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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부터 조선을 위해서라기보다, 사대부가 권력의 중심이 되어야한다는 개인적 욕망에 의해 모인 '밀본'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종 이도(한석규 분)가 만든 새로운 글자의 반포를 막는데만 집중하다가 이도 아들 광평대군까지 죽이는 무리수를 범하는 정기준(윤제문 분)의 행동이 못마땅할 법도 하구요.
우의정 이신적(안석환 분)과 집현전 직제학 심종수(한상진 분)이 정기준과 함께 새 글을 반대했던 것은, 밀본 수장이 반대를 하고, 또 그 글이 자신들 사대부의 기득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위기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정기준과 달리 이도가 만든 새로운 글자를 접한 적도 없었고, 어쩌면 글자가 주는 파괴력을 모르기 때문에 왜 정기준이 글자에만 집착하다가 이러다가 밀본까지 와해시키는 최악의 상황까지 치닫게 되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습니다.
결국 이신적과 심종수는 밀본 수장인 정기준을 배신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애초부터 다른 길을 꿈꿨던 이신적과 심종수는 끝내 같은 길을 가지 않았습니다. 그저 자신만의 안위를 생각하고 기회주의자처럼 여기 저기 기웃거리는 '철새' 이신적과는 달리, 겉으로 보여지는 심종수는 정기준보다 사대부가 주축이 되어야한다는 '밀본' 사상을 더욱 신봉하는 듯합니다. 어찌되었든 밀본은 물론, 자신들의 목숨까지 위협하는 정기준을 그냥 이대로 두고 볼수만은 없는 이들입니다.
한글이 자신이 우려했던대로 '역병'처럼 퍼져나가게된 것을 알게된 정기준은 윤평을 시켜, 어떻게든 '해례'를 찾아 한글이 널리 퍼져나가는 것을 막으라고 지시합니다. 그런데 해례를 찾는 것은 비단 정기준뿐만이 아닙니다. 이제 정기준은 물론 이신적과도 다른 길을 가겠다고 결심한 심종수는 물론, 심종수가 자기마저 배신때린 것을 알고 명나라에서 보낸 자객 견적희에게 심종수를 미행하고 그보다 먼저 해례를 찾아올 것을 부탁합니다. 물론 그들이 해례를 찾는 주요 목적은 새 글을 막겠다는 것 그 자체보다, 그걸로 정기준을 협박하고 몰아내기 위함이 강합니다.
이렇게 처음부터 사대부가 주류가 되어야한다는 욕망아래 어떠한 주체적 비전도, 국가에 대한 사명감도 없이 정적을 향해 온갖 테러와 음모를 자행한 '밀본'입니다. 정기준의 행보를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정기준 때문에 불안에 떨고있는 일부 사대부의 반발로 한글 반포를 막기 전에 조직이 먼저 해체될 전망입니다. 역시나 영민한 이도는 광평대군의 죽음과 밀본을 색출하기 위해 소이를 비롯한 나인들까지 내쫓는 폭군 연기 덕에 정기준 무리에서 이탈하려는 밀본이 있다는 것을 간파하고, 밀본이 자신들이 밀본이라고 알리면 목숨을 부지해주는 것은 물론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붕당으로서 인정을 해주겠다고하여 더욱더 교묘하게 이신적과 심종수를 흔듭니다.
이도는 밀본을 색출하기 위해 당근과 채찍이라는 두개의 수단을 사용했습니다. 대신과 조정 몰래 한글을 창제한 것은 잘못했다고 진심으로 사과하면서 한글을 강력히 반대하는 대신들마저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더니, 밀본이라고하여 다 광평을 죽인 강상죄로 몰고가진 않겠다면서, 빨리 자수하여 광명찾으라는 이도입니다.
정치인이든 기업 최고 경영자이든지 간에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자신들의 부하들에게 미안하다고 정중히 사과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제 대세가 된 것을 가려보려고 조직원들의 신망까지 잃어가고 있는 정기준과 달리, 이도는 흔들리는 정적까지 감싸주는 듯 하면서, 밀본을 와해시키고 자신의 궁극적인 목적 한글까지 반포하고자합니다.
이제 자신이 새 글을 만든다는 것이 널리 알려진 이상 이도가 감추고 싶은 비밀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솔직하게 자신의 글을 보여주면서 밀본을 포함한 반대하는 대신들과 맞짱뜨고 싶어하기까지 합니다. 물론 이도는 이신적과 심종수 또한 정기준이 그토록 감추고픈 새 글 해례를 보고 싶다는 것을 잘 알고 있겠지요. 허나 이도가 만든 해례는 기존의 사대부들의 패러다임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백성들의 눈높이에 맞춰있습니다. 동료 나인에게 해례로 밝혀진 소이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다 해례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 신체구조, 그동안 사용했던 말을 기반으로 만들어져있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고, 또 금방 가르칠 수 있는 것이지요.
일단 어떻게든 정기준과 이제 정기준을 배신한 이신적과 심종수는 어떻게든 해례 소이의 목숨을 위협하면서까지 한글 반포를 막으려고 하겠죠. 하지만 소이와 궁녀들이 그간 '역병'처럼 퍼트렸던 해례의 증거는 각설이패와 아이들의 노래에 의해서 걷잡을 수 없이 널리 알려질 것입니다. 기존 사대부가 애지중지 여겼던 자신들만의 매체와는 전혀 비교될 수 없는 새로운 '언론'의 힘입니다. 반면 이제 같은 조직원들까지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분열된 밀본은 누가 먼저 해례를 찾고 그걸 어떻게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해먹을까만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서로에게 칼을 겨누면서 스스로 자신들의 몰락을 앞당기는 밀본입니다.
애초부터 배신자가 나타나고 와해될 조직 밀본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정기준만을 배신한다는 반전은 그렇게 충격적이지도 놀랍지도 않았습니다. 만약 이중에서 가장 밀본 신봉자로 알려진 심종수가 알고보니 영화 '무간도'처럼 세종이 밀본에 심어놓은 스파이다면 모를까, 그저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정기준과 이신적과 다른 길을 가는 심종수의 배신은 담담하게 느껴질 뿐입니다. 어찌되었든 무조건 사대부가 중심이 되어야한다고 자신들의 기득권의 유지만 관심있었던 밀본이 서로를 못믿게 되어 배신하게 되는 설정은 시청자들로서는 그저 통쾌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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