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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미녀는 괴로워. 미모도 재능이라는 사람들에게 권하고픈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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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중, 주진모 주연 <미녀는 괴로워>. 일본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2006년 개봉 당시, 흥행성은 물론 상업 영화로서 작품성까지 인정받은 히트작이었다. 여주인공 김아중은 <미녀는 괴로워>를 통해 확실한 스타덤에 올랐고, 김용화 감독은 <미녀는 괴로워>에 이어 <국가대표>까지 성공시키며 명실상부 흥행 감독으로 거듭난다. 


당시 이 영화가 빅히트를 기록한 것은, 탄탄한 원작에 김아중을 위시한 배우들의 맛깔스러운 연기, 김용화 감독 특유의 휴머니즘 연출이 조화를 이룬 웰메이드 상업 영화이긴 했지만, 대한민국 사회의 최고 모순 '외모 지상주의'의 폐해를 유쾌상쾌통쾌하게 찔렀기 때문이다. 


극 중 한나(김아중 분)은 천상의 목소리를 자랑하는 가수다. 가수는 노래를 부르는 것을 업으로 삼는 직업이기에, 한나같이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이 가수가 되어 대중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물론 한나는 그 이전부터 노래를 계속 불러왔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녀는 자신의 이름으로 된 음반을 낸 적도 없고, 심지어 대중들 앞에서 노래를 불러본 적도 없다. 


한나는 '미녀 가수' 아미의 립싱크에 대신 노래를 불러주는 '얼굴없는 가수' 신세다. 한나가 천상의 목소리에도 불구, 얼굴없는 가수가 된 것은 k-1이나 씨름판에 나가도 됨직한 튼실한 몸매 덕분이다. 반면 노래를 못하는 미녀가수 아미는 가수로서는 적격 미달이지만, 워낙 미모가 훌륭하기에 한나의 '립싱크'만으로도 대중들로부터 충분히 큰 인기를 구사한다. 





'얼굴없는 가수'이기에 생계를 이어나가기도 빠듯한 한나는 주업인 '노래'는 물론 밤에는 '폰팅알바'까지 뛰어야했다. 하지만 짝사랑하는 남자 한상준(주진모 분)의 생일파티에서 톡톡히 망신을 당한 한나는 그 뒤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 뒤 169cm에 48kg. 완벽한 s라인 몸매에 한번 보면 결코 헤어나올 수 없는 완벽한 미모에 노래 실력까지 갖춘 제니가  음반 프로듀서 상준 앞에 등장한다. 당연히 상준을 포함한 수많은 이들은 미모와 실력을 갖춘 '제니'에게 열광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알고보니 '제니'는 성형미인. 다름아닌 한나였다. 


혹독한 성형수술로 미녀로 거듭난 제니는 그 뒤 인생 자체가 180도 달라져 버린다. 수술 이전에는 한나를 거들떠보지 않았던 남자들이 한나의 달라진 미모에 넋을 잃어버려 심지어 교통사고를 당했음에도 불구, 한나의 미모 덕분에 아무탈없이 지나가는 일이 부지기수다. '미녀'로 거듭난 한나는 당연히 자기 이름으로 된 음반을 당당히 취입할 수 있었고, 대중들 앞에서 당당히 노래를 불러 큰 인기를 얻게 된다. 오직 '얼굴' 하나 바뀌었을 뿐이다. 100kg 거구에 가까운 그녀에게 냉담했던 세상은 온기로 가득차고 미녀가 아니었을 때는 상상조차 못했던 혜택을 누리게 된다. 





성형수술로 꽃미녀로 변신한 얼굴없는 가수의 이야기를 통해 영화가 전달하고픈 메시지는 심각할 정도로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에 대한 일침이다. 극중 하나는 혹독한 다이어트가 필요한 엄청한 거구녀로 설정되어있지만, 그 정도로 심각한 상태가 아닌 평범한 여성들도 몸매 관리를 위해 다이어트를 하고, 남들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은 단순 욕구를 넘어 취업 등 여러가지 목적으로 성형외과 수술대에 오른다. 엄청난 스펙을 쌓아야 바늘구멍보다 뚫기힘든 취업문을 통과하는 현실에 예쁜 얼굴도 재능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식의 외모 지상주의가 빚은 웃지못할 해프닝이다. 


가수는 응당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인기를 얻어야하지만, 영화가 보여준 이 나라의 현실은 정반대였다. 정작 한나처럼 천상의 목소리를 타고난 이는 외모 때문에 제대로 데뷔조차 할 수 없었고, 그저 얼굴만 되지 노래 실력은 함량 미달인 미녀 가수를 대신해 노래를 부를 뿐이다. 물론 글쓴이도 사람이기에 겉모습이 훌륭한 이성에게 자연스레 눈이 돌아가는 일이 부지기수다. 하지만 외모는 그 사람이 가진 겉모습의 일부일뿐이지, 자신이 하고 있는 본업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된다. 가수는 노래 실력으로 평가받야아하고, 운동선수는 운동실력으로 대중들의 성원에 보답해야한다. 이게 바로 현재 국민들이 그토록 꿈꾸는 '상식적인 사회'다. 


최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모 선수를 모 선수와 비교하면서 두둔했다가 여론의 몰매를 맞아 사과를 한 공중파 모 PD가 몇몇 사람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그 PD가 모 선수와 비교하기 위해 거론한 여 선수는 자신의 분야에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했을 정도로 최고의 선수였고, 인품 또한 훌륭하기에 유명 인사치곤 안티도 거의 없었던 스타 중의 스타였던터라 그의 발언은 더욱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그 PD도 "예쁘면 장땡"이라는 의도하에 그런 발언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그런 식으로 모 선수가 운동선수로서 실력을 쌓기 위해 펼친 노력을 폄하하는 이들의 반응이 안타까워 한 마디를 했다가, 생각지도 못한 오해로 인해 반발에 부딪친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PD가 무심결에 말했을 법한, "누군가가 단순히 '잘한다'고 CF를 왜 줘야하나. 하승진의 키가 재능이듯 예쁜 얼굴도 재능이다. 자격지심덩어리들"의 발언에는 동의할 수 없다. 


경기 특성상 큰 키가 유리한 농구에서 200m가 넘는 장신인 하승진은 분명히 그 키 때문에 남들보다 농구를 더 잘할 수 있었지만 그 또한 그의 선천적인 운동 실력과 노력이 배가되었기 때문에 대한민국 최고의 센터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PD가 언급하던 모 선수의 주 종목은 특성상 미모가 심사 과정에서 플러스될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미인대회처럼 미모 순으로 메달을 주는 경기도 아닌데, 왜 예쁜 얼굴도 재능이라는 궤변이 나왔는지 의문이다. 


의도했던 바는 아니지만, 공중파 예능PD로서 가뜩이나 심각한 외모지상주의 시류에 동조해버렸다는 오해를 부추겨 결국 네티즌들에게 사과까지 한 그 분. 그리고 "예쁜 얼굴도 재능이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미녀는 괴로워>를 간곡히 추천해드리고 싶다. 그래도 결국 성형수술대 위로 뛰어 들어가 인생 역전에 성공한 한나처럼 어쩌면 이 나라에선 그 무언가를 압도하는 '재능'을 키우기 위해 오늘도 병원 문을 두드리는 현상을 막을 수 없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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