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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지붕킥]해고당한 봉실장의 술취한 모습에서 우리 아버지들이 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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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대옹이 드디어 쓰러집니다. 그래서 보사마가 순대옹을 대신하여 임시 사장 역할을 수행하였구요. 그 때 봉실장이 보사마님에게 달달 붙어서 아부를 떱니다. 이유는 곧 보사마가 사장이 될 것 같기 때문이죠. 보사마가 좋아서 추어올리는 것은 아닐겁니다. 하긴 그동안 조직 내 3인자로 있으면서 보사마가 얼마나 순대옹에게 필요이상의 시련을 받았는지는 누구보다 잘 받아서 연민도 있을거지만요. 하지만 적어도 보사마는 순대옹 사위입니다. 그가 아무리 잘못해도 짤리는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사장과 아무런 혈연관계가 없는 봉실장은 언제나 사장이든 부사장의 비위를 척척 맞춰줘야합니다. 그들이 아니꼬와도 어쩔 수 없습니다. 그에게는 사랑하는 딸 미선이가 있기 때문입니다(아시다시피 봉실장으로 출연한 이봉원씨 부인되시는 분)



단지 봉실장이 잘못한거는 자신의 딸을 위해서 20년 동안 회사에 충성한거고, 자기가 생각하기에는 곧 사장이 될 것 같은 보사마에게 벌써부터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등 지나친 아부를 한 거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회사 안팎에서는 그가 호시탐탐 보사마의 자리를 노린다고 소문이 자자합니다. 그렇다면 자신의 행동거지르 조심했었어야했는데 결국 봉실장은 술에 거하게 취해서 순대옹 앞에서 실수를 합니다. "보사마가 뭘 그리 잘못했나구요. 보사마가 그렇게 사장님께혼나야하는거나구요. 너무 하십니다. "



가끔 회사에서 진솔한 대화를 나눈답시고 회식자리에서 술을 거하게 마시고 허심탄탄하게 상사에게 털어놓으라고 권유합니다. 하지만 그 때 진짜 솔직하게 말했다가는 다음날 큰일납니다. 직장생활에서는 뭐니뭐니해도 웬만하면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는게 좋습니다. 항상 말조심, 입조심. 특히 상사를 이야기할 때는 더더욱이요.

결국 봉실장은 그동안 보사마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렸다는 소문에 신년회 자리에서 순대옹에게 말실수했다는 결정타때문에 회사를 쫓겨나게 됩니다. 그저 사람 좋고 자기에게 유일하게 잘해주는 척 했던 봉실장이 안타까웠던 보사마님은 왜 회사에 오랫동안 충성했던 봉실장을 짜르나고 한마디하지만 순대옹은 "그럼 너가 나가고 봉실장이 니 자리 가도 되나"하면서 냉정하게 말합니다. 현실이 그렇습니다. 그 사람이 안나가면 결국 내가 나가는 구조. 모든 건 다 CEO의 마음입니다. 그래도 그동안 부하직원과 같이 지내면서 고운정 미운정 다든 상사는 가슴이 아픕니다. 하지만 여기서 누가 나가지 않으면 또 어떤 사람이 나갈 수 있고, 또 그 사람이 본인이 될 수 도 있습니다.



마음씨 착한 보사마는 순대옹과는 다르게 직접적으로 봉실장한테 너 나가라는 말을 못합니다. 대신 그와 술잔을 기울입니다. 하지만 보사마는 봉실장과 대화 도중 그가 3년 째 기러기 아빠라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더더욱 보사마는 목이 메입니다. 그러나 그는 봉실장을 해고해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나갈 수 있거나, 아님 순대옹 말대로 자신의 지위가 위태로워 질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는 편지로 자신이 봉실장에게 꼭 해야할 말을 대신해서 술이 너무 많이 취해서 정신을 못가누는 봉실장 양복 안주머니에 넣습니다. 그리고 잠시 차를 세워 어느 한 성당에 봉실장을 데려가서 석고대죄를 합니다. 자신때문에 한가정은 경제적으로 시련을 겪게 되었고, 미국에 공부하러 간 봉실장 딸 미선이 공부를 중단하는 일이 발생하기때문이죠.
그 다음날 봉실장은 자신이 해고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그동안 가족때문에 그 더러운 순대옹 성질 받아가면서, 머리 안돌아가는 보사마 뒷받침해주면서 간의 쓸깨까지 핥아주면서 살아왔던 삶에 억울해 할겁니다. 그리고 한동안 공황상태에 빠질겁니다. 그나마 지금보다 더 낮은 일자리를 구한다면 다행이지요. 하지만 그 나이에 재취업하는 것도 힘듭니다. 요즘 봉실장 같은 사람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죠.

저희 아버지도 제가 고등학교 3학년 때 다니던 회사에서 명퇴하셨습니다. 다행히 저희 아버지는 중소기업이라도 재취업을 하신터라 저희 남매는 저희가 원하는 인서울 사립대에 다닐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와 똑같이 명퇴를 당하셨던 직장 동료분의 제 동생과 또래인 따님은 공부를 잘했음에도 불구하고, 인서울 못하고 그 지역에 있는 대학에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마 봉실장의 딸도 학업을 포기하거나, 그곳에서 힘들게 학비까지 벌면서 공부를 해야할 겁니다.



보사마가 어쩔 수 없이 한창 공부할 나이의 딸을 둔 봉실장을 해고하면서 석고대죄를 하는 장면에서 IMF이후 대량해고 사태 이후의 누군가를 안짜르면 내가 당하기 때문에 눈물을 흘리면서 해고를 할 수 밖에 없는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슬픈 현실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창 어릴 때 본인의 아버지들이 혹은 친구의 아버지들이 그동안 몸바쳐 충성했던 회사에서 한순간에 짤리는 모습을 본 지금의 20대들은 그게 싫어서 다소 답답해보이지만 사고만 안치면 정년은 확실히 보장되는 공무원을 최고 직장으로 생각합니다. 

아무튼 오늘 지붕킥은 언제 짤릴까 하고 전전긍긍하면서 상사에게 온갖 아부를 다 떨면서 힘들게 사시는 우리네 아버지들의 모습이 보여서 심히 슬픕니다. 가뜩이나 눈이 많이 내려서 퇴근길이 지옥같은 날에요. 우리 아버지들에게 잘해드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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