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종일관 우울하고 날카로웠던 지난날과 달리, 너무나도 행복하고 포근한 분위기가 지배했던 KBS 주말드라마 <내 딸 서영이> 마지막이였다. 지난 3일 방영한 <내 딸 서영이> 마지막회는 그동안 49회 동안 흘렸던 서영이(이보영 분)과 삼재(천호진 분)의 눈물을 고스란히 보상이나 하듯이, 드디어 화해한 부녀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환하고 정겨웠다. 


첩첩산중 쌓인 오해 더미에 가려 서로를 반목하고 살아왔던 이들이 각각의 원망을 풀고 행복해지는 모습은 전형적인 가족 드라마의 클레셰를 넘어, 손발이 오글거릴 정도였다. 특히나 <내 딸 서영이>는 여타 주말 드라마와 달리 시크한 모습을 보여왔기에, 그 닭살돋음이 더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일일, 주말 연속극의 고질병이라고 볼 수 있는 지독한 '행복강박증'이라고 하더라도, 이상하게 그 진부한 해피엔딩이 싫지 않다. 


<내 딸 서영이>는 스토리 전개 방식이나, 인물 구도 면에 있어서 전형적인 주말 드라마 형태를 답습한다. 어느 주말 드라마가 그랬듯이, <내 딸 서영이> 주 무대는 가족이고, 끝내 가족의 틀을 벗어나지 않았다. 극 중후반부에 여주인공 서영은 가족의 품을 떠나 홀로 서기를 시도했지만, 결국 그녀의 선택은 완벽한 가족의 품안에 포근히 안기는 것이었다. 





이왕이면 여주인공이 남편이었던 우재(이상윤 분) 재결합없이 정말로 그녀 혼자 나름대로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줄 법도 하다. 하지만 가족 체계가 나날이 무너지는 시대, 무엇보다 '가족'을 중시하는 보수적 가치관을 가진 중장년층 세대가 주시청자로 꽉 잡고 있다는 KBS 주말연속극 시간대에는 쉽게 감당할 수 없는 도전이다. 가족 없이 나 혼자 잘 살 거야를 외치던 서영이가 오랫동안 등을 돌리던 아버지에게 용서를 구하고, 이별을 선언했던 우재와 재결합하여 아이까지 낳고 알콩달콩 사는 결말은, 아무리 요즘 '싱글족'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나, 이왕이면 내 자식은 결혼해서 아이낳고 살았으면 하는 다수의 부모들의 판타지를 완벽히 대변한다. (우리 부모님도 매한가지다) 


그러나 <내 딸 서영이>가 단순히 보수적 중장년층 판타지 충족에만 머물렀다면, 오늘날 '국민드라마'라고 불릴 정도의 엄청난 인기를 끌긴 어려웠을 것이다. 시간대 특성상 뭘해도 시청률 30%는 보장한다는, KBS 주말연속극이라고 하나, <내 딸 서영이>는 기존 중장년층 시청자외에 주인공 서영이 또래인 20~30대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은 주말 드라마였다. 




솔직히 말하면 글쓴이는 평소 KBS 주말 연속극을 즐겨보지 않았다. 그 시간대의 드라마는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가 전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 시간대 드라마는 대부분 그래왔다. 하지만 <넝쿨째 굴러온 당신> 이후 서서히 젊은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해온 KBS 주말 연속극은 <내 딸 서영이>를 정점으로 완벽히 젊어지고 있었다. 비록 결말에서 '결국은 가족'이라는 보수적 가치관과 완전히 타협하긴 했지만, 서영이와 아버지와 갈등을 빚고 서서히 해결하는 과정은 무조건 보수적 어르신들의 입장에서만 바라보지 않았다. 




<내 딸 서영이>의 서영이는 기존 가부장적 시각으로 봤을 때, 자신의 행복을 위해 부모를 등진 패륜 자식에 가깝다. 하지만 <내 딸 서영이>는 서영이를 단순 악녀로만 바라보기보다 그녀가 사랑하는 아버지를 외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제시한다. 서영이의 살려달라는 절규를 듣고 정신을 차리긴 했지만, 그 이전까지 서영이 아버지 삼재는 내가 서영이라도 등을 돌리고픈 무늬만 부모였다. 물론 자식된 입장에서 아무리 못난 부모라도, 부모를 버릴 수 없다. 하지만 그러면 안되는 것을 알면서도 불구, 부모와 가족을 등지고 진정한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서영이의 도전은 요즘들어 더더욱 부모 세대와 격한 갈등을 벌이는 젊은 세대에게 큰 공감대와 지지를 받기 이른다. 비록 서영이의 홀로서기는 다시 가족의 편입으로 급마무리 되었지만, 어른들을 위한 드라마에서 젊은이들의 시각이 반영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혁명'인 셈이다. 


드라마의 하이라이트인 서영이와 아버지의 화해를 위해 한걸음씩 잘 나가다가, 갑자기 삼재가 복막염으로 인한 패혈증으로 생사의 위기를 넘길 당시엔, 누구 하나가 아파야 모든 것이 해결되는 우리나라 드라마의 전형적인 고질병 재림을 보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까지 들었다. 하지만 <내 딸 서영이>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자체가 극단적인 상황으로 곯아야지만, 겨우 터질 정도로 극화된 부모, 자식 세대의 갈등을 고려해볼 땐 그리 억지 전개로 보긴 어렵다. 




<내 딸 서영이>가 주말 드라마 고정 시청자인 중장년층은 물론, 청년층이라는 신규 애청자 유입에 성공한 것은, 드라마가 보여줬던 세대 갈등과 해법이 각 세대를 넘나드는 공감대 형성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음에도 불구, 죽을 고비를 넘어서야 자식의 용서를 받은 삼재는 이 나라 다수의 부모를 상징했고, 반면 부모는 자신의 인생에서 짐만된다고 생각한 서영은, 지난 대선 이후 부모 세대에 의해 완벽히 좌지우지당한 앞날에 힘들어하는 자식 세대의 표본이었다. 


너무나도 완벽했던 <내 딸 서영이>의 행복한 마무리를 두고, 중장년층은 그토록 기다리던 결말에 함박웃음을 지을 법도 하다. 아버지를 원망하고 살았던 딸이 아버지의 깊은 사랑을 깨닫고 용서를 구하고, 다시 부모와 남편의 곁으로 회귀했으니 이토록 완벽한 보수적 해피엔딩이 또 어디있을까. 


하지만 철옹성같았던 서영이가 다시 아버지에게 마음의 문을 연 것은, 딸의 울부짖음에 완전히 새 사람이 된 아버지의 변화가 있었기에 가능한 기적이었다. 한 때 이혼 위기까지 갔었으나, 그 어느 때보다 사이가 돈독해진 강기범(최정우 분)-차지선(김혜옥 분) 부부도, 소위 '꼰대'로 불리던 강기범이 변했기에 행복해질 수 있었던 것이다. 


자식으로서, 여성으로서 독립을 선언했던 서영이가 다시 아버지와 남편이 있는 집으로 돌아간다는 설정은 전형적인 가부장적 가치관 회귀로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서영이가 다시 '가족'으로 돌아가는 과정은, 무작정 자식과 아내의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하지 않았다. 단순히 자식 세대는 무조건 부모 세대를 공경하고 따라야한다는 것이 아닌, 부모 세대의 자식 세대를 향한 배려와 이해를 함께 보여주는 진정한 소통방식을 보여준 것이다. 


앞서 말했지만, 서영이를 비롯한 자식 세대는 결코 부모 세대를 버리거나 외면할 수 없다. 하지만 과거 이삼재와 강기범이 자라던 시절처럼 기성 세대의 가치관을 무조건 젊은 세대에게 강요하거나 주입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 어느 때보다 세대 간의 갈등이 격렬해지는 지금, 상대를 향한 일방적 양보만을 바라는 것이 아닌  마음의 문을 여는 대화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해보는 것은 어떨까. 


같은 시대를 산다고 해도, 각각 다른 세계를 보고 있는 부모와 자식이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과정이긴 하다. 하지만 더 늦기 전에, 후회하기 전에 자식과 부모, 혹은 가족 사이에 진솔하게 마음을 털어놓아야한다는, 당연하지만 잊고있던 소중한 진리를 몸소 깨닫게 해준 것만으로도 <내 딸 서영이>는 '국민드라마'로서 완벽히 성공한 것이다. 




<내 딸 서영이>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해피엔딩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하지만 이삼재와 이서영의 진정한 화합은 전적으로,  함께 얼굴 맞대면서 살아야할 이 시대 모든 부모와 자식의 몫이다. 단순히 판타지에 불과한 주인공 가족의 되찾은 행복에 대리만족에 머무르게 하기보다, 우리가 사는 현실까지 되짚어 보게 하는 <내 딸 서영이>의 마지막 회가 진한 여운을 남긴다. 역시 <내 딸 서영이>가 국민 드라마 맞긴 맞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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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예견된 수순이었다. 얼떨결이긴 했지만, 아버지 삼재(천호진 분)의 존재를 속이고 우재(이상윤 분)과 결혼한 서영(이보영 분)은 결국 시댁 식구들에게 아버지의 존재를 들키게 된다. 아마 보통 사람들 같으면, 시댁 식구들에게 손이 닿도록 빌고 또 빌었을 것이다. 자신의 존재까지 속이고 부정하며 힘들게 얻어낸 재벌가 며느리 타이틀 아닌가. 하지만 서영이는 용서를 빌고 우재네 집에 빌붙기보다 자신이 먼저 우재네 집을 뛰쳐 나간다. 


가진 게 자존심밖에 없는 서영이니까, 자신의 우발적인 거짓말이 비수가 되어 돌아온 필연적 사태에 울며 불며 사정하며 매달리고 싶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다가온 아버지 삼재에게까지 마음에도 없는 가시박힌 소리를 늘어놓을 때는,,,제발 그 자존심 좀 내려놓으면 어디 덧나나 싶은 생각도 든다. 도대체 그깟 자존심이 뭐나고.


하긴 사람 좋아도 너무 좋았던 아버지 때문에 우재를 만나기 전까지 굴곡진 삶만 살았던 서영이가 아버지의 정체가 우재 식구들에게 드러나기 전까지 한번도 무너지지 않은 것은, 악착같이 살아보고자했던 그녀의 자존심 덕분이었는지도 모른다. 서영이의 정체를 알기 전까지, 금수저 물고 태어나 고생이라곤 모르고 살아왔던 우재에 비해 서영이는 벼랑 끝에까지 서본 여자다. 학비를 벌기 위해 몸매가 드러나는 옷까지 입고 방송에 출연해야하는 것도 감지덕지로 여겨야했던 서영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 그녀는 결코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지 않았다. 


비록 학비때문에 원하는 의사는 쌍둥이 동생 상우(박해진 분)에게 양보해야했지만, 법조인으로 성공하여 제대로 눈감고 가지못한 엄마의 한도 풀어주고 자신의 인생에 걸림돌이라고 생각했던 아버지 보란듯이 살아고픈 마음뿐. 그래서 누구에게도 눈길 한번 안주고 한눈 안팔고 공부에만 전념하려고 했는데, 우재란 남자가 자기 좋다고 계속 쫓아다닌다. 


그리고 그는 그동안 죽도록 고생만 한 서영이에게 화려한 세계로 인도해줄 수 있는 부잣집 도련님이다. 그럼에도 비교적 허황되지 않았던 서영이는, 애초 자기에게 돌아오지 않을 행운이라 여겨 '고아'라고 둘려대고 눈 딱 감고 거절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고아라 더 좋단다. 왕자님이 알아서 유리구두 신겨주겠다는데, 그걸 마다할 여자가 또 어디있을까. 그래서 서영이는 우재의 손을 잡고 신데렐라가 되기로 결심한다. 


우재와 결혼한 이후, 서영이의 인생은 그야말로 탄탄대로였다. 원하던 사법고시도 합격하고, 성적도 우수해 판사로 임용받는다. 게다가 서영이는 잘나가는 의류회사 대표 며느리에, 남편은 그 회사 부사장이다. 남들은 배가 아플 정도로 부럽기만 한 인생. 하지만 서영이는 언제나 불안했다. 행여나 자신의 거짓말이 시댁 식구들에게 들키지 않을까라는 걱정도 있었다. 그러나....완벽히 지웠다고 생각했지만...그럼에도 결코 거부할 수 없는 아버지의 존재가 서영이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한다. 





평생 땅에 묻고만 살 수 없는 비밀은 없다고 하나, 시댁 식구들에게 들키기 전에 서영이 자신이 먼저 우재에게 사실을 털어놓았다면 오히려 일은 쉽게 해결됬을 지도 모른다. 지금 우재를 비롯 가족들이 서영이한테 잔뜩 화가 난 것은, 서영이가 자신을 속였다는 '배신감'이다. 아무리 아버지때문에 힘들게 살았다해도 그렇다고 결혼을 위해 아버지 자체를 속인 것 자체가 엄청난 불효고, 해서는 안될 거짓말이긴 하다. 아무리 어떤 이유로 그럴싸할 변명을 제시한다하더라도, 살아있는 아버지를 세상에 없는 사람으로 만든 것은 천륜에 어긋난 일이고, 그 점에 있어서 서영이는 자유로울 수 없는 원죄가 있다. 


그러나 서영이는, 왜 자신이 아버지의 정체를 속였는지 시댁 식구들 심지어 우재에게도 해명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냥 자기가 잘못했으니까 깨끗이 이 집을 나가겠다고만 한다. 분명 아버지의 정체를 숨긴 서영이의 행동은 잘못했지만, 그동안 <내 딸 서영이>를 지켜본 시청자들은, 삼재를 부인할 수 밖에 없었던 서영이의 입장도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세상 모두가 등을 돌린다 해도 자신의 편이 되줄 것 같은 남편이 자신의 아버지를 알고 나서 180도 변한 모습을 보고 경멸한 서영이가 그 때부터 우재와 헤어지기로 결심하게 된 과정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 때까지만 해도 워낙 자존심이 강한 서영이니까,자신의 잘못은 인정하고, 위너스 그룹 며느리 자리를 깨끗이 포기하되, 그들에게 이해와 용서를 구하지 않는 거라고 생각했다. 굳이 위너스 그룹 며느리가 아니더라도 변호사로서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서영이기에 재벌 며느리에 연연하진 않아도 되지만, 그래도 우재에게 미련있어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그 놈의 자존심이 막는 것 아닌가 싶더니. 웬걸, 서영이는 우재를 사랑하지만 그래도 다시는 우재네 집으로 들어가긴 싫단다. 


우재를 만나서 그의 재력덕분에 공부에 전념하여 사법고시도 패스하고(물론 서영이의 남다른 영특한 두뇌 덕분이 크다만) 부잣집 큰 며느리로 남부럽지 않게 잘 살았다. 하지만 서영이는 자신의 비밀을 누군가가 언제나 전전긍긍했고 아버지를 부정했다는 죄책감을 안고 살아야했다. 그래서 그녀는 좋은 옷 입고 좋은 음식 먹고 잘 살았지만 언제나 편하지 않았다. 그런데 자신의 정체가 들키고 나니, 오히려 더 홀가분해서 좋다는 서영이다. 


아버지 뒷수습만 하고 살다가 엄마가 돌아가신 후, 엄마가 위급하다는 전화도 끝내 외면한 지긋지긋한 아버지와 절연을 결심한 이후, 허망하게 죽은 엄마 생각해서 이를 악물고 살아보겠다고 다짐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우재를 만난 이후에는 우재와 시댁 식구들이 제시한대로 상류층이 되기 위한 메뉴얼에 충실했었다. 그러나 아버지와 절연한 이후나, 우재의 아내로 살아갈 때도 서영이는 단 한번도 자신의 인생을 살아보지 않았다고 토로한다. 


우재를 만나기 전에는 아버지 보란듯이 성공해야겠다는 집념, 그리고 아버지를 속인 이후 건실한 의류회사 며느리가 되었을 때는 언제 들킬지 몰라 숨죽이고 살아야했다. 무엇보다도 눈딱감고 자신을 속이고 재벌가에 입성하여 판사되고 변호사 되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위너스 며느리를 내려놓은 지금 생각해보니, 그 간의 있었던 자신의 인생은 자기가 정말로 원해서가 아니라 누군가 잘보이고, 잘 살아 보이는 법칙을 이행한 것뿐이다. 





지금도 신데렐라 성공 스토리가 잘 팔리는 현실을 비추어볼 때, 그간 재벌가 며느리로 살았던 지난3년은 내 인생이 아니었다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서영이의 모습은, 가진 자만 누릴 수 있는 배부른 소리인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서영이 속을 썩인 것을 제외하면, 사법고시에 단박에 붙을 정도로 영특한 두뇌에 부잣잡 도련님이 좋다고 따라다닐 정도로 뛰어난 미모를 갖춘 서영이니까 평범한 여성들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서영이는 재벌가 며느리로 입성하겠다는 집념 하에 아버지와 자신의 정체를 부정한 건 아니지만, 야망을 이루기 위해 자신을 위해 아낌없이 헌신한 배우자, 가족까지 의도적으로 버리는 악녀들의 삐뚤어진 성공신화는 이제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빈번하게 보여지는 단골 소재다. 


그런데 다행이도 서영이는 자신의 의도치 않은 거짓말로 일그러진 그 모든 신기루들이 사라지는 순간, 울며불며 그 허황된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두손두발 닿도록 빌기보다 이제라도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보겠다고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은 독립을 선언했다. 


홈 드라마 장르 특성상, 현재는 아버지에게 냉담하게 대하는 서영이도 결국은 아버지의 품안에 안길 것이고, 우재와도 재결합까지는 아니라도 화해할 가능성이 농후해보인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세대 간의 갈등이 극심해지는 시대, 아버지로부터 비롯된 불행을 원망하며 뛰쳐나간 자식이 결국은 아버지의 사랑을 알고 다시 아버지의 존재를 받아들인다는 보수적인 메시지에도 불구. 설령 자신의 거짓말이 자초한 일이라고해도, 자신의 잘못을 쿨하게 인정하고 '노라의 집'을 미련없이 떠난 서영이는 겉으로는 여성 상위 시대를 외치지만, 실상은 여전히 남자 잘 만나 인생 활짝 핀(??)'신데렐라' 이야기가 여성들의 환상을 자극하는 현실을 냉담히 파고든다. 그것은 허울대만 좋은 자존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그동안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아등바등거리다가,  이제라도 진짜 자신의 인생을 살겠다는 서영이의 의지였다. 


중년 이상 시청자들이 꽉 잡고 있는 시간대 탓에 아무리 그럴싸할 이유가 있다하더라도 젊은 세대는 결코 기성세대를 외면할 수 없고, 이해해야해 식의 메시지만 늘어놓을 것이라는 편견을 산산히 부수는 <내 딸 서영이>의 남은 회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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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사실 영화 <이웃사람>은 영화 원작이자 강풀의 웹툰 <이웃사람>을 한번이라도 본 사람에게는 그렇게 새롭게 다가오는 영화가 아닙니다. 기존 원작에 반전이나 다른 결말을 취하기보다, 원작에 충실했던 이 영화는 차라리 그들의 선택이 더 나았음을 수긍케 합니다. 


그동안 숱한 강풀의 웹툰이 '영화화'되어왔지만, 이상하게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제외하고는 모두 흥행에 참패를 면치 못했습니다. 웹툰(만화)이지만 캐릭터 구성이나 스토리 전개가 웬만한 영화, 드라마보다 '극적'이기에 수많은 영화 관계자로부터 '영화화'시키고픈 욕망을 꿈틀거리게 하지만 정작 원작 그 느낌 그대로 거대한 스크린에 제대로 옮기지 못한다는 것이 아쉬운 요인 중의 하나죠. 


그런 점에서 영화 <이웃사람> 또한 역시 이미 잘 짜여진 원작의 넘사벽을 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영화 <이웃사람> 김휘 감독은 원작을 비틀거나 뭔가 새로운 것을 가미하는 대신 애초부터 '극적'이었던 원작에 전적으로 몸을 맡기는 자세를 보입니다. 


때문에 영화 <이웃사람>은 이미 웹툰 <이웃사람>을 봤던 사람에게는 식상할 수도 있지만, 반면 영화를 보기 전 웹툰을 접하지 않았다거나 웹툰에서 느꼈던 쾌감을 스크린에서 고스란히 받고 싶은 이들에게는 그나마 강풀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중에서는 돈주고 봐도 아깝지 않은 의외의 쾌거를 이룬 듯 합니다. 





원작과 비교하여 특별한 반전도 눈에 띄는 전개도 보여지지 않는 영화 <이웃 사람>이 전작 강풀 원작들을 소재로 한 영화들과 달리 의외의 성공을 거둔 것은, 배우들 덕분입니다. 영화 <도둑들>처럼 호화 캐스팅은 아니지만, 김윤진을 시작으로 각개 맡은 역할에 충실히 임했던 배우들은 원작의 카타르시스를 영화에서도 그대로 느끼고 싶은 관객들에게 충분한 만족감을 선사합니다. 


강산맨션 102호 사는 연쇄 살인마 승혁(김성균)에게 의붓딸을 잃은 엄마 김윤진을 시작으로 승혁의 수상한 점을 발견하고 그의 뒷조사를 캐는 피자배달부 도지한까지. 어디하나 모나거나 빠지는 배우 없이 잘 굴러가는 배우들의 앙상블은 영화 <이웃사람>의 든든한 힘이자, 강풀 원작 상업영화 중 유일하게 흥행을 예상케하는 청신호로 작용케 합니다. 


김윤진, 김새론, 천호진, 임하룡, 장영남 등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한 <이웃사람>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배우는 단연 연쇄 살인마 역할을 맡은 김성균, 그리고 그 연쇄 살인마가 유일하게 무서워하는 조폭 사채업자 마동석입니다. 아무래도 연쇄 살인마가 사실상 메인이 될 수 밖에 없는 영화이긴 합니다. 때문에 연쇄 살인마 승혁이 가장 중요하고도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기도 하구요. 





그런데 캐스팅 당시 김휘 감독은 이 중요한 역할에 충무로에서는 거의 생짜 신인에 가까운 김성균. 그리고 그 연쇄 살인마를 응징하는 강렬한 사채업자에는 마동석을 배정하는 일종의 '모험'을 강행합니다. 지금에야 김성균과 마동석이 영화 <범죄와의 전쟁>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지만, <이웃사람>이 크랭크인 될 당시에는 김성균같은 경우에는 충무로에서 이럴다할 전적이 없었기 때문에 김휘 감독으로서는 나름 모 아니면 도 선택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 김성균과 마동석은 이번 영화를 통해 왜 자신들이 2012년 충무로가 발견한 대세인지를 몸소 입증합니다. 시종일관 영화 <이웃사람>의 음침하면서도 스산한 분위기를 지배하던 이 두 배우의 존재감은 영화 전체를 압도할 만큼 강렬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가 단순히 김성균과 마동석 두 배우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영화라고 판단하면 큰 오산입니다. 


아쉽게 이번 영화에서는 캐릭터 상으로 두 후배에게 밀리고는 말았지만, 의붓딸을 잃어버린 이후 죄책감과 공포감에 시달리는 새엄마의 이중적인 감정을 잘 소화해낸 월드스타 김윤진의 내공을 무시할 수 없고, 영화에서 1인 2역을 동시에 소화해내었던 김새론은 어린 나이가 놀라울 정도로 침착하게 연기를 하는 놀라움을 과시합니다. 또한 비교적 적은 분량이라고 하나, 결코 김윤진, 마동석, 김성균을 압도하는 과거가 의심스러운 경비원 천호진의 남다른 카리스마 또한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백미구요. 


만약에 이 영화가 여타 강풀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과는 달리 장기 흥행에 성공한다면, 욕심부리지 않고 원작에 충실한 감독의 현명한 선택 도 있지만, 오버하지 않고 자신의 맡은 바 최선을 다했던 명품 배우들의 공이 가장 클 것입니다. 아마 별다를 눈에 띄는 요소가 없는 이 영화가 거둔 유일한 수확이 있다면 바로 김성균과 마동석을 명실상부 주연급으로 올려놓은 공로가 아닐지요. 이제는 충무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볼매'가 되어버린 김성균과 마동석의 차기작이 벌써부터 기대되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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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