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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K팝스타 이미쉘 탈락. 쓰라린 감동이 된 박진영의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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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예상했던대로 어제 8일 TOP4 진출자를 가리는 무대에서는 별다른 이변없이 안타깝게도 이미쉘이 탈락한 <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이하 <K팝스타>)입니다. 대한민국처럼 단일 민족 국가에서 혼혈 그것도 백인 혼혈이 아니라 흑인 혼혈이 말이 좋아 실력 우선이지 결국은 국내 최대 아이돌 기획사에서 주최하여 향후 스타성을 가장 많이 보는 오디션에서 TOP5에 든 것은 일종의 기적이었는지도 몰라요. 그나마 이미쉘이 다른 참가자에 비해서 눈에 확 띄는 발군의 기량을 선보였기 때문에 TOP5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이죠. 


이미쉘을 탈락시키면서 JYP 수장인 박진영은 이미쉘이 유독 감정 표현이 소극적이였던 것은 (살면서) 많은 이들에게 상처을 받아 그랬던 것 같다면서 조심스레 언급하였어요. 사실 이미쉘 뿐만이 아니라 지금도 다문화 정책 일환으로 이 땅에서 태어나고 자라는 혼혈이란 운명이 짊어지고 가야할 난관 중의 난관이지요. 


6.25 전쟁 이후 점점 우리 아버지 세대의 눈에 띄었던 혼혈들. 유독 흑인 혼혈이 많았던터라 그 당시 사람들은 혼혈아를 보고 '튀기'라고 부르기 시작했어요.그 당시에는 다들 '튀기' 그랬으니까 아무런 감정없이 그렇게 불렀다만, '튀기'라 불리던 혼혈들에게는 각자의 원래 이름인 00가 아닌 '튀기'로 불리는 그 자체가 큰 상처였을거에요. 


게다가 다른 아이들과 외향 자체가 너무나도 다르고, 부모 중 누군가가 흑인이라는 점이 철모르던 아이들에게는 더할나위없이 좋은 놀릿감이 되었을 것이고, 가뜩이나 다른 아이들과 외적으로 많이 다르다는 것에 심적으로 컴플렉스를 느끼던 혼혈들은 아이들의 짖궃은 놀림에 더더욱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거에요.


이제 시간이 지나고, 멋도 모르고 자기들과 피부색도 다른 아이들을 '튀기'라 부르면서 놀리기 바빴던 사람들도 어느새 철이 들어 어른이 되고, '튀기'라는 말이 얼마나 모진 말이였는지를 새삼 느끼게 되었나봐요. 그래서 이제는 '튀기'라는 말이 공식적으로 통용되지는 않아요. 또한 국제 결혼이 늘어나고, 자연스레 그들 사이에서 태어나는 수많은 아이들로 혼혈에 대한 시선이 많이 좋아진 편이지만   여전히 이 나라에서 흑인 그리고 동남아 쪽 혼혈로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나마 백인과 섞인 혼혈은 순혈 한국인은 의느님의 손을 빌려서라도 갖고 싶은 서구적이고도 빼어난 미모로 연예계 진출에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하나, 속된 말로 그런 축복적인(?) 외모를 갖지 못한 혼혈들은 남들과 다른 외모를 가졌다는 이유로 태어나면서 지금까지 쭉 은연 중에 진행되는 차별에 마음을 쓸어내려야합니다. 


이미쉘의 탈락 이후 "만일 그녀가 혼혈이 아니었다면." 하는 아쉬워하는 반응, 그리고 "피부색이 다르다고해서 놀리는 일이 없도록 부모님들이 잘 지도해주셨음 좋겠다."하는 박진영의 개인적인 위로와 바람. 결코 그녀의 탈락에 대한 아쉬움으로만 그치지 않아요. 뿐만 아니라, 어제 8일 있었던 <K팝스타>에서 노래에 관해서는 어떠한 흠집 잡을 것 없이 완벽했다는 점에서 이미쉘뿐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어떻게든 살아가야하는 혼혈들을 향한 미안함과 죄책감이 함께 결합하면서 이미쉘의 탈락을 더욱 안타깝게 합니다. 


요즘 한 재중동포(조선족) 노동자의 경악스럽고도 끔찍한 20대 여성 살인사건으로 다문화 정책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이 다시 불거지고 있지만, 인구 증강 정책 차원에서 은연 중에 장려된(?) 국제 결혼에서 탄생된 아이들은 무슨 잘못이겠습니까. 그들이 대한민국처럼 뼛속까지 배달민족을 강조하는 나라에서 한민족이 아닌 다른 인종 사이에서 태어난 피부색 다른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은 아니잖아요. 앞으로라도 피부색으로 놀림받는 아이들이 없었으면 하는 박진영의 바람. 그건 박진영뿐만 아니라 수많은 이들이 염려하고 있고, 수많은 이 나라 사회 구성원들이 짚고 풀어 넘겨야할 과제이지요. 


물론 이미쉘이 '혼혈'이라는 점 하나 때문에 월등한 실력에도 차별받아 탈락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노래 실력보다 외모에서 비롯된 스타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그리고 타 참가자들보다 적극적으로 투표해주는 팬덤이 부족했기에 TOP4에서 고배를 마셨던 것이죠. 또 노래는 완벽했다고 하면서 극찬을 아끼지 않으면서 정작 점수는 의외로 낮게준 심사위원들도 가뜩이나 문자 투표에서 밀릴게 뻔한 이미쉘의 탈락을 자초한게 아닐까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하구요. 이건 비단 <K팝스타>의 문제가 아니라, 시청자 투표에 목매는 대한민국 오디션 프로그램의 고질병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녀가 혼혈이 아니었더라면...."이라는 물음은 여전히 은연 중에 혼혈과 순혈 한국인을 구분짓는 우리들의 가슴을 더욱 아리게 합니다. 


아마 이미쉘은 이번 <K팝스타>를 통해 지금 당장 프로 무대에 올라도 손색없는 가창력을 뽐냈기에 곧 정식 가수로 데뷔하여 대중들과 만날 수 있을거에요. 곰곰이 따져보면 K팝을 이끌어나가는 스타를 뽑는다고하는데, 팝만 주구장창 부르는 아이들만 남았던 오디션에서 가요로도 충분히 시청자에게 감동을 주었던 참가자가 있다면 단연 이미쉘이 아닐까 싶네요. 


좀 식상한 레퍼토리이긴 하지만, 원래 이적, 김동률 프로젝트 그룹 '카니발'의 노래이지만 인순이가 리메이크하여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거위의 꿈'이 박지민이 아니라 이미쉘이 불렀다면 더 큰 울림을 선사하지 않았나하는 생각도 드네요. 자신을 낳고 본국으로 돌아가버린 아버지, 혼혈이라는 차별과 멸시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에서 노래 잘하는 가수로 우뚝 선 인순이가 불렀기에 더욱 의미심장한 메시지로 다가왔던 '거위의 꿈'. 그리고 아쉽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탈락했지만 더 큰 비상을 꿈꾸는 이미쉘. 그녀 또한 인순이에 버금가는 실력으로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가수로 자리매김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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