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자 드라마로서 시청자 각성시키는 이 시대 최고 명작

지지율이 70%에 육박하는 강동윤(김상중 분)의 대통령 당선은 100% 확실해 보였습니다. 그는 백홍석(손현주 분)의 딸을 살해교사한 파렴치범이고, 대한민국 최고 재벌 한오 그룹의 '푸들'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 실체를 알 리 없던 평범한 국민들은 이발소집 아들로 태어나 재벌 사위가 된 강동윤에게 열광했습니다. 힘없는 사람들의 희망이자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강동윤의 사탕발린 말을 곧이 곧대로 믿으며 정말 그를 찍으면 상식이 통하는 부강한 국가가 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자기와 별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소시민이 강동윤에 의해서 가족을 잃고, 심지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평등해야할 법정 앞에서도 강동윤의 방해 공작에 제대로 딸의 억울함을 풀지 못했다는 충격적인 진실을 목도하는 순간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는 분노를 표합니다. 대통령 선거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유권자들을 부리나케 투표소로 달려들었고 출구 조사가 70%에 육박했던 강동윤의 득표율은 계속 급감하기 시작합니다. 

유력을 넘어 확정이었던 강동윤이 선거 마감까지 약 4시간을 앞두고 그의 청와대 행에 차질이 생긴 것은 지구 끝까지 강동윤을 추적해서라도 그의 대통령 당선을 막고 싶었던 이 시대 '아버지' 백홍석의 의지가 컸습니다. 그러나 오늘 날 이런 엄청난 반전이 있게까지는 권력, 자본에 굴복하기 보다 오직 진실을 위해 싸우던 최정우 검사 (류승수 분), 서지원 기자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특히나 서지원 기자는 강동윤의 처제이자 한오그룹 서회장(박근형 분)의 막내딸입니다. 

서 회장이 줄곧 사위 강동윤의 청와대 행을 반대했기 때문에 유일하게 호랑이 서회장 무릎 위에 앉을 수 있다는 귀여운 막내 서지원이 자신의 형부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은 정의를 위해서라기보다 아버지를 도와주기 위함으로도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형부를 넘어 오직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위선적인 정치인 강동윤에게 경멸을 하였고, 그래서 자신의 아버지 서회장에게 왜 거짓말을 일삼는 강동윤의 지지도가 높은지에 관해서 질문을 던집니다.  

평소 음식 등 사물을 통해 세상을 비유하는 능력이 탁월한 서 회장의 답변은 간단 명료 합니다. 강동윤이 국민을 속인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자신을 속이고 있는 것이라구요. 말로는 강동윤을 '개혁의 기수' '정의의 사도'라면서 그를 지지하지만, 결국은 월급 올려주고 집 값 올려준다는 강동윤의 공약이 국민 개개인의 현실적인 이익과 맞아 떨어지기 때문에 강동윤에게 한 표를 행사하는 것 아니는게 서 회장의 요지입니다. 

가족의 억울한 죽음을 복수하기 위해 형사 자리를 내놓고 범죄자가 된 백홍석의 한, 출세를 포기하고 상부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소시민 백홍석 편이 되어준 최정우 , 집안의 명예보다 진실을 우선시 한 서지원. 세 사람의 목숨을 내건 용감하고도 치밀한 계략이 있었기에 <추적자> 속 대다수 국민들은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강동윤 후보가 정작 정의를 파괴하는 괴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강동윤 비리 속보 이후 분노한 국민들이 제발로 투표소를 찾는 행렬이 늘어났다고 하나 아직 희망적인 결과를 속단하고 기뻐하기에는 이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동윤이 높은 지지율로 대통령에 당선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볼 지도 몰라요. 정말 유권자들이 강동윤에 분노하여 투표소에 갔는지, 아님 위기에 처한 강동윤을 구하기 위해 악착같이 투표 모드에 들어갔는지는 모를 일입니다. 어쩌면 후자가 우리 현실과 가까운 부끄러운 자화상과 가까워 보이니까요. 

그러나 다행히 <추적자> 속 국민들은 아닌 것에 크게 분노할 줄 알았고,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긴 하지만 투표소에 달려가 국민이 가진 가장 큰 힘 '투표'를 통해 추악한 정치인을 심판하고자 합니다. 만약에 조금이라도 일찍 국민들이 '각성'을 하였다면 일개 기업에 불과한 한오 그룹이 국민 위에 놀아나지도, 여중생 죽음을 교사한 강동윤이 뻔뻔하게 정의를 울부짖는 블랙 코메디쇼도 없었을 거에요. 

허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제일 빠른 법입니다. 단순히 <추적자>와 같은 드라마에 대리 만족을 느끼는 것은 어두운 현실을 바꾸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아요. 결국 부정 부패로 똘똘 뭉친 한오그룹의 불법 상속을 제재하고 대선 후보 강동윤을 살인 교사범으로 법정 앞에 세울 수 있는 힘을 가진 이는 다름아닌 '국민'입니다. 비록 백홍석 한 명은 강동윤과 서 회장으로 대변되는 부당한 권력에 맞설 수 없지만, 백홍석이 여러 명이 뭉치면 충분히 가능한 정의 실현입니다. 

연장으로 3회 남은 <추적자>가 어떤 결말을 자아낼 지는 예측 불허입니다. 하지만 결말과 상관없이 드라마 <추적자>가 현실의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전하고자하는 진짜 메시지는 명확했습니다. '각성'과 '현명한 판단'에 의거한 소중한 한표. 그렇게 시대 정신을 명확히 담은 <추적자>는 2012년 대선을 앞둔 실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투표의 위대함과 감동을 일깨워 준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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