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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해를 품은 달 한가인 연기력 논란보다 더 큰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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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역들이 연기를 너무 잘했던 것도, 그들의 바톤을 이어받은 성인 연기자들에게는 큰 부담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지금 <해를 품은 달>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냉담한 반응은 단순히 더이상 아역들을 볼 수 없다는 아쉬움과 그리움때문만은 결코 아닙니다. 아무리 아역들의 연기가 완벽 그 자체였다고하나, 그걸 제대로 이어받기는 커녕, 기껏 아이들이 열심히 차려준 밥상조차도 제대로 떠먹지 못하는 무능한 어른들에 대한 불만이겠죠. 
 

<해를 품은 달>이 아역만으로도 30%가 육박하는 시청률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경쟁작의 몰락에서 빚어진 싱거운 싸움이 주 원인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아역이라고 한정짓기 아까운 여진구, 김유정, 이민호, 진지희가 펼치는 애뜻하면서도 구구절절한 감정선에 시청자들 또한 훤과 연우 그리고 양명군이 되면서 그들이 사랑하는 연인을 보다가 흐뭇해지기도 하고, 곧 닥쳐올 이별의 아픔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영영 볼 수 없는 것처럼 엉엉 울게 되었던 것이죠.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탐욕스러운 어른들의 짖궃은 장난으로 의도치않게 비련한 운명에 갇혀버린 성인 연우에게는 도무지 어떠한 감정도 느껴지지 않아요. 무병을 앓고 기억을 잃어버리고 세속과의 인연이 없었던터라 예전과는 다르게 무미건조한 무녀가 되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지요.

허나 연우가 훤(김수현 분)을 보자마자 그동안 잊고 있었던 아련한 추억들이 어렴풋이 떠오르는 장면에서도,  다시 무언가의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마음 속 깊이 요동치기 시작하는 연우를 느낄 수도 볼 수도 없습니다. 좀 과장되서 표현하자면 우연히도 어가 행렬을 통해 한 때 사랑했던 훤과 마주치면서 자신도 모르게 애끓는 눈물을 흘리는 과정에서도 눈만 동그랗게 뜨고 한 방울 뚝 흘리는 정도였으니까요. 

 


몰입을 방해하는 국어책 읽는 연기, 사극과 맞지 않는 현대물을 보는 것 같은 발성톤과 목소리도 심히 아쉽긴 하지만, 현재 한가인에게 닥친 최대 위기는 아역들이 어렵게 일구어낸 연인 간의 미묘한 감정선을 제대로 살릴 수 있나, 없나 하는 점입니다.

물론 그것도 남자 주인공과의 나이 차이, 기혼 여성이라는 일종의 핸디캡, 연기 경력에 비해 한없이 부족한 연기력때문에 생겨난 부진이라고하나, 무엇보다도 현재 연우를 연기하는 한가인에게는 누군가의 저주로 비극적인 한을 품은 여주인공에 대한 어떠한 불쌍함과 가엾다는 연민도 느낄 수가 없어요. 그저 30이 넘고,  결혼을 했어도 사슴같은 눈망울을 자랑하는 단아한 한가인만 보일 뿐이죠. 


 


이제 외척의 세력에 맞서는 젊은 왕과 그가 유일하게 사랑하는 여인이지만 무녀가 된 여인과 다시 불붙기 시작한 애절한 사랑이 시청자들에게 성공적으로 어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해서든지 시청자들이 연우의 감정에 이입되도록 해야합니다. 그래야 예전처럼 훤과 연우의 힘겨운 사랑을 응원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아역들이 일궈낸 시청률의 체면이라도 살릴 수 있으니까요.  


어느 정도 예상은 되었으나, 한가인이 본격적으로 등장하자마자 그녀를 둘러싼 연기력 논란으로 시끌벅적한 하루입니다.. 여주인공 한가인에게 휙 돌아서버리기 시작한 시청자들의 마음을 다시 되돌리는 길은 오직 사랑하는 님 곁에도 머물지도 못하는 불운의 여인 연우라는 인물과 일심동체되는 한가인을 보여주는 길 밖에 없습니다. 인형같이 빼어난 얼굴,  88년생 김수현과 전혀 차이가 없는 동안 미모, 아역들의 맹활약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나름 선방이라는 주관적인 문구로 도배를 하면서 아무리 대중들의 마음을 사려고 해도, 오히려 과도한 언플에 대한 거부반응만  더 쌓게 될 지도 모르니까요. 



그나마 한가인에게 한가지 위안거리가 있다면, 한가인 말고도 훤의 김수현, 양명군 정일우를 제외하고는 성인 캐스팅의 총체적 난국이다 싶을 정도로 언발런스한 캐스팅을 자랑하고 있는 <해를 품은 달>이라고 불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더 이상 수많은 어른들을 울리고 웃기던 영롱한 아역들을 마냥 그리워할 수도 없고, 불만스러운 캐스팅을 물릴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지금으로서는 연우의 기억력이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한가인의 연기력이 기적처럼 늘어나 시청자들이 내 딸처럼 아끼던 연우를 그럭저럭 잘 소화해내주길 바라는 길밖에 없는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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