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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넝쿨째 굴러온 당신 실감나는 시월드 횡포. 며느리들은 속절없이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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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엄청애(윤여정 분)은 자신의 부주의로 아들 방귀남(유준상 분)을 잃어버렸다는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귀한 아들을 잃어버렸기에 그녀는 평생 죄인처럼 살아야했고 남편의 구박도 고된 시집살이도 묵묵히 감내해야했습니다. 


아들을 잃어버린 엄청애의 주눅은 고스란히 세 딸들에게 넘어갑니다. 막내인 말숙(오연서 분)을 제외하곤 첫째딸 일숙(양정아 분)과 이숙(조윤희 분)은 그저 '착한' 여성일 뿐입니다. 그래도 이숙은 운좋게 일편단심 이숙밖에 모르는 천재용(이희준 분)을 만나 행복하게 살 확률이 유력하지만 현재 청애가 봤을 때 큰 딸 일숙은 남편 잘못 만나 이혼 당하고 그걸 부모에게 속인 채 친정에 눌러있는 불쌍한 딸내미일뿐입니다. 


뒤늦게 알려진 큰 딸의 이혼 소식에 가장 가슴이 미어지는 이는 엄청애입니다. 그동안 잃어버린 아들만 생각하다가 제대로 신경쓰지 못한 자신의 불찰인 것 같아 죄책감에 시달리는 엄청애. 그녀 또한 애를 낳지 못하는 스트레스에 홧김에 시조카 귀남을 입양시켜버린 장양실(나영희 분)의 잔인한 계략의 피해자이기에 엄청애, 그리고 고스란히 엄마의 트라우마를 이어받은 세 딸의 운명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런데 엄청애는 딸의 이혼 소식을 듣고 자신뿐만 아니라, 딸의 이혼과 아무런 관계없는 며느리 차윤희(김남주 분)에게 억한 마음을 품습니다. 방귀남이 친아들로 밝혀지고 윤희가 며느리로 엄청애가 운영하는 시월드에 들어오기 직전 이미 일숙 부부의 사이는 틀어질대로 틀어진 상태고 일숙의 이혼은 고깃집 사장과 바람나고도 뻔뻔한 철면피 전 남편 탓이 큽니다. 오히려 친정 부모님이 걱정할 까봐 전전긍긍하는 일숙의 이혼을 제일 먼저 알게된 윤희는 일숙의 홀로서기를 위해 큰 도움을 줍니다. 


하지만 청애씨는 이와 같은 사실은 새까맣게 모른 채 오로지 자신의 큰 딸과 달리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 다니고 의사 남편까지 만나 호의호식하고 있는 며느리 차윤희가 얄미울 뿐입니다. 


잘 알다시피 차윤희의 오늘날 성공은 운이 좋아 거저 이룬 것이 아닙니다. 사춘기 시절 무너진 집안에 이른 나이에 집안을 거들어야하는 준 소녀가장으로 살았던 윤희는 힘들게 공부하면서 진출한 사회에서도 여성이라는 편견, 기혼 여성이란 편견, 임산부라는 편견과 맞서 싸워야했습니다. 남자 찾기보다 직장에서 입지를 굳히는데 전념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혼사가 늦어질 수 밖에 없었고, 사회 생활에 뒤따르는 숱한 역경을 자기 혼자 헤쳐나갈려고 하다보니  '기 센 여자'가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성공하기까지 과정이 아닌 결과만 부러울 뿐인 엄청애씨는 자기 일도 하고 남편까지 잘 만난 차윤희의 현주소가 배가 아픕니다. 특히나 거의 쫓겨나다 싶이 이혼당한 자기 딸을 보니 무조건 아내 편을 드는 지극히 자상하고 가정적인 남편을 곁에 둔 며느리가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며느리는 딸의 이혼 소식을 알면서도 즉각 자신에게 알리지 않았습니다. 윤희는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말라는 일숙을 생각해서 입을 꾹 다문 것뿐이지만, 엄청애는 시누이의 약점을 잡고도 내색하지 않는 며느리의 응흄함(?)을 탓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엄청애는 시어머니의 특권을 이용하여 며느리 차윤희를 괴롭히기 시작합니다. 식사준비를 하러 부엌에 들어오지 않는 며느리를 강제로 부엌에 끌어다 식탁 의자에 앉힌 엄청애는 기다렸다는듯이 시어머니가 식사 준비를 하지 않는데 거들지 않는 며느리를 혼내기 시작합니다. 이윽고 엄청애와 차윤희 단 둘이 부엌일을 하는 와중에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갖은 요구를 하며 일일이 잔소리를 퍼붓기 바쁩니다. 그리고 차윤희가 평소 물김치를 담던 그릇에 물김치를 담아도 "물김치를 왜 여기 담나."면서 호통을 칩니다. 


참다참다 못해 차윤희는 시어머니에게 "어머니 저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시나."고 그 와중에도 정중히 물었습니다. 돌아오는 엄청애의 답변은 "너 왜 일숙이 이혼 사실 알았으면서 말 하지 않았어."였습니다. 아무 죄없는 며느리에게 모진 소리 늘어놓는 엄청애의 심경도 이해가지만 이 정도 분풀이면 가히 히스테리 수준입니다. 


결국 시어머니의 구박에도 꿋꿋이 참았던 윤희는 눈물을 펑펑 쏟아냅니다. 결국 거실에 있던 방귀남이 "당신 지금 어머니 앞에서 뭐하는 짓이나."면서 차윤희의 손목을 끌고 나왔고, 홀로 남은 엄청애는 동서 장양실에게 윤희를 구박하는 아주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습니다.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뭐가 잘나서 그런지 당당하게 사는 며느리가 부럽고 질투납니다. 임신을 했어도 회사 잘 다니고 좋은 남편 만나 행복하게 사는 윤희를 보니 자신의 큰 딸이 더더욱 초라하게만 느껴집니다. 그러나 엄청애는 차윤희가 회사에서 버티기 위해 얼마나 갖은 고생과 인내를 감내하는지는 짐작조차 하지 못합니다. 그저 자기 모녀들과 달리 기 세고 시어머니에게도 할 말 다하고 자신감 넘치는 커리어우먼 차윤희만 눈엣가시일뿐입니다. 





그런데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자신의 울분을 괜히 며느리에게 화풀이하는 시어머니는 비단 드라마에서만 과하게 행동하는 유형이 아닙니다. 지난 15일 <넝쿨째 굴러온 당신> 42회 방영 이후 아무 이유없이 시어머니에게 구박받고도 꾹 참아야했던 윤희에게 동병상련을 느꼈다는 수많은 댓글. 



이상하게 자기 자식 소중한 것은 잘 알면서도 정작 자신의 아들 아내로 들어온 새 식구에게는 알게 모르게 경계심을 갖곤 합니다. 다행이 요즘은 며느리도 딸처럼 생각하면서 모녀처럼 지내는 고부들이 많다고 하나 어디까지나 시어머니는 시어머니고 며느리는 며느리라는 서먹한 관계 일뿐입니다. 





그런데 엄청애는 방귀남을 낳은 정은 있어도 사고로 키운 정은 없어도, 의사로 성공한 아들 옆에 굴러들어와 고스란히 아들이 힘들게 맺은 결실을 편히 주워먹는 것처럼 보이는 며느리가 못마땅합니다. 키우지 않아도 시어머니 노릇을 톡톡히 하려는 엄청애씨가 이 정도인데 "내가 어떻게 우리 아들을 00로 키웠는데" 자부감 하나로 살고 있고 그 대가를 며느리에게도 톡톡히 받으려는 시어머니들은 어느 정도 시월드를 구가하는지 안봐도 비디오입니다. 


개천에서 용나기 점점 어려워지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자식 잘 키워보겠다고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식의 장래에 올인하는 어머니들. 자식이 직장에 다니고 결혼을 하고 새로운 가정을 꾸려도 여전히 자식을 자신의 품안에 넣으려는 부모들이 존재할 수록 오늘도 시월드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계속 진행형입니다. 


허나 요즘 딸, 아들 구분이 어디있겠습니까. 엄청애씨에게 딸 일숙이 소중하듯, 차윤희씨도 한만희 씨의 귀중한 딸입니다. 차윤희는 엄청애님이 중심이 되는 시월드에서 배척당해야할 적군이 아니라 같은 여자로서 함께 발맞춰 세상 풍파를 헤쳐나갈 동지입니다. 


윤희는 이제 막 윤빈의 매니저로서 자기 스스로 새로운 인생을 개척해보고자하는 일숙의 첫걸음에 큰 힘이 되어주는 동반자입니다. 하지만 남의 깊은 속도 모른 채 딸에 대한 죄책감과 미안함에 그걸 아무 죄없는 며느리들에게만 풀고자하는 엄청애씨가 야속합니다. 


그러면서도 그걸 며느리에게 화풀이하는 게 당연하다 여기는 엄청애. 그런 이유없는 시어머니의 구박을 감내해야하는 며느리 윤희. 그리고 나쁜 남편과 이혼 후 친정에서도 당당해질 수 없는 일숙. 모두다 안타깝습니다. 여자의 적은 같은 여자가 아니라 여자에 대해서 어떠어떠하는 모진 편견을 뒤집어 쓰이며 같은 여자들끼리의 질투와 싸움을 부추기고 이런저런 한계를 만들어놓는 세상이 아닐까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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