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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훈(신하균 분)에게 어머니 김순임(송옥순 분)은 부끄럽기만한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보여졌습니다. 강훈에게 어머니는 아버지와 어린 강훈을 두고 도망가고, 아버지가 의료 사고로 숨진 이후 뒤늦게 찾아온 원망스러운 여인이었습니다. 그것도 다른 남자와 아이를 가진 것으로 의심되는 만삭의 배를 가지고 말입니다. 그래서 강훈은 어머니도 씨앗이 다르다고 생각한 여동생도 모두 살뜰하게 대할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어머니에게 "차라리 그 때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해서는 안될 막말까지 늘어놓습니다.
하지만 그런 어머니가 쓰러졌습니다. 어머니가 최대 라이벌 서준석(조동혁 분)집에서 파출부를 하였던 것이 들통나 준석의 비웃음만 사고, 심지어 병원에까지 빚독촉이 몰려와 강훈을 곤욕스럽게 하지만, 어찌되었든 강훈에게는 소중한 어머니입니다.
다만 강훈은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어머니가 걱정되긴 하지만, 고재학(이성민) 교수에게 무릎꿇고 빌면서 천하대에 남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마땅히 국내 병원에서는 갈 곳도 없어 미국도피까지 생각했습니다. 어머니의 병과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단정짓고자 하는 강훈입니다.
그렇다고 어머니가 아예 걱정이 안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보다 서열이 높은 김상철(정진영 분)교수보고 "아버지를 죽인 살인자"라고 외친 이후, 어머니를 천하대가 아닌 혜성대 병원으로 옮기려고 하였습니다. 마침 그 때 나온 어머니의 정밀 검사 결과는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어머니는 역혁성 성상세포증보다 더 심각한 교모세포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생존 확률도 적은 약성 종양에 걸린 어머니의 소식을 듣고 강훈은 절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본인 또한 실력있는 신경외과 의사로 많은 환자들을 살려내었지만, 정작 어머니를 위해서 강훈이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어머니를 살릴 수 있는 실력있는 의사를 찾는 것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도저히 어머니를 살릴 수 있는 의사를 찾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그토록 거절했던 장유진(김수현 분)의 도움을 받아 미국으로 떠나려고 했지만 브로커에 속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미국으로 가지 않았습니다.
미국행마저 좌절된 이후 어머니에 병동을 찾아온 강훈에게 어머니 순임은 아주 뜻밖의 고백을 합니다. 자신의 병이 고약하다는 것을 알게된 어머니는 할 말을 못하고 떠나면 억울하다면서, 그동안 숨겨왔던 진실을 털어놓습니다. 사실 순임은 강훈 동생 하영을 임신한 이후, 자기 애가 아니라면서 순임을 의심하고 폭행을 가한 강훈 아버지때문에 애마저 잃을까봐 집을 나간 것입니다.
왜 사실대로 말하지 못했나는 강훈의 추궁에 순임은 "넌 그렇게 알고있는데, 그렇게 알고 엄마를 그렇게 미워했는데 너가 틀렸다는 것을 알면 엄마한테 미안할 것 아나."면서 끝까지 자식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분명 하영은 강훈의 아버지도 같은 친동생이 맞고, 어머니는 다만 아버지의 가혹한 폭행이 두려워 집을 나간 것뿐입니다. 하지만 어머니가 병든 아버지를 두고 다른 남자와 아이를 가지고 뒤늦게 나타났다고 오해하고 지금까지 어머니를 원망하고 미워하는 강훈입니다. 그런 아들의 싸늘한 시선을 알면서도, 오히려 아들에게 더 미안하고, 더 잘하려고 헌신한 순임입니다. 누구보다 아들을 위해서 희생하기만한 어머니가 악성 뇌종양에 걸리니 강훈은 더 큰 죄책감과 동시에 어떻게든 어머니를 살려내겠다고 다짐을 합니다.
결국 강훈은 어머니를 위해서 한번도 진심으로 고개를 숙이지 않았던 김상철 교수에게 무릎을 꿇고,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서 교모세포증 임상실험에 참여하게 해달려면서 애원합니다. 어떻게 아버지를 죽인 살인자에게 어머니를 맡길 수 있나는 김상철의 비이냥에도, 김상철 얼굴에 몇 십년전 자신의 아버지를 수술한 의사의 눈이 생각나면서도, 어머니를 위해서 "내가 잘못 알았다. 제발 우리 어머니를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강훈입니다.
그동안 강훈은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빈 적도, 고개를 숙인 적도 없습니다. 한 때 천하대 조교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 고재학 교수 라인에 붙어 머리를 숙인 적은 있었지만, 그 때는 강훈도 딱히 아쉬운 것도 없었고 오히려 당당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천하대에서도 내쫓기고 아무데도 갈 곳 없는 상황. 그리고 어머니까지 악성 뇌종양에 걸린 최악의 수세에 몰린 강훈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가장 절박한 때 그는 그토록 증오하고 원망스러웠던 원수 김상철 교수에게 자신에게 유일하게 허락된 자존심마저 고스란히 바쳐버립니다.
비록 남들보다 가진 것은 없지만, 실력 하나로 조교수를 눈앞에 둔 천하대 최고 실력파 의사로 인정받았다는 자부심 하나로 살아온 이강훈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토록 원하던 조교수도 가지지 못하고, 더 높은 자들의 짓밟힘 아래 한많은 이무기가 되어버린 이강훈입니다. 그런 그가 가장 힘들 때 아버지를 죽이고, 사사건건 강훈을 방해해온 김상철 교수에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합니다. 자신을 위해 진실까지 숨기고 바보같이 살아간 어머니는 강훈이 그토록 지켜왔던 고고한 기세마저 단숨에 꺾어버릴 정도로 강훈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소중한 존재였으니까요.
겉으로는 어머니에게 차갑게 대하고, 애써 외면하려고 했지만 강훈에게 어머니는 줄어들지 모르는 빚더미에서 구출하고픈 연민의 여인이었습니다. 다만, 그동안 어머니에 대한 원망과 미움의 감정이 너무 커버렸던지라, 선뜻 어머니에게 다가가지 못했을 뿐이죠. 강훈이 선배 의사에게 돈을 빌려 겨우 급한 빚독촉을 해결했을 때 너무 고마워 추운 날씨에도 양말을 제대로 신지않고 아들에게 달려온 어머니에게 불같이 화를 내면서도, 돌아서는 어머니의 그 발을 보고 가장 슬프고도 만감이 교차하는 눈으로 바라보는게 강훈의 진심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이제 강훈에게 어머니는 더이상 원망스럽기만한 엄마가 아닙니다. 어머니의 진심을 오해해서 죄송하고, 자신에게 남은 유일한 자존심과 바꾸면서까지 살려내야하는 강훈의 존재 이유입니다. 그동안 강훈에게 의사란 아버지를 죽인 아픈 기억과 아무것도 없는 그가 유일하게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수단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성장통을 계기로 강훈에게는 아픈 사람 즉 어머니를 살려야한다는 절박감을 가진 의인으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이제 자신을 짓누르던 어머니의 원망도 거두고, 아픈 어머니를 살려내기 위해 아버지를 죽인 김상철에게 무릎까지 꿇은 강훈입니다. 한번도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미소를 짓지 못한 강훈이 언제쯤 마음껏 활짝 웃을 수 있을까요. 강훈이 어머니를 살려냈다는 안도감과 기쁨에 진정으로 행복한 웃음을 짓는 날이 오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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