로 결심합니다. 그 뒤 자신이 만든 새 글에 대한 책임은 그 뒤 백성들이 짊어지고 가는 것입니다. 그 이전에도 자신의 행동에 책임져왔듯이, 비록 당장은 글자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시련도 겪고 시행착오도 있겠지만, 결국 백성들은 자신들의 글에 책임지고, 각성하여 진정한 자신들의 욕망을 분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생겼습니다. 드디어 이도가 진정으로 백성들을 믿고 그들에게 모든 책임과 권한을 맡길 수 있게 된 것이죠.

분명 정기준의 말도 맞습니다. 백성들에게 모든 권한과 책임을 짊어주면, 진정으로 국가와 백성을 생각하기보다, 자신의 사리사욕만 챙기는 자질없는 지도자를 뽑을 수 있는 우를 범할 수도 있고, 세상은 걷잡을 수 없는 혼돈에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 백성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글자덕분에 다시 한번 각성하고, 그 암울한 세상을 자신의 의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연합하여 극복하고 무너뜨릴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세종은 비록 백성들이 잘 몰라, 엄청난 혼란을 초래하겠지만, 결국은 백성들이 다시 올바르게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을 깨달은 것입니다. 

분명 이도도, 정기준도 진정으로 조선과 백성을 사랑하는 지도자임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다만 이도는 다수의 백성의 힘을 믿었고, 정기준은 백성이 뭔가 해낼 수 있다는 의지를 믿지 못하였을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기준은 조선과 백성이 아닌 오로지 상위 1%의 기득권 안주를 위해 백성들의 알 권리를 막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정적까지 서슴없이 죽이는 부적합한 지도자라는 오해를 받게 됩니다.

따지고 보면 정기준도 참 불쌍합니다.  비록 21c를 살고 있는 시청자들의 눈에는 백성의 힘을 무시하는 오만한 지도자로 보일 수 있지만, 그의 관점에서는 그게 바로 진정으로 조선과 백성을 사랑하는 옳은 방식이라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그 당시 백성들에게는 정기준의 백성을 사랑하는 방식(진짜 백성을 위해서 이도의 한글 창제를 반발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이 유효할지 몰라도,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정기준의 애국심은 국민의 의지와 힘을 무시하는 '닭'에 불과할 뿐입니다. 그래서 실감나는 연기를 통해 정기준을 속여 기습적으로 백성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이도와 나인들, 그리고 강채윤의 일갈에 통쾌함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왕 혼자 의지가 아닌 똘복과 담이. 조선에서 가장 천한 취급을 받던 백성들이 자신과 똑같은 신분의 백성에게 글을 널리 알리고픈 의지가 함께 이루어진 쾌거라 보는 시청자을 더욱 뿌듯하게 합니다. 거기에다가 주군을 위해 잔혹한 행위도 서슴지 않고 벌이던 냉혈한 윤평(이수혁 분)마저 그 누구보다 글자를 제일 잘 아는 백성 소이에게 마음이 사로잡혀 버렸으니 정기준은 한글 아는 사람 다 죽여버리겠다고 하기 전에 내부 단속부터 잘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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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세종 이도(한석규 분)이 만드는 새 글을 저지하여, 사대부의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정기준(윤제문 분)의 저지력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새 글의 위력이 사대부에게 얼마나 무서운 것이기 보여주기 위해 정기준은 이신적(안석환 분)을 통해 몰래 과거 시험 시제를 빼내어 자신이 직접 답안을 작성한 이후, 반촌에 사는 노비에게 대필하게 하였습니다. 당연히 과거의 장원 급제는 조선 최고 사대부의 답안을 그대로 작성한 반촌 노비에게 돌아갔고, 이를 안 사대부들은 충격에 빠지게 됩니다. 급기야 어린 유생이 과거에 급제한 노비를 칼로 찔려 살해하였고, 그 자리에서 성리학의 신분 질서를 지키기 위해 한글을 반대하는 글을 낭독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밑으로 뛰어내려 자결을 합니다.

 

성리학의 '도와 의'를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 참으로 비장미가 철철 넘쳐 흐르는 어린 유생의 투신 자살입니다. 알고보니 이 어린 유생은 정기준의 지시 하에 거사(?)를 거행한 가미카제 특공대입니다. 성리학 신봉에 너무 빠져있던 나머지, 이 한 몸을 바치면 성리학 중심 사회를 지킬 수 있다는 정기준의 꼬드김에 넘어간거죠.

정기준은 오직 자신과 같은 사대부의 권력을 지키는데만 전력투구를 다 하는 사람입니다. 나름 반촌의 백정 가리온으로 숨어 산다면서 천한 노비들과 함께 어울려 산다고 하였으나, 그는 뼛속까지 사대부 지상주의에 빠져있는 양반일 뿐입니다. 그는 백정으로 살면서 양반들에게 온갖 무시를 당했으나, 정작 백정과 노비들의 인권 향상에는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도리여 양반의 권리만 강화시키는데 온 힘을 다할 뿐이죠. 

물론 정기준도 그의 목표대로 재상총제재를 시행하기 위해서 자신이 백정으로 숨어살던 이력을 유난히 강조하면서, 앞으로 재상이 되면 옛날 백정으로 살던 때를 생각해서, 백성들이 편안히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하시겠죠. 하지만 결국은 권력만 더 잡은 사대부의 천하가 될 것이고, 사대부들의 횡포에 백성들이 더 놀아나게 될 것입니다. 실제로 정도전과 <뿌리깊은 나무> 속 가상 인물 정도전의 뜻대로 왕이 아닌 사대부의 권한이 커졌을 때, 백성에 대한 사대부의 횡포가 극에 달하기도 하였으니까요. 

이처럼 말로만 백성들을 위하는 정기준은 정작 백성들을 위한 일을 막기 위해서 자신의 충실한 똘마니를 심어놓는데도 안간힘을 쏟고 있습니다. 물론 정기준이 심어놓는 자살특공대는 그들 또한 기득권층이라는 것이 특색이지요. 그러나 그들 또한 이미 권력을 장악하고 있고, 더 장악할 이들에게 더 클 수 있는 기회가 막혀버린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신들은 그들에게 이용만 당하고 있다는 것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마치 자기네들은 상위 몇 %니까 기득권층이고, 그 밑의 사람들을 천대하고, 그들이 많이 배워서 자신들을 치고 올라오는 꼴을 보지 못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기득권을 지키는 이들에게 표를 몰아줘야한다고 착각하는 모양새이지요. 

그러나 더 웃긴 것은 정작 어린 유생처럼 기득권을 잡을 만한 축에도 못끼는 사람들이 자기도 언젠가는 기득권층이 될 수도 있다는 희망, 그리고 기득권층이 계속 권력을 잡아야 사회가 안정될 수 있다는 기대, 그리고 그 넘이 그 넘이라는 투철한 신조 하에 계속 가진 자의 사상에 세뇌되어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것이 문제이지요. 

하지만 정작 자기는 가만히 있으면서, 밑의 수하를 시켜서 온갖 음모와 꼼수를 다 부리는 정기준과 비슷한 행태를 보이는 유형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한글 창제에 반대하여 투신 자살을 한 어린 유생이 단순히 나이가 어려 이상적인 사회로 포장한 사탕발림에 꼬드겨 만날 데모나 일삼는 철없는 젊은이라고 받아들이겠죠. 아님 치떨리는 일제 치하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일본군에게 폭탄을 던진 윤봉길 의사를 그렇게 해석하려고도 할 수도 있겠구요. 

물론 그들만의 생각대로라면,일본에 빼앗긴 주권을 되찾기 위해 '한인애국단'을 조직한 김구 선생도 결국은 자신이 향후 독립국가에서 권력을 잡기 위해 아무 것도 모른채 나라를 위한다는 젊은 피의 혈기를 이용한 '테러리스트'에 불과하다가도 볼 수도 있겠죠. 허나 김구 선생과 윤봉길 의사는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고 고통스러워하는 동포들을 위해서 자신의 한 몸을 어렵게 어쩔 수 없는 숭고한 희생을 행한 것입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백성들의 생활은 안중에도 없는 중화사상 중심 아래 지극히 사대부 중심인 성리학 사회만을 위해 어린 유생을 사주시켜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테러'로 보여질 뿐입니다. 

결국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죄없는 사람들을 희생양으로 삼으면서  뒤에서 웃고 있는 정기준과 밀본. 그래서 전 자기 하나 죽는 것이 진정한 정의 구현인 양 믿고 스스로 투신 자결하는 어린 유생의 죽음이 섬뜩합니다. 기껏 그 어린 유생이 죽어도 결국은 그 어린 유생이 속해있는 계급보다 더 높은 위치를 선점한 거짓 유생들이, 진짜 유생들이 원하는 성리학 이상 국가를 만드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자기 개인의 이익에만 관심을 두는 탐욕으로 막을 내리니까요. 몇몇 지배층의 탐욕으로 인한 비극의 소용돌이에서 가장 큰 풍파에 시달릴 것이 뻔한  백성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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