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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전망대

버스커버스커 돌풍일으킬 수 밖에 없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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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모 일간지에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가 기고한 글이 잊혀지지 않네요. 현재 대한민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노래에 '대한민국 현실'이 없다는 제목이었죠. 


임진모 평론가가 지적한대로 지금 대한민국 20~30대 자화상은 대략 우울입니다. 오래 전부터 청년들의 발목을 잡아온 취업난은 도무지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대학교 입학하자마자 아니 고등학교 때부터 취업 준비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누구나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는 이는 소수일뿐, 대부분은 '88만원 세대'라는 호칭을 부여받는 인턴 혹은 비정규직으로 기약없는 삶을 살아야한다는 공포감에 떨고 있지요. 


반면 이러한 젊은 세대를 타켓팅으로 한 노래들은 하나같이 발랄하고 쾌활합니다. 물론 현재 청춘들이 처한 상황이 암울하다고해서 청승맞고 슬픈 음악만 들면 더욱 우울증만 불러일으킬 위험의 소지도 있습니다. 때로는 기계음에 쩌는 클럽풍 음악도 듣고 분위기도 돋우고 신나게 살면서 취업, 연애 스트레스를 단박에 해소할 필요성도 있지요. 하지만 지금까지 대한민국 청년들을 지배하고자 했던 노래들은 향락과 행복만 있었을 뿐, 그들의 진솔한 감정이나 현실을 반영하고 대신 위로해주고자하는 음악들은 아이돌과 후크송에 묻혀 쓸쓸히 마니아적 뒷방으로 묻혀야했지요. 


아마 작년에 방송계를 넘어 가요계에 파란을 일으킨 '세시봉' 열풍에 당 시대를 살았던 중장년층 뿐만 아니라, 그들의 자식 나이대인 20대마저 송창식이나 이장희 등에게 큰 관심을 가졌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에요. 물론 젊은 세대들이 '세시봉'에게 관심을 가지게된 것은, 요근래 들을 수 없었던 '낯선 음악'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부모 세대를 조금이라도 이해해보고자하는 마음, 그리고 그 시대에는 트로트만 있는 줄 알았는데, 요런 음악도 있었구나 하는 설렘도 포함되어 있었죠.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들의 나이를 훌쩍 뛰어넘은 60~70년대 노래가 21c를 살고 있는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적어도 그들의 노래에는 자신의 감정을 꾸밈없이 표현하는 진솔한 목소리가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예상보다 '세시봉', <나는가수다> 열풍이 빨리 잠잠해지고, 다시 주요 음원 다운로드 사이트에는 막강한 팬덤을 자랑하는 아이돌 음악만 강세를 보이는 지금,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를 통해 데뷔하여 몇 개월 만에 가요계에 정식으로 출사표를 던진 '버스커 버스커'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끼는 분이 많으실거에요. 작년 <슈퍼스타K>당시에도 웬만한 가수 못지 않게 '버스커 버스커'를 지지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지만, 음반을 내자마자 실시간 음원차트 10위권에 무려 몇 곡을 올리는 것은, 빅뱅이나 아이유 등 최고의 인기 가수 아니면 이룰 수 없는 놀랄만한 성과이지요. 


그러나 '버스커 버스커'에 놀란 것은 단순히 지표 위로 보여주는 음원, 음반 판매 실적뿐만은 아닙니다. 약간 오버된 반응도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버스커 버스커' 1집을 두고 극찬의 극찬을 아끼지 않는 음악평론가들과 심지어 같은 가요 종사자들까지 반했다는 '버스커 버스커'의 음악은 비교적 까다로운 귀를 가진 전문가들을 넘어, 대중들까지 매료시켰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아주 솔직하게 말해서 '버스커 버스커'의 보컬은 아주 뛰어난 편은 아닙니다. 장범준 스스로도 인정했듯이 그가 낼 수 있는 최고의 음표는 '솔'이라고 할 정도로 소화해낼 수 있는 음역대도 좁구요. 또한 모 일간지가 지적한 것처럼 장범준과 함께 밴드를 구성하는 김형태와 브래드는 아마추어에 가까운 연주 실력을 뽐내고 있구요. 아마 버스커 버스커가 <나는가수다>나 <불후의 명곡>에 나온다고 가정하면 그들에게 쏟아지는 극찬과 압도적인 음원 판매 실적을 뒤로하고 '광탈'할 위험의 소지도 높아보입니다.





하지만 음정 불안에 프로라기보단 아마추어에 가까운 이들이 오랫동안 고도로 훈련된 인기 아이돌을 제치고 선전할 수 있었던 비결은, 보컬 장범준의 섬세하면서도 감성적인 취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그 만의 목소리로 대중들의 메말랐던 마음을 촉촉히 적셔준다는 것이죠. 특히나 장범준 개인의 경험이 녹아 들어가있다는 '여수 밤바다' 가사를 들어보면 이건 뭐 당장이라도 여수에 달려가서 봄 바닷바람을 쐬고 싶을 정도의 충동이 느껴질 정도로 노래 만으로 듣는 이를 설레게하는 '버스커 버스커'. 이러니 티아라 함은정을 포함하여 수많은 이들이 반할 수 밖에 없는거죠.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기를 우우 둘이 걸어요(벚꽃엔딩 가사 중) 마치 한 편의 시를 읽는 듯한 서정적인 가사를 넘어,  사랑 이란 한 소녀가 향수를 바르고 또 한 소년이 애프터 쉐이브를 바르고 만나서 사랑을 나누는 것, 좋아하는 아이에게 전화를 걸어 "이 바다를 너와 같이 걷고 싶어." 그대 새끼 발톱이 날 설레게 해. 지극이 개인적 취향이지만 가장 솔직한 감정을 시적으로 표현하여, 4월이 되도 현재 청춘들의 차가운 마음처럼 찬바람이 불어오는 2012년. 우리들의 마음에 진정한 따스한 봄바람을 불러일으켜준 '버스커 버스커'. 사는 게 너무 힘들어 결혼, 출산은 물론이고 가장 보편적인 감성인 연애마저 포기한 삼포 세대의 얼어붙은 마음을 위로해주는 가장 진솔한 목소리를 가진 밴드가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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