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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힐링캠프 김정운. 외모지상주의 파마머리에 숨겨진 깊은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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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베스트셀러 작가, 헬기를 타고 다닐 정도로 여기저기 섭외가 줄을 잇는 스타 강사. 우리가 알고 있는 김정운 박사는 돈 잘벌고, 불러주는 사람 상당히 부러운 인기 강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였어요. 아니 특이한 외모와 거침없이 솔직한 화법 때문에 저 사람 말만 그럴싸하게 잘하는 약장수 스타일이 아닌가 의심이 들기도 했구요. 


돈많고, 권력있고, 외적으로 훌륭한 사람이 최고인 대한민국 사회에서 베스트셀러 작가, 스타 강사로 떼돈을 벌고 있고, 수많은 책과 강의로 자신의 이름을 드높이고 있고, 50대 중년 남성에 걸맞지 않게 파격적인 스타일을 구사하는 김정운 교수야말로 제대로 성공한 남자의 표본이었죠. 게다가 본인에게 딱 맞고, 가장 좋아하는 일로 재미있고 여유있게 살고 있으니 그만큼 더 행복해보이는 사람이 어디있겠어요.


그러나 그는 자신의 인생 가장 최전성기인 순간에 쏟아지는 러브콜을 뒤로하고, 잠시 휴식기를 갖게 됩니다. 그리고 돌연 교수라는 직함도 내던지게 되었구요. 물론 그가 그동안 수많은 강연과 돈을 벌어놔서 누구나 부러워하는 교수라는 명함도 굳이 필요없고, 마음놓고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에요. 실제 그렇지 못한 평범한 중년 가장들은 그가 벌어오는 수입으로 생활하는 부양 가족들을 생각해서,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회사에서 잘리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해야하니까요. 


몇 십년 미래를 내다보기보다, 당장 오늘의 일도 예상하기 어려운 불안정한 시대에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아닌 다른 곳에 눈을 돌려 관심사를 넓혀라 이만큼 사치스럽게 들리는 말도 없을 거에요. 내 눈앞에 닥친 과제에 집중해서 인정받아 생존을 유지하는 것도 벅찬데, 거기에다가 향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다른 곳에까지 관심을 가지라하니, 이거야말로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가요. 


그런데 김정운 박사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과연 지금까지 순전히 내 주체적인 의지에 의해서 여기까지 오게되었나 싶기도 하네요. 네, 결과적으로는 모두 나의 선택이었죠. 하지만 각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해주기보다, 그저 튀지 않게 다른 이들과 비슷한 획일적인 삶을 살기를 권유 아니 은연 중에 강요하는 이 나라에서 김정운처럼 개성이 강한 인물이 살아남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어릴 때부터 남달랐던 김정운, 대학에서도 또래 남성들과 달리 섬세한 매력으로 여학생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던 김정운의 인생이 본격적으로 꼬이기 시작한 것은, 군사정권에 맞선 민주화 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서죠. 자신은 민주화 투사라고 하기 부끄럽다면서 입에 담는 것 조차 어려워하지만, 시대 정신에 발맞추기 위해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기보다 직접 몸으로 나섰던 김정운에게 돌아온 것은 탄압과 낙인이었어요. 


본인 스스로 '쁘띠부르주아"라고 하면서 진정한 열혈 투사가 아니었다고 손사레를 젓지만 과거 최전방에서 독재 정권 타토에 나섰던 이유만으로 김정운의 인생은 그야말로 꼬일대로 꼬여버렸죠. 아마 그도 그 때 민주화 운동에 나서기보다 아리따운 음대생들과의 교제와 김정운 개인의 삶에만 관심을 두었다면, 교수 임용도 빨리 될 수도 있었고 유학 생활비를 벌고자 밤을 꼬박새며 순찰을 돌며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순간 동독인에게 총으로 위협당하는 파란만장한 경험은 없었을 거지요. 


애써 그 때 무용담을 웃으면서 회자하지만 김정운 박사 개인에게는 그야말로 힘든 시간들이었죠. 지금은 다행히 그 고통스러운 경험들이 밑바탕이 되어, 그 누구보다도 대한민국 남자의 심리를 콕 찝어 파고드는 스타 강사로 거듭나게 되었지만, 이왕이면 내 자식은 좋은 대학가서 큰 굴곡없이 무난하고 평탄하게 살았으면 하는 게 대다수 대한민국 부모들의 희망사항이죠. 


때문에 우리들은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을 찾기보다, 부모님이 바라시고, 이 사회에서 인정받고 무난하게 보이는 일에만 매달리게된 것 같아요. 그래서 학교다닐 때는 좋은 대학 가기 위해서 남들보다 공부를 더 잘해야했고, 대학에 간 이후에도 남들보다 더 번듯한 직장에 가기 위해서 무한 경쟁에 돌입하게 된 것이죠. 그런데 희안하게도 대다수 사람들이 희망하는 꿈은 학창시절에 의무적으로 교복을 입는 것처럼, 다들 비슷비슷해요. 너도나도 같은 직업을 향해 돌진하다보니 더더욱 경쟁이 심화되는 것이고, 그 경쟁에서 낙오되지 않게 자신이 진짜 관심있는 주요한 관심사를 내팽개진채 오로지 한길만 열심히 달리는 거지요. 그래서 그 피터지는 삶을 보상받고자 부에 집착하고, 권력, 지위에 집착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그래도 남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왔고, 늘 한 발 앞서간다는 자부심 하나로 살아왔던 엘리트 김정운이 막상 자기도 다른 이들처럼 획일화된 외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순간, 그 때 받았던 충격을 이루말할 수 없을 것이에요. 문화 속에서 인간의 심리상태를 파악하는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이 또래 중년 남성들과 별반 다를바없는 근엄한 양복을 입고 노랗게 머리를 물든 학생을 쳐다보며 혀를 끌끌 차는 아이러니함을 보이는 자신을 발견하고 종종 놀랐을 때도 있었을거에요. 


물론 그가 구태어 파마 웨이브로 헤어스타일을 바꾼 것은 순전히 탈모로 인한 아내의 권유가 크긴 했지만, 우연치 않게 시작한 파마머리가 그간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했고, 보다 더 넒은 세상에 눈을 뜨게 하면서 그의 인생은 180도로 바뀌게 됩니다. 머리를 바꾸니 보다 다양한 스타일에 관심을 가지고 그 덕분에 말로서가 아닌 진심으로 다른 이들의 가치관과 개성을 존중하게 됬다는 김정운. 


장난스럽게 내면이 아닌 외면이 중요하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하지만, 수십년 가까이 자신의 문제의식을 통해 세상의 부조리함을 고쳐보겠다는 소명 하에 다른 이의 고통을 집중적으로 파고든 과정이 있었기에 그 누구보다도 자신있게 자신의 외면을 가꾸면서 내면도 한번 돌아보라는 따스한 충고를 건네게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지요. 


이번주 <힐링캠프>를 잘 보지 않고, 기사 제목으로만 접하신 분이라면 "외면이 내면보다 중요하다."면서 김제동의 후줄그레한(?) 옷차림을 지적한 김정운 박사를 외모 지상주의를 조장한다고 오해할 수도 있겠어요. 허나 김정운 교수가 외면을 강조한 것은, 자신과 잘 어울리는 이미지를 찾으며, 자신감을 찾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진짜 솔직한 모습을 발견하는 동시에 타인의 다양한 관심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라는 깊은 속내가 숨어있었던 것지요. 


외면이 아닌 내면이 중요하다는 여타 지식인들과는 달리, 너무나도 솔직하게 외면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 그 외면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라고 권유하는 김정운 박사. 지독하게 직설적이라 거부감이 들기도 하지만, 자신이 직접 체험한 고통스러운 인생 역경을 통해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면서 그 속에서 자아주체적으로 즐겁게 살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해주는 그가 고맙게까지 느껴지네요. 


보다 다양한 스타일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의지가 결여된 수동적인 몰개성, 획일화를 타파하고 자신과 타인의 개성과 가치관을 존중하는 삶. 그걸 몸소 실천하는 김정운 박사야말로 이 시대 진정한 외모 지상주의자로 추앙하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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