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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늑대소년 송중기 착실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는 진정한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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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떠오르는 대세 송중기와 오랜만에 컴백한 박보영의 만남. 그리고 <파수꾼>의 윤상현 감독과 더불어 충무로에서 가장 촉망받는 조성희 감독의 첫 상업 영화. 대한민국 최대 배급사 CJ 엔터테인먼트가 지원 사격을 하고, 국내 개봉 전에 토론토 국제 영화제, 벤쿠버 국제 영화제에 초청 될 만큼 <늑대소년>은 개봉 전부터 이미 수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화제작이었다. 


역시나 기대작인만큼, 15일 왕십리 CGV에 열린 언론 시사회에서는 수많은 기자들이 몰려, <늑대소년>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재확인시켰다. 이미 부산 국제 영화제를 통해 <늑대소년>이 국내 몇몇 대중들에게 공개되기도 했으나, 부산으로 향할 수 없었던 글쓴이는 처음으로 영화를 보는 지라, 그 기대감은 더욱 설렐 수 밖에 없었다. 


'세상에 없던 사랑', '2012년 가을 심장을 뒤흔드는 가장 강렬한 감성 드라마' 표어에서 드러나듯이, <늑대소년>은 늑대인간으로 태어난 소년과 아리따운 소녀의 사랑이야기이다. 그런데 '늑대인간'은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 <늑대아이>를 통해서 관객들과 한 번 조우한 존재다. 왜 갑자기 국내 영화 안팎으로 '늑대인간'에 대해서 뜨거운 관심을 갖는 지는 모르겠다만, 그래도 아내이자 엄마인 '하나' 덕분에 자기 나름대로 삶을 개척할 수 있었던 <늑대아이> 속의 '늑대인간'들과는 달리 <늑대소년>의 소년은 늑대로서도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기도 버거워 보인다. 





<늑대아이>, <늑대소년> 모두 도시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드넓은 자연을 주제로 했고, 그 속에서 순응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선하고 아무 의심없이 '늑대인간'의 존재를 받아들인다. 그런데 '늑대인간'들이 온전히 잘 자라기까지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었던 <늑대아이>와 달리, <늑대소년>에는 소년의 존재를 못마땅하게 여긴 나머지 그의 삶을 방해하고자하는 '도시권력'이 개입하기 시작한다. 


폐병에 걸려 학업을 중단해야했던 소녀 순희(박보영 분)은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어린 여동생과 함께 강원도 산골로 요양차 내려온다. 소녀 아버지 동업자 자식이자, 일방적으로 소녀에게 추파를 던지는 지태(유연석 분)은 소녀 가족에게 이 집을 사줬다는 명문으로 호시탐탐 소녀를 괴롭힌다. 돈과 부유한 아버지 빽으로는 뭐든지 다 되는 줄 아는 지태는 삐뚤어진 사랑의 온상이다. 그런데 소녀가 살고 있는 집의 헛간에는 오래전부터 늑대도 아닌, 인간도 아닌 존재(송중기 분)이 살고 있었고, 소년을 발견한 소녀의 가족은 차츰 그 존재를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인다.  


도시 출신 소녀답게 유난히 깔끔떨고, 사람들과 어울리길 싫어하던 소녀는 처음 '늑대소년'과 함께 살아가는 것에 강한 반발심을 드러낸다. 문학적 감성은 뛰어나지만 아버지의 죽음과 질병으로 인해 우울증까지 앓게된 소녀는 폐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극도로 약화되어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철수라고 이름지어준 '늑대소년' 과 함께 드넓은 자연에서 어울려 지내면서 소녀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 누군가에게 진정으로 마음의 문을 열게 되고, 소아팠던 몸과 마음 또한 부쩍 건강해진다. 


극 중 늑대소년으로 분한 송중기는 극 중 말을 못한다. 전쟁 당시 비밀 병기를 만들고 싶었던 인간의 헛된 망상으로 인간이 아닌 우리에 갇혀서 살아야했던 소년은 인간으로서 기본 예의범절이나 살아가는 방도를 하나도 모른다. 그는 그저 인간이라기보다 한 마리의 길들여지지 않는 늑대에 가깝다. 그런데 스스로의 힘으로는 도저히 욕구 조절이 안될 것 같은 늑대는 연약하기 짝이 없는 소녀의 "기다려" 한 마디에 온순한 '양 한마리'가 되어간다. 소녀와 소녀의 가족들의 따뜻한 보살핌으로 어느덧 인간으로서 삶을 살 수 있게된 소년. 그러나 지태를 포함한 세상은 철수가 인간으로 살 수 있는 기회주차 주지 않는다...


<성균관 스캔들>, <뿌리깊은 나무>에서 반듯한 꽃미남 이미지로 사랑받았던 송중기가 헝클어진 머리에, 몇 마디 대사없이 "으르렁" 지러야하는 짐승의 삶을 선택한 이유는 오직 "시나리오와 작품"이다. 여자보다 더 곱상한 얼굴, 명문대 경영학도로 주목받았던 송중기는 20대를 거쳐간 '비주얼 스타'들이 그래왔듯이 트렌디한 이미지에만 관심을 가질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적어도 '송중기'라는 착실한 젊은 배우에 대한 엄청난 기우였다. 분명 오늘날 송중기를 스타덤에 오른 작품은 그의 남다른 비주얼의 힘이 강하게 작용하던 <성균관 스캔들>이지만, 그 이후 송중기가 선택한 행보는 곱상한 얼굴이 아니라, 고도의 눈빛과 대사처리가 필요한 사극이었다. 그것도 주인공이 아닌 아역이란 특별 출연 형식임에도 불구, 그는 연기 9단 백윤식과 한석규와 정면으로 맞서는 신인으로서는 다소 벅찬 임무가 주어졌다. 그런데 놀랍게도 송중기는 백윤식, 한석규에게 결코 밀리지 않는 감정선을 보여주었다. 그저 그런 '꽃미남 스타'로만 비춰졌던 송중기의 재발견이요, 사람들은 오랜만에 제대로된 젊은 배우가 나왔다고 찬사를 보내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송중기가 선택한 작품에서는 아예 대사없이 눈빛과 동작만으로 모든 것을 표현해야한다. 그것도 '사람'이 아닌 '늑대'를 말이다. 


그런데 젊은 이 배우 대사 없어 힘들지 않았나는 한 기자의 질문에, 오히려 대사가 없어서 연기의 기본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단다. 기자 간담회에서 으레 오가는 형식적인 답변이라고도 볼 수 있으나, 어찌되었던 촉망받는 비주얼 스타로서 보다 쉬운 길을 갈 수 있음에도, 대사 한마디 없이 짐승이 되어야하는 역할을 선택한 송중기의 행보는 진심이었다. 얼굴과 이미지로 승부하는 반짝 스타가 되기보다, 연기로 모든 것을 말해주는 배우가 되길 소망하는 송중기. 





그의 특유의 낭랑하고도 똑부러진 목소리 없이도 '눈빛'만으로 인간의 모든 희노애락을 보여주고 수많은 관객들을 감정이입시키는 '배우'의 단계로 진입한 송중기. <성균관 스캔들>의 구용화, <뿌리깊은 나무>의 이도, <세상 어디에도 없던 착한 남자> 강마루, 그리고 <늑대소년>의 늑대인간 모두 같은 배우가 연기한 캐릭터 맞나 싶을 정도로, 짧은 시간 동안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던 이 남자. 지금보다 앞으로 보여줄 캐릭터가 더 궁금한 배우다. 10월 31일 대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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