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정 진행논란. 배수정보다 MBC가 자초한 예견된 문제

올해 초 MBC 사측 주력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2>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배수정은 영국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자란 영국 국적의 '한국계 영국인'입니다. 한국인 부모님에 태어나 전형적인 한국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오늘 28일 새벽에 열린 2012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에서 스스로 밝힐 정도로 뼈속까지 "나는 영국인이다." 마인드로 똘똘뭉친 영국인이죠. 

의아스럽게 받아들일 필요도 없습니다. 그녀는 <위대한 탄생2> 참여를 위해  고작 그녀의 인생에서 1/20분도 채 안되는 기간을 한국에서 보냈을 뿐, 유학 혹은 직장 등을 이유로 한국에 건너온 외국인들과 겉으로 보이는 외향빼곤 별다른 차이점이 없습니다.  당연히 그녀는 부모님의 고향 한국보다 그녀가 태어나고 자란 영국이 더 친숙할 수 밖에 없고, 자연스레 '영국인' 마인드를 가지게 되었을 뿐입니다. 

요즘은 배수정 같은 한국계 외국인 외에도 아예 순수 외국인(?)들이 한국 연예계에서 인기를 얻고 맹활약을 떨치는 일명 다문화 시대입니다. 최근에 음주 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2PM의 닉쿤은 미국 유학파 출신 태국인이고 인형처럼 빼어난 미모로 사랑받는 f(x)의 빅토리아는 데뷔를 위해 혈혈단신 한국으로 건너온 중국인입니다. 같은 그룹의 엠버는 대만계 미국인이구요. 뿐만 아니라 일본 혼혈 에바 또한 배수정과 별다를 바 없는 외국계 영국인이고, 그 외 KBS <미녀들의 수다>에서 배출한 수많은 외국 여성들 중 아예 한국 남성과 결혼하거나 한국에서 뿌리박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아마 만약 태국에서 올림픽 혹은 아시안 게임 개막식이 열려 특별 게스트 격으로 닉쿤을 초대했다면, "나는 태국인이다. 태국을 응원하지만 한국도 잘했음 좋겠다." 식의 발언이 그닥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물론 약간 귀에 거슬리긴 하겠지만 닉쿤은 태국인이니까요. 

하지만 부모님이 한국 분이고, 전형적인 한국인 외모를 가진 배수정의 '영국인' 발언은 영국에서 자랐지만 당연히 배수정은 한국인이라고 바라봤던 몇몇 대중들에게 상당히 '충격'으로 다가왔나 봅니다. 물론 그녀가 영국인이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한국 방송에서 한국 선수단을 응원하기 위해 마련된 개막식 방영 자리에서 구태여 "영국인으로서 자랑스럽다."이라는 점을 강조해야했는지는 아쉬움을 자아냅니다. 

아마도 대다수 시청자에게 배수정의 '영국인' 발언이 거슬리는 것은 그동안 해외 교포를 바라보는 언론의 과장된 시선이 한몫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언론에서는 외향만 한국인일 뿐이지, 외국에서 태어나 외국에서 자라 전형적으로 그 나라 사고방식을 가진 외국 교포에게도 '한국인'이라는 칭호를 붙여왔습니다. 물론 그들 중 대다수는 외국 국적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가정 교육을 통해 '한국인'의 정신도 가져왔을 수도 있지만 엄연히 말하면 그들은 한국계 미국인 혹은 교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이지요. 

그러나 외국에서 태어나 자란 외국 교포도 당연히 '한국인'으로 봐야한다는 언론과 세상의 인식을 받아들여 배수정을 순수 영국 출신인 푸니타와 달리 으레 '한국인'으로 받아들인 우리나라 사람으로서는 다소 거슬리게 들릴 수도 있겠군요. 

태어나고 자라난 환경이 영국이고, 한국보다 영국이 더 친숙한 배수정이기에, 올림픽 개막식에서 "나는 영국인으로 자랑스럽다."라고 발언한 배수정을 질책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녀로서는 당연한 마인드이니까요.  그래도 수많은 대한민국 시청자들이 지켜보는 올림픽 개막식이니 좀 더 신중하게 발언을 했음 더 좋았지 않나 싶네요. 하지만 그녀는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2>이 방송 경력 전부인 초보 연예인입니다. 방송 경험도 많지 않고, 특히나 한국 국민들 정서를 잘 모르는 배수정을 단지 영국 출신 자사 오디션 준우승자라고 떡하니 올림픽 개막식 사회를 맡긴 MBC의 부주의가 크겠죠. 

잘 아시다시피 최근까지 MBC는 파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고, 사측은 파업이 끝나기 직전, 노조 인력을 최대한 배제한 채 런던 올림픽 진행팀을 구축하게 됩니다. 그래서 한 때 MBC 아나운서였으나 프리랜서를 선언한 김성주, 임경진을 재영입했고, 방송 경력 부족한 영국인 배수정을 개막식 사회자 자리에 앉히는 일종의 '무리수'를 강행합니다. 노조에 참여한 아나운서들을 배제하기 위해 배수정이라는 악수를 둔 MBC. 일부 시청자들의 심기를 불편케한 배수정의 영국인 발언은 굳이 그녀를 개막식 진행석에 앉혔던 MBC 스스로가 자초한 예견된 해프닝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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