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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꽁치의 맛(1962)' 없으면 없어도 될 것 같은 것이 제일 소중하다 ‘다다미숏’으로 대표되는 특유의 낮은 카메라, 인물들간 대화 장면에서 180도 가상선 따위는 가뿐히 무시해버리는 촬영과 편집. 도대체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를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 너무나도 많은 훌륭한 평자들이 이미 수도 없이 언급한 오즈의 영화라 그들이 남긴 글만 열심히 봐도 오즈에 대해서는 딱히 할 말이 없을 것 같은데, 이상하게 오즈의 영화는 보면 볼 수록 이상한 쪽(?)으로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지는 영화다. 오즈의 영화를 그가 남긴 작품 중에서도 제일 유명한 (1953)로 처음 봤을 때, 이 작품을 보고 느낀 첫 인상은 1970년대 말 오즈의 영화를 두고 ‘일본인의 생활 양식과 근대에 대한 반응’으로 해석했던 평자들의 인식과 비슷했다. 그렇게 오즈의 영화를 본다면 다다미 샷은 다다미 방에 앉아.. 더보기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영화 만들기 통한 부자 관계 회복의 결말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임대형 감독의 는 찰리 채플린이 남긴 명언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는 기제를 충실히 따르는 가족 영화다. 금산에서 조그마한 이발소를 운영하는 모금산(기주봉 분)의 반복된 일상은 지극히 단조롭다. 손님들 머리를 다듬는 행위를 제외하곤 사람들과 딱히 어울리지 않는 모금산은 그와 가까이 지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몇 명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외로움과 적막감을 자처한다. 그렇게 외톨이를 자처하며 별일 없이 살아가는 듯 했던 모금산에게 중대한 사건이 생겼다. 보건소 의사는 모금산이 위암에 걸린 것 같다고 했다. 서울에 있는 큰 병원을 가서 정밀 진단을 받아봐야겠지만, 모금산의 위암은 기정사실 된 것 같다. 이런 엄청난 사건이 일어났으니, 단.. 더보기
'레이디 맥베스' 살기 위해 악녀가 되어버린 여자의 비극적인 운명 올해 열린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한국 관객과 처음으로 만났던 (2016, 윌리엄 올드로이드 연출)의 첫 시작은 단조롭지만 강렬하다. 이제 막 레스터 가문의 안사람으로 발을 디딛기 시작한 캐서린(플로렌스 퓨 분)은 자신의 남편이 될 사람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캐서린 남편의 얼굴은 도통 비춰주지 않는다. 이윽고 결혼식을 올린 교회에서 캐서린과 남편이 살게될 방으로 공간이 이동하는데 그제야 남편의 얼굴이 나온다. 하지만 캐서린의 남편은 그녀에게 도통 관심이 없다. 집밖으로 나가게 하지도 못하게 할 뿐더러, 오직 자신을 향한 복종만 강요한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땅 몇 마지기에 아내로 팔려온 캐서린은 말이 좋아 레스터 부인이지 꼼짝없이 집에 갇혀있어야하는 고급 노예다. 연일.. 더보기
재꽃. 한 소녀의 등장이 불러온 파국. 잊지 못할 마무리를 남기다 서울독립영화제 2016 개막작으로 선정된 은 (2014), (2015)를 이은 박석영 감독의 ‘꽃’ 삼부작입니다. 하지만 전작들을 보지 않아도 을 보는데 별 무리는 없을 듯 합니다. 시리즈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세 작품 모두 별개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거든요. 물론 삼부작의 연계고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박석영의 꽃 삼부작을 유기적으로 이어주는 인물은 배우 정하담이 연기하는 하담입니다. 여기에 에서는 하담이의 미니미를 보는 것 같은, 하담이를 쏙 닮은 해별(장해금 분)이 등장합니다. 트렁크 하나 달랑 끌고, 엄마가 아빠라고 알려준 명호(박명훈 분)을 찾아온 해별과 하담은 한눈에 서로를 알아봅니다. 언제나 혼자 였던 하담에게 친구 혹은 가족이 생긴거지요. 그러나 해별이 찾아와서 마냥 좋은 하담과.. 더보기
다가오는 것들. 떠나보내고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보이는 것들 인간은 나이가 들 수록 변화를 싫어한다.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한 때 우리가 진리가 믿었던 것들도, 시간이 지나면 허무맹랑한 주장이 될 수 있다. 영화 의 주인공 나탈리(이자벨 위페르 분)은 시간이 지날 수록 달라지는 상황을 몸서리치게 겪는 중이다. 그녀는 신념과 확신으로 가득찬 유능한 철학교사이며, 나탈리의 남편 또한 명망높은 철학교수다. 그렇게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영위하던 나탈리의 삶은 어느덧 서서히 균열이 나기 시작한다. 아름다운 모델이었던 나탈리의 어머니는 외로움에 사무친 채,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었고, 영원히 나탈리를 사랑할 줄 알았던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다며 이혼을 선언한다. 고등학교 철학교사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던 나탈리의 철학책은 시대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출판사로.. 더보기
크로닉. 삶과 죽음의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묻다 영화 의 주인공 데이비드(팀 로스 분)의 직업은 호스피스 간호사이다. 그 어떤 호스피스 간호사들보다 환자들에게 헌신하는 그의 모습은 감동적이라기보다 이상하게 다가온다. 자신이 맡은 환자의 삶에 깊숙이 개입하는 것에 모자라, 남들에게 환자를 자기 가족인양 소개하는 일도 빈번하다. 환자에게 모든 신경을 집중한 나머지, 정작 그의 삶 자체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것도 미스터리다. 하지만 영화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환자에게 감정 이입하는 데이비드의 이상 행동을 설명하려 들지 않는다. 영화 후반부 들어서, 데이비드가 환자들에게 유독 헌신적으로 대하는 이유가 어느정도 짐작 되긴 하지만, 그 또한 관객들의 판단에 맡기고자 한다. 영화를 끝까지 보다보면, 데이비드는 아픈 아들이 있었고, 감추고 싶은 충격적인 일이 있.. 더보기
산하고인. 말랑말랑 해진 지아장커. 변화일까 변심일까 지난해 열린 제68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공개된 지아장커의 은 세가지 이야기로 구성된다. 타오(자오 타오 분)을 놓고 진셩(장역 분) 리앙즈(양경동 분)의 삼각관계로 포문을 연 영화는 이어 2014년 그들의 이야기, 그리고 2025년 머나먼 호주에서 엄마 타오를 그리워하는 아들 달러(동자건 분)의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2006)으로 제63회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고 2013년 으로 제66회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지아장커의 새로운 영화, 그리고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작품인 만큼, 은 국내 개봉 전부터 영화팬들 사이에서 화제일 수밖에 없었다. 을 국내 처음으로 상영한 부산국제영화제는 허우 샤오시엔의 , 고레에다 히로카즈 등과 함께 을 동시대 거장감독들의 신작을 소개하는 ‘갈라 .. 더보기
시사채널 창.수십년 만에 빛을 보게된 삭제된 필름. 2016년 우리들에게 건네는 무언의 메시지 2005년,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 고 이만희 감독 회고전을 준비하고 있던 한국영상자료원은 이만희 영화 필름을 정리하던 중, 그동안 전혀 듣도 보도 못한 제목의 필름을 발견하게 된다. 그간 이만희 감독 필모 그래피에도 없던 영화, 의 등장에 당황한 관계자들은 필름 시사회 이후 1968년에 만든 영화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작품성에 더 크게 놀라게 된다. 그런데 수십년간의 세월의 간격을 가뿐히 뛰어넘을 정도로 매혹적인 완성도를 보여준 이 영화가 한국영화사에서 완전히 증발해 버렸던 이유가 더 놀랍다. 1968년 당시, 검열 당국은 우울한 분위기를 지적하며, 주인공의 자살을 암시하는 결말 대신, 주인공이 머리를 깎고 군대를 가는 것으로 바꾸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이만희 감독과 제작자, 시나리오 작가는 검..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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