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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뿌리깊은나무 섬뜩하기까지한 어린 유생의 투신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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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이도(한석규 분)이 만드는 새 글을 저지하여, 사대부의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정기준(윤제문 분)의 저지력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새 글의 위력이 사대부에게 얼마나 무서운 것이기 보여주기 위해 정기준은 이신적(안석환 분)을 통해 몰래 과거 시험 시제를 빼내어 자신이 직접 답안을 작성한 이후, 반촌에 사는 노비에게 대필하게 하였습니다. 당연히 과거의 장원 급제는 조선 최고 사대부의 답안을 그대로 작성한 반촌 노비에게 돌아갔고, 이를 안 사대부들은 충격에 빠지게 됩니다. 급기야 어린 유생이 과거에 급제한 노비를 칼로 찔려 살해하였고, 그 자리에서 성리학의 신분 질서를 지키기 위해 한글을 반대하는 글을 낭독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밑으로 뛰어내려 자결을 합니다.

 

성리학의 '도와 의'를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 참으로 비장미가 철철 넘쳐 흐르는 어린 유생의 투신 자살입니다. 알고보니 이 어린 유생은 정기준의 지시 하에 거사(?)를 거행한 가미카제 특공대입니다. 성리학 신봉에 너무 빠져있던 나머지, 이 한 몸을 바치면 성리학 중심 사회를 지킬 수 있다는 정기준의 꼬드김에 넘어간거죠.

정기준은 오직 자신과 같은 사대부의 권력을 지키는데만 전력투구를 다 하는 사람입니다. 나름 반촌의 백정 가리온으로 숨어 산다면서 천한 노비들과 함께 어울려 산다고 하였으나, 그는 뼛속까지 사대부 지상주의에 빠져있는 양반일 뿐입니다. 그는 백정으로 살면서 양반들에게 온갖 무시를 당했으나, 정작 백정과 노비들의 인권 향상에는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도리여 양반의 권리만 강화시키는데 온 힘을 다할 뿐이죠. 

물론 정기준도 그의 목표대로 재상총제재를 시행하기 위해서 자신이 백정으로 숨어살던 이력을 유난히 강조하면서, 앞으로 재상이 되면 옛날 백정으로 살던 때를 생각해서, 백성들이 편안히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하시겠죠. 하지만 결국은 권력만 더 잡은 사대부의 천하가 될 것이고, 사대부들의 횡포에 백성들이 더 놀아나게 될 것입니다. 실제로 정도전과 <뿌리깊은 나무> 속 가상 인물 정도전의 뜻대로 왕이 아닌 사대부의 권한이 커졌을 때, 백성에 대한 사대부의 횡포가 극에 달하기도 하였으니까요. 

이처럼 말로만 백성들을 위하는 정기준은 정작 백성들을 위한 일을 막기 위해서 자신의 충실한 똘마니를 심어놓는데도 안간힘을 쏟고 있습니다. 물론 정기준이 심어놓는 자살특공대는 그들 또한 기득권층이라는 것이 특색이지요. 그러나 그들 또한 이미 권력을 장악하고 있고, 더 장악할 이들에게 더 클 수 있는 기회가 막혀버린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신들은 그들에게 이용만 당하고 있다는 것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마치 자기네들은 상위 몇 %니까 기득권층이고, 그 밑의 사람들을 천대하고, 그들이 많이 배워서 자신들을 치고 올라오는 꼴을 보지 못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기득권을 지키는 이들에게 표를 몰아줘야한다고 착각하는 모양새이지요. 

그러나 더 웃긴 것은 정작 어린 유생처럼 기득권을 잡을 만한 축에도 못끼는 사람들이 자기도 언젠가는 기득권층이 될 수도 있다는 희망, 그리고 기득권층이 계속 권력을 잡아야 사회가 안정될 수 있다는 기대, 그리고 그 넘이 그 넘이라는 투철한 신조 하에 계속 가진 자의 사상에 세뇌되어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것이 문제이지요. 

하지만 정작 자기는 가만히 있으면서, 밑의 수하를 시켜서 온갖 음모와 꼼수를 다 부리는 정기준과 비슷한 행태를 보이는 유형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한글 창제에 반대하여 투신 자살을 한 어린 유생이 단순히 나이가 어려 이상적인 사회로 포장한 사탕발림에 꼬드겨 만날 데모나 일삼는 철없는 젊은이라고 받아들이겠죠. 아님 치떨리는 일제 치하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일본군에게 폭탄을 던진 윤봉길 의사를 그렇게 해석하려고도 할 수도 있겠구요. 

물론 그들만의 생각대로라면,일본에 빼앗긴 주권을 되찾기 위해 '한인애국단'을 조직한 김구 선생도 결국은 자신이 향후 독립국가에서 권력을 잡기 위해 아무 것도 모른채 나라를 위한다는 젊은 피의 혈기를 이용한 '테러리스트'에 불과하다가도 볼 수도 있겠죠. 허나 김구 선생과 윤봉길 의사는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고 고통스러워하는 동포들을 위해서 자신의 한 몸을 어렵게 어쩔 수 없는 숭고한 희생을 행한 것입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백성들의 생활은 안중에도 없는 중화사상 중심 아래 지극히 사대부 중심인 성리학 사회만을 위해 어린 유생을 사주시켜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테러'로 보여질 뿐입니다. 

결국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죄없는 사람들을 희생양으로 삼으면서  뒤에서 웃고 있는 정기준과 밀본. 그래서 전 자기 하나 죽는 것이 진정한 정의 구현인 양 믿고 스스로 투신 자결하는 어린 유생의 죽음이 섬뜩합니다. 기껏 그 어린 유생이 죽어도 결국은 그 어린 유생이 속해있는 계급보다 더 높은 위치를 선점한 거짓 유생들이, 진짜 유생들이 원하는 성리학 이상 국가를 만드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자기 개인의 이익에만 관심을 두는 탐욕으로 막을 내리니까요. 몇몇 지배층의 탐욕으로 인한 비극의 소용돌이에서 가장 큰 풍파에 시달릴 것이 뻔한  백성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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