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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짝 남성들에겐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여자2호의 신데렐라식 경제관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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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국, 영국 전역에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시리즈 인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이미 미국 내에서는 <해리포터 시리즈> 판매를 훌쩍 넘어버린 이 책의 인기 비결은 소설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적나라한 에로시즘에 수많은 중장년층 여성들의 열광 덕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단순 성인물로 받아들이기보다, 신데렐라 스토리가 바탕으로 깔린 로맨스 소설입니다. 평범하기 그지 없는 대학 졸업반 여성이 돈도 많고 잘생긴 남자의 사랑을 받는 이야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백마탄 왕자님을 찾아 돌아다는 것은 '신데렐라' 스토리를 귀에 박히도록 읽었던 대다수 여자들의 '꿈'이자 '로망'인가 봅니다. 


굳이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들먹이지 않아도, 애초 우리나라 드라마는 대부분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에 충실한 구조를 취했습니다. 엄연히 따지고 보면 현재 전국민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KBS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도 메인 주인공 커플 방귀남(유준상)-차윤희(김남주) 분 못지 않게 열띤 지지를 받고 있는 커플은 재벌집 아들  천재용(이희준)과 방이숙(조윤희) 커플입니다. 


엄연히 따지고 보면 방귀남도 재벌 후계자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여자들이 일등 신랑감으로 꼽는 의사입니다. 신드롬을 일으켰던 SBS <시크릿가든> 김주원만큼 화려하진 않지만, 평범한 가족들의 사랑을 강조하는 드라마조차 여자주인공들의 남자만큼은 대부분 여성들이 꿈꾸는 완벽한 남성들을 설정하는게 2012년 우리나라 드라마의 실태입니다. 


오죽하면 몇몇 사람들은 한국 드라마가 여자들의 눈을 높여놨다고 하소연을 하기까지 합니다. 드라마에서는 흔하디 흔한 재벌2세, 의사, 변호사라고 하나. 실상 상위 몇%에 속하지 않는 여성들이 재벌은 고사하고 능력있는 전문직 미혼 남성과 짝을 이루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지금처럼 말로만 평등할 뿐, 실상은 계급이 완고히 고착되는 사회에서는 상류층 계급에 속하지 않은 여성이 상류층 계급의 남성과 결혼할 수 있는 확률은 점점 희박해지는 추세입니다. 


아직도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과 달리 대부분의 여성들은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고, 드라마 속 신데렐라 판타지에 저건 다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라고 코웃음을 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여성들은 여전히 벤츠 탄 남자가 자신을 구원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은연중에 자리잡고 있는 자신의 또다른 가치관을 보고 놀라곤 합니다. 


요즘은 예전과는 달리 여성들도 많이 배웠고, 든든한 직업을 가진 케이스도 크게 늘어났다고하나, 아무래도 요즘 사회가 흉흉하고 살기가 더 어렵다보니 자연스레 의지할 곳이 필요하고,  돈이 최고인 극도로 자본화된 사회이다보니 재벌이나 고소득 전문직은 아니라고해도, 안정적인 조건을 가진 남자와 인연을 맺고 싶은게 요즘 여성들의 인지상정입니다. 


그런데 몇 억이 있어도 전세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고, 집 사기는 더 어려운 서울, 수도권에서 과연 수많은 여성들이 만족할 만한 괜찮은 조건을 가진 대한민국 미혼 남성이 몇이나 될까요. 거기서 오늘날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로 대두된 결혼률, 출산률 감소, 자살율 상승이 시작되고 됩니다. 어렵게 짝을 만나 결혼을 한다해도 앞날이 캄캄하기 때문에 출산을 포기하는 가정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시대입니다. 아예 직장조차 구하기 어려운 현재 20대 후반~30대 초반들은 출산은 커녕, 취업, 결혼까지 포기하는 3포세대라 불릴 정도입니다. 예전 우리 부모님 세대같이 마음만 맞으면 단칸방에서 시작하는 분위기가 아닌터라 이왕이면 남보기 좋게 번듯한 빌라 전세라도 알아보려다가 그냥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게 현재 젊은이들이 가지고 있는 암울한 고민입니다. 


그런데 지난 주 여자3호의 연이은 과거 논란으로, 그나마 좋은 직장을 가질 확률이 더 높아보이는 명문대 출신 ROTC들의 짝짓기 대신 새롭게 방영한 <짝> 34기의 여자2호는 그래도 자신의 위치가 비교적 중상위층은 된다고 생각하시는 모양입니다. 서울 잠실에서 자라 현재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여자2호는 결혼할 때 외모는 포기할 수 있어도 재력과 성격은 포기하지 못하겠다는 자신의 '소신'을 밝혀 눈길을 끕니다. 


이어 남자3호가 여자2호에게 "최소한 (결혼 생활을) 출발할 때 어느 정도 기준이 있느나."하고 묻자, 여자2호는 단박에 우리동네 전세 29평 기준이라고 답합니다. 그러자 남자들은 여자2호의 답변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여자2호가 살고 있는 잠실은 전세 29평만해도 4~5억이 넘는 동네입니다. 제 아무리 고소득 연봉자에 나이 30대 중반이라고 해도 부모님이 막강한 재력을 바탕으로 집구하는데 큰 보탬을 주지 못하면 보통 사람들은 가히 넘볼 수도 없는 곳이죠. 





물론 잠실에서 자라 살아온 환경이 너무 다르면 만나기 힘들 것 같다는 여자2호의 입장은 같은 여자로서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자기보다 더 경제력이 좋은 남성을 만나고 싶어하는 것도, 어릴 때부터 여자는 자기보다 좀 더 조건이 좋은 남자를 만나야한다고 은연 중에 귀에 박히도록 듣고 요즘같이 앞날이 어떻게될지 몰라 불안한 상황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최고 명문대는 아니라도 서울에 있는 대학을 졸업하고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고 있고 잠실에서 비교적 여유롭게 자란 능력있는 재원임에도 자기보다 경제력이 좋은 남자를 만나고자하는 여자2호의 바람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수많은 여성들의 마음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로망'이자 '꿈'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전 세대와는 다르게 교육 수준도 높고 남녀평등도 자리잡혀있을 법한 여성들이 왜 정작 결혼 시장에 나가면 자기보다 더 수준이 위인 남성과 만나고 싶어하는지는 여전히 우리 사회가 풀어야할 미스테리이겠죠. 


명문대 출신에 아무리 좋은 직장에 들어가도, 결혼, 출산을 하면 신분이 불안정해지는 불편한 사회 구조 때문에, 아니면 말로만 평등일뿐 여전히 여자 혼자 살아가거나, 누군가를 부양하기에는 척박한 현실때문에? 


도대체 어떤 이유 때문에 자기보다 경제력이 좋은 남자를 그토록 원하는지 모르겠지만 잠실에서 태어나 자란 토박이로서 자신에게는 당연한(?) 소신을 밝혔을 뿐인 여자2호. 그러나 자꾸만 눈만 높아지는 여성들 때문에 결혼하기 힘들어진다고 하소연하는 대다수 남자들에게 34기 여자2호는 자신의 요란했던 과거를 숨기고 수많은 명문대 출신들의 구애를 한 몸에 받았던 여자3호만큼 불편하게 다가오는 '공공의 적'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결국  자신의 남편감은 잠실의 29평 전세를 얻어줘야한다는 자신의 '소신'을 밝혔을 뿐인데 <짝> 방영 다음날 구설수에 올라버린 여자2호. 그렇게 본인이 살고 있는 동네 전세 29평을 떡하니 안겨줄 수 있는 경제력 좋은 남자를 만나려면 수많은 대중들의 질타만 한몸에 받을 뿐, 정작 자신이 원하는 짝을 찾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애정촌'이 아니라 결혼 정보회사 중에서도 VIP고객으로 가입해야하는것이 아닐지. 아무래도 번지를 잘못 찾아온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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